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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의 백이산 편백숲 전경. (사진=박진환 기자)



[순천=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10여년 전부터 전남 순천은 전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들이 부러워하는 지역으로 손꼽힌다. 특히 전국 각지에서 불고 있는 ‘정원 바람’의 본고장이 바로 전남 순 현대캐피탈 할부 천이다. 순천만에 조성한 국가정원은 정원을 통한 도시 마케팅 및 관광 자원화에 성공한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2013년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가 관람객 440만명을 모으며 대성공을 거둔 후 정원은 지역 관광의 우수 모델이자 순천을 전국에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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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서삼모 선생과 서씨의 어머니 고(故) 황난옥 여사가 일꾼들과 함께 순천 백이산 일원에서 나무를 식재하고 있다. (사진=백이산편백 제공)



고 서삼모 선생·황난옥 여사, 1962년부터 전남 순천 백이산에 들어와 개간·나무 식재 등 sbi4저축은행 산림녹화 앞장

정원의 도시 순천에서 사유림 경영의 새로운 모델도 만날 수 있었다. 순천 백이산 편백숲이 바로 주인공이다. 백이산 편백숲의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故) 서삼모 선생과 서씨의 어머니 고(故) 황난옥 여사가 1962년 이 일대 산 140㏊를 매입하면서 백이산 편백숲의 역 알프스론 사가 시작된다. 당시 전남대 임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서 선생의 모친 황난옥 여사의 경제적 도움으로 산을 사들였다.
황 여사는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아들의 간곡한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전 재산을 서 선생에게 일임했다.
임학도이자 농촌계몽운동에 심취해 있던 서 선생은 국가적 과제였던 산림녹화에 부응하기 위해 산에 나무를 심고자 했으며, 그의 남다른 사명감에 동참한 것이 그의 모친이자 친구들이었다.
서 선생은 대학 졸업과 함께 3년 동안 90㏊의 산에 나무를 집중적으로 심었다. 식종은 편백이 주를 이뤘고, 밀원식물이자 산사태 방지 목적으로 아카시아, 리기다소나무, 오리나무 등을 식재했다.
조림 과정은 쉽지 않았다.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오지 중의 오지였던 이 일대에 묘목 운반을 쉽지 않았고, 적지 않은 작업비 등 경제적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묘목은 국가에서 지급해줬지만 인건비는 모두 산주가 부담해야 했다. 당시 정부는 산을 개간하면 밀가루를 나눠준다고 산주들의 관심을 유도했지만 돈만 먹은 나무심기에 대부분의 산주들은 외면했다.
이후에도 산림녹화 및 농촌 계몽운동에 진심이었던 서 선생은 친구들과 함께 산을 개간하고, 나무를 심었지만 수입은 없고, 지출만 있는 이 사업은 한계에 봉착했다.
이에 서 선생은 전남 완도로 이주해 과자 도매업, 숙박업 등으로 돈을 벌었다. 완도에서 어느 정도 기반이 잡혀갈 무렵 서 선생은 조림의 꿈을 버릴 수 없어 고향인 순천으로 돌아와 산림 관리에 다시 뛰어들었다.



전남 순천의 백이산편백숲 전경. (사진=백이산편백 제공)



서승욱 대표가 2012년부터 가업 승계…편백나무 식재·벌목·제품까지 일원화 복합경영 시스템 구현

이후 이 과업은 서 선생의 아들 서승욱(55) 백이산편백 대표에게 전수됐다. 1996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전남대 임학과를 졸업한 서 대표는 산림조합에 입사, 임업 현장에서 일했다.
2012년부터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서 대표는 19년간 근무했던 산림조합을 퇴사한 후 본격적으로 산림 경영에 뛰어들었고, 그는 조림보다 숲의 이용에 주목했다.
그는 숲가꾸기 작업을 통해 편백나무 산물을 이용한 상품화에 초점을 맞췄다. 매년 50년생 편백 400주를 솎아베 자체 제재소를 통해 원목, 편백 큐브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했다.
나무를 키워 벌목부터 제품화까지 일원화한 복합경영 시스템을 구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직영 제재소가 큰 힘이 됐다.
이 제재소는 할머니인 황난옥 여사가 운영하다 폐업한 염소축사를 개조한 것으로 수억원을 들여 우드그랩, 기계톱, 고지절단톱, 이동식 제재기 등 각종 장비를 구축했다.
현재 백이산에는 76㏊ 규모에 편백 47㏊, 삼나무 3㏊, 소나무 3㏊, 상수리 10㏊, 밤나무 1㏊ 등이 조림돼 있다. 수종마다 수령은 다르지만 편백의 경우 대부분 50년생 이상이다.
이는 사유림에서 40년인 편백 벌기령을 넘어선 것이다. ㏊당 임목 축적도 207㎡로 전국 평균의 2배, 전남 평균의 2.5배에 달한다.
서 대표는 매월 3~5회 산에 올라 한번에 7그루의 나무를 벤다. 혼자서 작업할 수 있는 양이다.
편백은 원목부터 잎, 가지, 씨, 톱밥 등 버릴 게 없고 용도가 다양하다. 잎은 말리거나 오일용으로 판매한다. 씨를 뺀 열매는 베개로 공급하고, 씨는 파종해 묘목을 생산한다. 가지는 내장재인 루바를 만든다.
원목은 판매하지 않고 큐브와 도마 등으로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인다. 친환경 어린이용 장난감이나 베개 등에 사용하는 큐브가 주 수입원이다.
시세가 좋더라도 섣불리 생산량을 늘리지 않는다. 과한 욕심이 언제든 화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1년에 평균 400그루를 간벌하고 키운 묘목을 재조림하는데,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지게 됐다. 가지와 잎 등을 활용하고 간벌을 통해 생산할 수 있는 공급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서승욱 백이산편백 대표가 아버지인 고(故) 서삼모 선생이 식재한 편백나무를 봐라보고 있다. (사진=박진환 기자)



사유림 경영에 어려움 토로…서 대표 “산림정책이 임산물에만 지원…국산목재 경쟁력↓” 지적

성공한 임업인으로 평가받지만 산림정책에 대한 아쉬움과 고민도 적지 않다. 서 대표는 “우리나라 산림 정책은 목재가 아닌 임산물에만 집중하다보니 정작 목재를 생산·가공·유통하는 임업인에 대한 지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특히 원목을 벗어나는 순간 산업으로 판단, 규모화된 경우에만 지원이 가고, 소규모로 하는 임업인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목재를 팔고 싶어도 가격이 워낙 낮아 작업비도 나오고 않아 결국 국산 목재 공급이 안되고 수입산만 살아남는 구조로 변했다”고 덧붙였다.
서 대표는 “나무를 제외한 임산물은 여러 종류의 지원 사업들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원목 가공·판매 분야에 대한 지원은 없다 보니 국산 목재의 경쟁력이 실종됐다”며 현 산림정책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주문했다.
백이산편백의 매출은 연평균 2여억원으로 서 대표가 직원들 없이 혼자할 수 있는 최적의 매출 구조이다. 서 대표는 “가끔 가업을 잇게 한 아버지나 할머니를 생각하면 고마우면서도 ‘왜 사서 고생을 시키시나’하는 억울함 등의 감정이 교차한다”면서도 작고한 두분에 대한 그리움을 숨기지 못했다.
실제 한국형 사유림 경영 모델의 현실은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1㏊에 50년간 나무를 심어 목재 생산까지 들어가는 비용은 1273만~1914만원(벌채 비용 제외)이다. 조림비 90%, 숲가꾸기 비용 50%를 지원받더라도 산주의 소득은 300만~400만원에 불과하다. 사유림 경영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산주, 임업인은 물론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진환 (pow17@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