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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과 섬유를 주력으로 해온 태광산업이 전례 없는 방향 전환에 나섰다. 매출 감소와 연속된 적자, 주력 공장의 가동 중단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회사를 살릴 방법은 전면적인 사업 재편뿐이라는 판단이다. 화장품·에너지·부동산개발 등 신사업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지만, 정작 투자 재원은 내부에 없다. 
결국 자사주 전량을 기반으로 한 교환사채(EB) 발행이라는 초강수를 택했다. 24%에 달하는 자사주가 공개되지 않은 투자자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에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반기를 들었고, 금융감독원도 이례적 공시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생존 위해 판 갈아야"…신사업 부산저축은행피해자 에 1.5조 베팅
태광산업은 화장품·에너지·부동산개발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 축을 옮긴다고 1일 밝혔다. 정통 섬유·석유화학 중심의 구조에서 완전히 탈피하는 수순이다. 투자 규모는 1조5000억원. 보유 현금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회사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말까지 1조원, 내년까지 총 1조500 직장인대출 0억원을 집행하는 투자 로드맵도 수립했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신규 산업 진출에 집중된다. △화장품 제조·유통 △에너지 △부동산개발 △숙박시설 운영 △리츠와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블록체인 기반 금융 산업까지 정관상 사업 목적에 포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는 31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정관을 대폭 개정한다.
태광산업은 뷰티 별내신도시 기업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이미 투자 자회사를 설립, 신규 법인 설립과 기업 인수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신규 진출 업종은 단기 수익성보다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인수와 설립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태광그룹은 최근 애경그룹의 애경산업 인수 예비입찰에서 적격 인수후보(숏리 현대자동차 할부조건 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화장품 사업을 그룹 차원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현금'이다. 태광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조9000억원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5600억원은 예비운영자금으로 묶여 있고 기존 섬유·석유화학 사업을 유지하려면 최소 5000억원이 더 필요하다. 여기에 석유화학 2공장과 농협대출상담사 저융점섬유(LMF)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철거비 및 인력 재배치 비용까지 고려하면, 실제 신규 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은 1조원에도 못 미친다.
섬유 부문에서는 일부 나일론 생산공장과 중국 스판덱스 공장의 조기 셧다운도 검토되고 있다. 생산이 중단돼도 고정비는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추가 예비 자금 확보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 따라 실적도 악화일로다. 2022년 2조6066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2조1218억원으로 18.6% 줄었고 영업손실은 3년 연속 이어졌다. 회사는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도 중요한 과제지만 지금은 미래를 위한 투자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소각도 중요한 시점이지만 지금은 미래를 위한 투자가 우선"이라며 "기업의 존립과 고용 유지를 위해서는 외부자금 조달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투자는 공개했지만, 투자자는 숨겼다
이런 배경 속 태광산업은 외부 자금 조달의 일환으로 자사주 전량을 기반으로 한 교환사채(EB) 발행을 결정했다. 지난 6월 27일 이사회를 열고 3186억원 규모의 EB 발행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5일부터 2028년 7월 8일까지 주당 117만2251원에 태광산업 주식으로 교환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 EB의 인수자가 누구인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회사는 "일반 투자자이며, 그룹이나 대주주와는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정작 공시에는 '미확정 사항'으로만 기재됐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공시가 기업공시서식상 관례를 따르지 않은 이례적인 사례로 보고 관련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다.
약 3200억원 규모 교환사채 발행을 둘러싸고 언론과 시장의 지적이 이어지자, 태광산업이 이날 관련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사주를 활용한 EB 발행은 사실상 3자 배정 유상증자와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트러스톤 측이 추천한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트러스톤 측은 "기존 주주 지분 가치를 희석시키는 조치이자 정부가 추진하는 자사주 소각 기조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법적 대응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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