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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의 내가 모습에 대리가 못 배웠건1949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1주년 기념행사 모습. 행사장 건물 상단에 “한번뭉처('뭉쳐'의 당시 표기) 민국수립, 다시뭉처 실지회복”이란 구호가 눈에 띈다. 국가기록원 제공



한번 뭉쳐 민국(民國)수립, 다시 뭉쳐 실지(失地)회복.

1949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1주년 기념행사 때 등장했던 구호(국가기록원)다. 일제 강점에서 벗어나 나라를 세운 것처럼, 남북 분단도 극복해 '잃어버린 북녘땅'을 되찾겠다는 국가 차원의 신념이 반영된 문구였다. 1960년대 말~70년대 초, 국민 10명 중 9명은 통일이 '꼭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1945년 8·1 신협서민대출 5 광복 직후 미국·소련의 한반도 분할 점령으로 남북 분단이 초래된 지 딱 80년이 된 올해, 한국인의 뇌리에서 '통일=공동체의 신념'이란 인식은 희미해지고 있다. 최근 몇몇 기관의 조사 결과를 보면 10명 중 3, 4명은 통일을 불필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이 개인의 이익과 무관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10명 중 8명에 육박한다. 통일을 바라 새마을금고 인터넷뱅킹 오류 보는 시민들의 관점이 뿌리부터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남한과 북한)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임종석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는 주장마저 진보 진영에서 나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임 이사장은 최근에도 "북한의 실체를 존중하고 인정하자"고 제안해 '통일 온라인주식담보대출 논쟁'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폈다.
서울대와 통일연구원이 각각 조사해 매년 내놓고 있는 '통일의식 조사 결과' 등을 통해 남북통일에 대한 국민들 생각이 수십 년에 걸쳐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살펴봤다. 아울러 임 이사장이 던진 '남북 두 국가론'의 현실화 가능성도 짚어봤다.

'승공' 1960·70년대, 모기지론대출한도 "통일 무조건 돼야" 절대적
통일연구원 등에 따르면 남북통일 관련 첫 국민인식조사는 연구원의 전신인 '국토통일원'이 1969년 실시한 '국토통일에 관한 여론조사'였다. 당시 응답자 90.6%는 '통일은 꼭 돼야 한다'고 답했다. 1971년 국토통일원의 동일한 조사에서도 '통일이 꼭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한 비율 디딤돌 금리 은 91.5%에 달했다.



1969년 6월 서울 광화문 부근에서 열린 '승공 반공' 시가행진대회. 정부 e영상역사관 제공


이처럼 높은 응답률은 남북통일을 '민족의 사명'으로 여겼던 시대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반공은 '국시(國是·국가 이념)'였고, 한국전쟁 이후 북한 정권이 차지한 휴전선 이북 지역을 힘으로 되찾아야 한다는 인식도 짙었다. 5·16 군사 쿠데타 후 개정된 1962년 헌법에도 남북통일 뒤의 국회의원 수에 관한 조항이 신설되면서 '국토 수복'이란 표현이 처음으로 명시됐다. 이 표현은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발표 등 대화 국면이 조성되며 70년대 이후 고쳐진 헌법에선 사라졌다. 그러나 남북 대결 관점에서 통일을 '민족적 과제'로 보는 국민 시각은 여전했다. 공산주의 체제에 승리해야 한다는 뜻인 '승공(勝共)'이란 단어도 사회 곳곳에서 통용됐다.



1975년 5월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향토수호 반공 궐기대회. 서울기록원 제공



2000년대 '당위성' ↓… '부정적' 인식 ↑
하지만 21세기 들어 남북통일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여론은 급격히 사라지는 추세다. 우선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넓게 퍼졌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2024 통일 의식 조사'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률은 '전혀'와 '별로'를 합해 총 35.0%에 이르렀다. 2007년 해당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였다. 매년 실시되는 이 조사에서 2007년 '통일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은 15.1%였는데, 17년 사이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반면에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2007년 63.8%에서 작년 36.9%로 절반 가까이 급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2007년부터 매년 실시하는 국민통일의식 조사 결과의 일부를 나타낸 그래프. ‘통일이 남한에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란 응답자 비율(주황색 선)은 지난해 57%로, 조사 시작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제공


통일에 냉담한 시선의 확산 배경에는 남북통일을 당위가 아닌 '실용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한몫하고 있다. 통일의 필요성과는 무관하게 '북한과의 통합'은 한국(남한)의 이익, 나아가 개인의 이득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지난해 서울대 조사에서 응답자 57.0%는 '통일이 남한 전체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조사 시작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통일이 개인에게 이익이 안 된다'는 응답률도 76.8%에 달해 2013년(78.2%)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한때 남북경제협력의 상징으로 통했던 개성공단의 송전탑 4기가 지난해 11월 30일 균형을 잃고 연쇄 붕괴하는 장면. 통일부가 나흘 뒤인 같은 해 12월 3일 공개한 사진들이다. 통일부 제공


2014년 시작된 통일연구원의 의식 조사 결과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올해 2월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통일은 나의 이익이 된다'는 응답자 비중은 작년 기준 30.6%에 머물렀다. 40%를 넘긴 적은 11년간 단 한 차례도 없다. 특히 1991년 이후 출생한 세대의 경우, 통일을 자신의 이익으로 여기는 비율이 23.5%에 그쳐 다른 세대보다 유의미하게 낮았다. 연구진은 "통일이 되면 북한 주민들에게만 이득일 뿐, 자신은 얻을 게 없다는 시각이 일관되게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일은 후대에"… '두 국가론' 실현 가능성은?
최근에는 '통일에 대한 회의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에서 통일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임종석 이사장의 '두 국가론'이 대표적이다. 임 이사장은 지난해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에서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자"며 시민들의 의식 변화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들 내부에도 통일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존재한다"며 "젊은 세대로 가면 강한 의구심은 '강한 거부감'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그는 "'두 국가론'은 엄밀히 말하면 평화공존론"이라며 "통일은 미래 세대에게 넘기고 지금은 남북 두 체제의 평화에 집중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1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임종석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광주=뉴스1


임 이사장은 올해에도 유사한 주장을 펼쳤다. 이달 9일 페이스북에 그는 "남과 북 서로의 실체를 명실상부하게 인정하는 것은 대화를 위한 중요한 바탕"이라고 썼다. 임 이사장 측 한 인사는 13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작년 입장과 달라진 것은 없다"며 "남북이 맺은 모든 합의를 북한이 무효화한 현 상황을 인정하고,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전략적이고 현실적인 논의를 먼저 펼치는 게 젊은 세대의 통일 의구심을 해소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오른쪽 두 번째)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 참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다만 임 이사장의 접근법이 현 정부의 대북·통일 정책에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정부는 '자유민주적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정책으로 통일을 지향한다'는 헌법 조항을 준수하면서 대북 정책 기조를 잡을 것"이라고 전망한 뒤, "헌법의 통일 관련 조항을 고치지 않는 한 (임 이사장 주장처럼) '통일'을 미뤄 둘 순 없다"고 짚었다. 이어 "당장 통일이 어려워도 한국이 국제사회에 내놓을 '통일에 대한 입장'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임 이사장의 '두 국가론'은 다소 비논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도 '통일 지향'을 직접 언급했다. 15일 광복절 80주년 경축식 축사에서 이 대통령은 "남북은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인정하되,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의 특수관계"라며 "어떠한 형태의 흡수 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체제 존중' 메시지를 담는 한편,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뿐 아니라 임 이사장의 '평화 공존 두 국가론'에도 선을 그은 것이다. 앞서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 13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서 △남북관계를 화해·협력으로 전환하고 △다방면의 남북교류협력과 평화공존의 제도화를 추진해 '한반도 리스크'를 '한반도 프리미엄'으로 바꾸겠다는 큰 틀의 목표를 내걸었다.
윤현종 기자 bell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