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필의 인생 낚시터] 먼저 간 친구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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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상한 선생님이 있었다. 그는 강원도 홍천 깊은 산골에서 맏아들로 태어났다.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장학금을 받는 금오공고를 갔고, 졸업 후 헬리콥터 정비를 하는 하사관으로 장기 복무를 하였다. 정비하다가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을 때 간호장교를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남들보다 7년 늦게 사범대를 진학해 학생운동을 열심히 하면서도 단번에 임용시험에 합격하여 경기도의 영어선생님이 되었다.

좀 놀아본 그는 누구보다 아이들을 잘 이해했고 아이들이 청소년기를 어떻게 보내야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지를 깊이 고민했다. 1990년대 후반 교육운동이 나갈 방향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시절 그는 지금 혁신학교의 모태인 '새로운 학교' 운동을 시작하였다. 입장이 다른 사람들의 견제 속에서도 사람을 모으고 결속시켜 혁신학교 운동이 뿌리를 내리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주말마다 새로운 학교의 모델을 연구하는 모임을 이끄느라 자신과 가족을 돌볼 새가 없었다.

2000년대 후반 혁신학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모두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주력하자고 할 때 그는 입시에 종속된 고등학교를 바꾸지 않으면 교육을 바꿀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흥덕고 설립 단계부터 기획을 책임지고, 혁신부장을 맡아 흥덕고가 혁신학교로서 자리 잡는 데 큰 몫을 담당했다. 이후 고등학교 혁신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는 고교 학점제 정착이 중요하다고 보고, 갈매고등학교에서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는 일찍부터 나랑 죽이 맞아 교육과 세상 이야기로 날 새는 줄 몰랐고, 무엇보다도 나랑 낚시를 가장 많이 함께한 동료였다. 누군가 낚싯대를 휘두르다가 나무에 찌를 걸면 그는 톱을 입에 물고 나무에 올라 챙겨오고, 수초에 찌를 걸면 낫을 들고 물속으로 들어가 챙겨온다. 저녁에 출출해질 때면 손수 담근 김치와 밑반찬이 나오고 라면이 등장한다. 그동안 우리는 그의 '신비롭고 놀라운 능력'을 칭송하며 편안하게 낚시를 즐겼다.

그는 남들이 기피하는 일을 잘했다. 우리는 늘 그가 좋아서 감당하는 일이려니 했다. 함께하는 우리는 너무 편하고 좋았다. 그래서 늘 그가 필요했다. 은퇴 후 모여 살자며 함께하는 노년에 대해 멋진 상상을 했다. 그가 회복하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을 때 모두들 절망했다.

그런데 낚시를 몹시 좋아하고 붕어도 좋아하는데, 정작 그가 낚시하는 시간은 별로 없다. 낚시에 집중할 시간이면 의자에 앉은 채 잠들어 있다. 낚시꾼이 잠만 잔다고 구박을 했는데, 알고 보니 폐암이 임파선을 타고 뇌와 경추, 신장, 뼈로 전이되어 쇠약해진 탓이었다.

어디 낚시뿐이랴? 돌아보면 2010년대 혁신학교를 전국으로 확산하는 과정에서 전국 곳곳을 가장 많이 쏘다닌 사람 중 한 명이 김주영이다. 많은 사람을 태우려 승합차를 몰고, 먼 길 떠나면 늘 운전대를 잡던 그는 정말 운전을 좋아했을까? 식구들을 위해 복숭아 갈비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어머니의 심정으로 그는 늘 운전대를 잡았으리라. 어디선가 일이 터지면 김주영을 찾는다. 궂은일이면 늘 그 자리에 김주영이 있다. 우리는 늘 김주영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우리 모두가 김주영의 마지막 남은 기운까지 불태우게 한 것이리라.

어디 김주영뿐일까? 우리는 곳곳에서 얼마나 많은 김주영을 부려먹고 산화시켜 왔나? 지금도 여전히 세상의 궂은일, 남의 짐을 떠맡아 묵묵히 일하는 이들이 곳곳에 많이 있을 것이다. 그의 소식을 듣자마자 학기 중임에도 전국에서 1000명이 넘는 선생님과 제자들이 모여들었다. 다들 같은 마음이리라.

그런데 하늘나라에서 김주영이 우리 올 때를 기다리며 또 온갖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을까? 친구, 이제 고만해라. 거기서는 우리가 할게.

[정광필 50+인생학교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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