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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앞에만 재떨이 놓여 있지만, 담배 핀 흔적은 없어
적어도 '담배 피는 김정은' 보도는 없어질 가능성

북한에서 지난 4일 금연법이 통과됐다. 흡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인데, 당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부터 애연가여서 실효성에 의문이 나왔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김정은부터 담배를 끊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 뒤 김정은이 공개석상에 나타났는데, 책상에 재떨이는 놓여 있었지만 담배를 핀 흔적은 없이 깨끗했다. 앞으로 북한 매체가 김정은이 담배 피는 모습을 보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2017년 9월 10일 열린 수소탄 시험 성공 기념 축하연에 김정은과 발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이 담배를 들고 부인 리설주와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앞서 지난 4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전원회의를 열고 담배 생산과 판매, 흡연 통제를 강화하는 금연법을 채택했다. 금연법은 극장·영화관 등 공공장소, 어린이 보육기관, 교육기관, 의료·보건시설, 상업·금양 봉사시설, 공공운수수단 등에 흡연금지장소를 지정하고 흡연질서를 어겼을 때 처벌하는 내용이다. 북한은 2005년 '금연통제법'을 제정하고 공공장소에서 흡연 등 금연 통제를 강화했으나, 이번에 강화한 법을 채택한 것이다.

이 법이 채택된 지 11일이 지난 15일, 김정은은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0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했다. 노동신문이 보도한 사진을 보면, 다른 참석자들과 달리 김 위원장 앞에만 재떨이가 놓여 있다. 하지만 담배를 핀 흔적은 없이 깨끗해 보인다. 관영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영상에서도 김 위원장은 담배를 피우거나 쥐고 있지 않았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0차 정치국 확대회의가 15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소집되었다고 16일 보도했다. 책상 위에 놓은 재떨이가 깨끗하다. /조선중앙TV 캡쳐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은 주요 회의나 현지 지도 때 주변 시선에 아랑곳 않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여러 차례 노출했다. 금연법이 김정은 흡연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는지는 알 수 없지만, 보도 방식에는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금연법이 제정되자 북한 내부에서는 이 법의 실효성에 의문이 나왔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정은이 현지지도 등에서 흡연하는 모습을 공개적으로 내보내 왔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5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했다. 사진은 나란히 앉은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왼쪽)과 박정천 군 총참모장. 책상 위에 재떨이가 없다./조선중앙TV 캡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6일(현지 시각)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이 "금연법이 채택되었다는 소식이 텔레비죤 보도를 통해 전해지자마자 주민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애연가로 알려진 꼭대기(김정은)부터 흡연통제를 받아야 되지 않냐며 비판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또 "황해도 수해피해복구현장이나 함경남도의 태풍피해복구현장을 시찰하는 최고존엄이 나이 많은 간부들 앞에서 유독 혼자서 담배연기를 날리고 있었다"며 "전쟁노병들을 비롯한 주민들 속에서는 나이 어린 지도자가 나이 많은 간부들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는 우리나라 전통 예절에 어긋난다면서 비판하고 있다"고 했다.

노동신문이 2015년 2월 5일 김정은이 평양화장품공장 현지지도를 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이 담배를 피우며 공장을 돌아보고 있다. /노동신문 캡처
평양외국어대학과 중국 대학에서 공부한 평양 엘리트 계층 출신 탈북자 이현승씨는 미국의소리(VOA)방송에 "흡연을 금지하는 공공장소들을 지정했던데, 그런 장소들에서는 원래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없었다"며 "김정은 혼자만 폈다"고 지적했다. "어린이집 가서 담배 피우는 사람이 어디 있나, 공용극장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이 (김정은 말고) 누가 있나"라는 것이다.

[손덕호 기자 hueyduc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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