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루블화 가치, 서방 제재에도 원상복구된 이유는

기사내용 요약중앙은행 금리 인상·루블화 판매 억제 등 방어책 효과[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 등 비우호 국가에 천연가스를 팔 때 대금을 유로나 달러가 아닌 자국 루블화로만 받겠다고 밝히자 루블화 가치가 8% 이상 반등했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을 비우호 국가 목록에 포함하면서 이들 국가에 채무를 지고 있는 러시아 기업과 시민, 지자체 등은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 채무 이행을 해도 된다는 정부령도 발표했다. 사진은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검수중인 루블화. 2022.03.25. 20hwan@newsis.com[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수준까지 회복했다. 서방의 강력한 제재에도 원상복구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31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이는 서방의 제재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루블화 방어책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인베스팅닷컴 기준 이날 루블화 가치는 1달러당 83.2루블로 장을 마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24일 1달러당 약 82루블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늘어나는 제재에도 한달여만에 침공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셈이다.미국이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 금지 조치 제재 가능성을 거론한 지난 7일에는 1달러당 158.3루블까지 가치가 폭락했었다.러시아는 어떤 정책으로 루블화 가치를 회복할 수 있었을까.우선 러시아 중앙은행은 최근 몇 주 동안 투자자와 기업들이 루블화를 팔려면 불이익을 주는 정책들과 에너지 수출 대금을 루블화로 받겠다고 하는 등 루블화를 사도록 강요하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중앙은행은 금리를 20%로 두 배 이상 올렸다. 또 러시아 내 거주 중인 고객들이 그들의 돈을 루블화로 유지하도록 장려했다.수출업자들은 외화 수입의 80%를 미국 달러나 유로화 대신 루블화로 바꾸라는 명령을 받았다.또 러시아 주식시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유가증권 매도를 금지했다.MOEX지수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장기 휴업 후 일주일 전 거래가 재개될 때 상승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이것이 공매도 금지 등 투자자들에 대한 제한 때문이라고 했다. 또 당시 거래가 허가된 종목은 33개 뿐이었다. 이번 주 거래가 전 종목으로 확대되자 지수는 다시 하락했다.이러한 조치는 루블화에 대한 수요를 인위적으로 유지, 상승시키면서 가치하락을 최소화한 것이다.러시아 경제가 제재로 급락한 상황에서 아무도 자발적으로 나서서 루블화를 구매, 보유하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분석가들은 "이런 조치에 의해 루블화가 반등하고, 주식시장 하락세가 덜했던 것이기 때문에 이를 러시아 경제가 회복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는 최근 러시아가 1990년대 이후 가장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으며 올해 경제는 당초 전망치보다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