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신구권력 ‘대충돌’… 정국 격랑 속으로

여야 ‘충돌’에서 대통령직인수위와 민주당 충돌로 ‘확전’신구 권력 싸움 양상이 민주당 대 인수위 ‘갈등’ 노골화국민의힘 ‘총력저지’ 태세… 이준석 “민주당, 근육자랑”민주당 “검찰이 가진 수사·기소권 분리, 국민위한 방향”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42회 장애인의 날 주간 '장애인문화예술 전시회' 개막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헤럴드경제=홍석희·신혜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을 타기관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강행처리키로 하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와 정면 충돌 양상이다. 신구권력 힘겨루기가 국회를 넘어 대한민국 정국의 정중앙으로 밀려 들어왔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검찰 수장은 ‘사즉생의 각오’로 반대하겠다고 나섰고, 민주당은 야당이 되기 전 ‘입법 강행’을 예고했다. 청와대는 ‘무입장’을 유지했다.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는 13일 오전 입장문을 내고 “즉각 중단해야 한다. 검찰 수사권의 완전 폐지는 헌법이 검사에게 영장 신청권을 부여한 헌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헌법 파괴행위에 다름없다”며 “형사사법 체계의 개편이나 조정은 오로지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이라는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 특정 인물이나 부패 세력을 수호하기 위해 국가의 수사 기능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전날 민주당은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검찰 수사권을 경찰 등 타기관에 넘기는 것을 골자로한 법률안 개정을 당론으로 채택·추진키로 확정했다. 민주당은 표결 없이 만장일치로 관련 입법 사항을 확정했다. 이에 따르면 검찰은 향후 수사권을 상실하게 된다. 다만 경찰의 비위가 확인될 경우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있는 견제 수단 정도만 남게 된다. 단 헌법에 명기된 검찰의 영장청구권은 그대로 검찰에 남는다.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에 대해 ‘총력저지’하겠다고 밝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민주당의 이익만을 위해서 또 이재명 후보의 이익만을 위해서 이루어진 일”이라며 “검찰의 수사권을 대신할 만한 범죄대응방안을 만들어놓고 해야하는데 전혀 준비가 안 돼있다. 일단 검찰 수사권을 빼앗고 중대범죄수사청은 나중에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 대해 “국회 법이 정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개혁이 완성됐다고 했는데 법이 시행된지 1년 밖에 안됐는데 어떤 사정변경이 있었는지 납득할만한 설명이 없었다. 결국은 민주당 정부를 위한 법”이라고 말했다.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 “민주당이 ‘대선은 졌지만 이래 봬도 172석이 있으니까 힘 자랑해 볼게’라는 그냥 근육 자랑을 하는 것”이라며 “야당이 반대하는 것을 밀어붙여서 이득 본 게 없는데 또 선거를 앞두고 이렇게 하려는 걸 보니 학습 효과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이 대표는 “(수사권 조정은) 수사 역량이 중간에 비지 않게 장기 과제로 스무스하게(매끄럽게) 하는 게 중요한데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에 올리겠다는 것은 기획된 쇼에 가깝다”며 “제가 여론전을 못 해서 안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민주당이 설마 이걸할까 하는 생각 때문에 기다리고 있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완전히 박살 날 것이다. ‘지민완박’이다”이라고 밝혔다.김오수 검찰총장도 반대 움직임에 동참했다. 김 총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필사즉생’의 각오로 법안을 저지하겠다”며 “4·19 혁명 이후 헌법에는 수사 주체를 검사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안이 추진되면 범죄자는 만세를 부를 것이고, 범죄 피해자와 국민은 호소할 데가 없게 된다. 그야말로 정의와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윤호중·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등이 13일 대전시당에서 열리는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대전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민주당은 강행 의사를 재확인했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과 언론이라는 우리 사회에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특권 영역을 해체하는 데 민주당이 나선 것”이라며 “수사·기소권 분리가 나라를 위한, 국민을 위한 방향으로 가야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고, 그에 맞춰서 민생과 정치개혁 또한 함께 이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윤 위원장은 현충원 참배 방명록에도 ‘특권 없는 대한민국,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민주당이 더 개혁하고 더 혁신하겠다’고 적었다.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추진의사를 방명록에도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도 “당에서 결정한 사안을 존중한다. 당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국가수사권 정상화를 위해서 수사·기소권 분리가 나라를 위한 국민을 위한 방향으로 가야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국회 법사위 여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 “어제 의원총회에서도 어떤 분(의원)이 ‘자기는 원래 수사권을 분리하는 것에 반대했는데 검찰이 집단적으로 하는 것을 보니까 더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고 전하며 ““공무원이 제도를 개편한다는데 저렇게 집단적이고 공개적으로 이의를 표명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지적했다.박 의원은 “그 의원이 이야기하길 ‘검사들은 법 위에 있는 존재라고 스스로 생각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검사들도 그런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며 “지금 나오는 많은 반론은 ‘경찰은 수사를 잘 못 하고 검찰은 수사를 잘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경찰의 수사능력을 신장시키지 않고 ‘지금은 검찰이 잘하니 계속 검찰이 (수사) 하게 하자’는 것은 사실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여당 법사위원인 김용민 최고위원은 검찰의 조직적 반발에 대해 “결정적으로는 돈 문제가 엮여 있을 수 있다. 검사들이 퇴임해서 변호사를 개업해야 되는데, 검찰한테 권한이 많이 있어야, 특히 수사권까지 같이 가지고 있어야 검찰 전관들이 돈을 벌기가 쉬운 구조”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관련법 입법 사항에 대해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진성준 의원은 전날 청와대는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한편 국회 안팎에선 오는 28일 본회의가 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상정을 가정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국회 본회의 시간 지연을 예고하는 등 국회법 절차에 따른 반대 행동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