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상장 열풍'…亞기업 美증시 노크

마켓컬리·그랩도 美증시 상장 추진마켓컬리 "연내 美 증시 상장 목표""그랩, 스팩 합병 통한 상장 논의중"(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방성훈 김보겸 기자] 한국 쿠팡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 성공으로 한국 기업은 물론 아시아 기업까지 미 증시 상장 추진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별도의 기사를 통해 한국 신선식품 배달업체 마켓컬리와 동남아시아판 우버인 그랩이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그 배경에는 한국 쿠팡의 성공적인 뉴욕증시 데뷔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쿠팡은 이날 화려한 미 증시 데뷔전을 치렀다.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돼 이날 첫 거래를 시작한 쿠팡의 시초가는 63.50달러로 최종 공모가(35.00달러) 대비 81.43% 급등했고, 이날 마감가는 주당 49.25달러를 기록했다. 상장 첫날 ‘대박’으로 시가총액은 886억 5000만달러(약 100조4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시가총액 기준 미 뉴욕증시에 상장한 외국기업 중 알리바바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국내 기업 중에서도 시총 기준 삼성전자 다음으로 몸집을 불렸다. 미 증시가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호황기라는 점은 신규 상장 기업들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환경이다. 이에 더해 한국 쿠팡이 상장 대박을 터뜨리며 자신감을 얻은 아시아 기업들이 미 주식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WSJ은 이날 “쿠팡에 이은 또다른 한국의 배달업체가 미국의 기업공개(IPO) 열풍을 포착했다”며 “쿠팡의 경쟁사 중 한 곳인 마켓컬리가 미 뉴욕증시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쿠팡이 미 주식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금 조달에 성공하고, 안정적 경영 기반을 닦은 것이 국내 경쟁업체들에 큰 자극을 주게 됐다는 것이다. 김승아 마켓컬리 대표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금융업계 관계자들과 연내 상장을 위한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이다. 마켓컬리는 고객이 저녁 11시 이전에 식품을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 이전에 배송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신선식품 배달 전문업체다. WSJ는 2014년에 설립 된 마켓컬리가 한국 돈으로 약 1조원, 미화로는 약 8억 8000만달러의 시장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켓컬리 내부 자료를 인용해 마켓컬리를 다시 찾는 이용자 비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이는 업계 평균치인 29%를 훨씬 웃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한국 온라인 시장은 자체 물류 시스템을 통한 안정적 배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내부 물류 시스템을 늘려가고 있지만 아직 배송물량의 상당 부분을 UPS나 미 연방우체국(USPS) 등 외부에 의존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이 크다는 점도 마켓컬리 상장엔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5위의 온라인 쇼핑 시장이다. 올해 성장률은 11%에 달해 1160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세계 5대 시장 중 가장 빠른 속도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는 미국과 영국, 중국, 일본보다 앞선 수치다. 김 대표는 “마켓컬리가 선별해 제공하는 제품들을 직접 맛보고 있다”며 “사업을 다른 제품 영역으로 확장하기보다는 계속 식품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사진=AFP)WSJ는 또 별도의 기사에서 소식통을 인용,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동남아 차량공유서비스 및 배달 플랫폼 ‘그랩’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의 합병을 통해 상장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그랩이 알터미터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보유한 스팩 중 하나와 합병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수주 내로 합병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동남아의 우버’로 잘 알려진 그랩은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차량 공유서비스 사업을 시작으로 출발한 스타트업이다. 2018년 3월 우버의 동남아 사업을 인수한 것을 계기로 관련 사업 부문에서 동남아 최대 업체가 됐다. 현재는 배달서비스, 금융, 결제, 쇼핑, 예약, 보험 가입 등을 망라한 종합 경제 플랫폼으로 성장했으며,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8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자금조달 당시 그랩의 기업가치는 150억달러로 책정됐으며 소프트뱅크그룹과 우버 테크놀로지스, 도요타자동차 등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번 스팩 합병에 성공하면 합병 회사의 가치는 350억∼400억달러 사이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그랩은 합병과 상장지분 사모투자(PIPE)를 통해 30억∼4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그랩은 지난 1월 중순까지만 해도 IPO를 통해 미 증시에 상장하려 했지만 최근 미 증시에 스팩 열풍이 불어닥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데이터 정보분석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미 증시의 스팩 합병 규모는 730억달러로, 전체 IPO의 약 70%가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진행됐다. 최대 400억달러로 평가되는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스팩 합병을 통한 최대 규모의 상장이 된다고 WSJ은 설명했다. 최대 규모 스팩 합병 상장은 지난해 9월 발표된 유나이티드 홀세일 모기지와 고어스 홀딩스 Ⅳ 스팩의 160억달러다. 만약 협상이 결렬되면 그랩은 처음 계획했던대로 IPO 방식의 상장을 추진할 전망이다. 뉴욕증시 상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얘기다.방성훈 (bang@edaily.co.kr)▶ #24시간 빠른 #미리보는 뉴스 #eNews+▶ 네이버에서 '이데일리 뉴스'를 만나보세요▶ 빡침해소, 청춘뉘우스 '스냅타임'＜ⓒ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