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임대주택, 넓고 고급스러워진다

[경향신문] 분양과 구분 없는 ‘소셜믹스’노원구 하계5단지 ‘첫 대상’향후 5년간 공급 신규 물량기존 면적 1.5배로 넓게 지어30%를 60㎡ 이상 중형으로마감·인테리어 품질도 개선소형 중심이었던 서울의 임대주택 넓이가 1.5배 커진다. 마감재와 인테리어도 고급화한다. 임대와 분양 주택의 구분이 사라지는 완전한 소셜믹스로, 다른 임대주택으로의 이사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서울시는 다양하고 다층화된 서울 주거 수요에 맞춰 낙인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임대주택 3대 혁신 방안’을 18일 발표했다. 작고 불편한 집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품질을 개선하고 차별 없는 소셜믹스로 노후 단지를 재정비하는 것이 골자다.서울의 임대주택은 1989년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됐다. 예전 주거 기준과 사회적 인식에 따라 지어져 현재 임대주택은 대부분(92%) 전용면적 60㎡ 미만이다. 특히 40㎡ 미만 소형 주택이 58.1%나 된다. 3~4인 가구가 살 수 있는 60㎡ 이상은 8%에 불과하다. 최근 달라진 서울의 생활 여건과 가구 유형 등을 반영해 무주택 중산층과 신혼부부, 대학생, 사회 초년생 등이 원하는 다양한 주택 수요에 맞추는 것이 이번 혁신 방안의 목표다. 이를 위해 기존보다 면적을 1.5배 이상 넓혀 임대주택은 ‘작은 집’이라는 편견을 없애기로 했다. 향후 5년간 서울시가 건설·매입해 공급하는 임대주택의 신규 물량(12만호) 중 30%를 60㎡ 이상 중형으로 짓는다.인테리어와 마감재도 고급화하고 민간 분양아파트에 보편화된 운동 시설과 반려동물 공원 등 커뮤니티 시설도 도입한다. 내부 시설의 교체 주기도 단축해 주택 품질을 높이기로 했다. 시는 주택 자체의 품질을 높이는 한편 임대주택을 구분하지 않는 소셜믹스에도 공을 들일 방침이다. 차로변과 북향 등 선호도가 떨어지는 위치에 별도 동으로 임대주택을 한꺼번에 배치하거나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게 배제하는 등의 차별 요소를 걸러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반 분양과 임대 주택을 섞어 동·호수를 동시 추첨하는 공개 추첨제를 전면 도입한다. 엄격한 기준에 따라 제한적으로만 허용됐던 임대주택 주거이동도 원하면 누구나 가능하도록 한다. 서울시는 2026년까지 준공 30년 경과 영구·공공임대 24개 단지(3만3083호)를 이 같은 새로운 기준에 맞춰 단계적으로 재정비한다. 재건축 기간에는 주변 공공부지에 이주 단지를 조성해 거주지에서 계속 머물 수 있도록 한다.첫 대상지는 1989년 입주한 국내 첫 영구임대인 노원구 하계5단지로, 올해부터 추진하기로 했다. 품질을 높인 주택을 기존 640가구에서 1510가구로 늘려 공급하고, 완전한 소셜믹스는 물론 지역에 부족한 녹지까지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인근 중현어린이공원(7123㎡)에 도심주거복합단지를 만들어 2027년까지 입주민(581가구) 이주를 마친 뒤 2030년 준공한다는 계획이다.오세훈 서울시장은 “물량 늘리기 방식에서 벗어나 품질을 개선하고 차별과 편견을 없애는 데 집중해 누구나 살고 싶은 임대주택의 시대를 열어야 할 때”라며 “저소득 취약계층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을 넘어 시민들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임대주택으로 혁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