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아진 취업문에 프랜차이즈 창업으로 몰리는 2030

20대 예비창업자 상담 이어진 창업 박람회고비용 창업 아이템인데도 “2030 상담 늘었다”BBQ·bhc 등 유명 프랜차이즈도 2030 창업 급증5일 서울 대치동 세텍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창업 박람회에서 2030 예비창업자들이 창업 아이템들을 살펴보고 있다. /윤희훈 기자“창업 비용이 얼마나 들어요?”5일 서울 대치동 세텍(SETEC)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 무인 밀키트 판매 업체 부스를 찾은 한 20대 청년이 가맹본부 직원과 상담을 하며 물었다. 이 직원이 “매장 면적에 대략 5000만~6000만원 정도”라고 답하자 순수익은 얼마나 되는지, 창업비용은 대출이 가능한지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전시회 전문업체 월드전람이 주최한 이번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는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사흘동안 개최된다.박람회 장 다른 업체 부스에서도 많은 청년들이 창업 상담을 하고 있었다. 떡볶이 프랜차이즈 업체 ‘신참떡볶이’의 상담 안내 직원은 “주요 가맹점주의 나이대를 30~40대로 상정하고 있는데, 이번 박람회에는 20대 청년들의 상담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 직원은 “이전 창업 박람회에도 20대들이 많이 오긴 했지만, 그 때는 재미로 온 듯한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에 온 20대들은 상당히 진지했다”며 “가게를 낼 지역도 명확하고, 브랜드에 대한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하고 왔다. 창업에 대한 의지가 느껴졌다”고 덧붙였다.본아이에프의 도시락 프랜차이즈 ‘본도시락’은 아예 20~30대를 겨냥해 ‘2030 창업자 비욜 44.4%’라고 써진 배너 광고까지 내걸었다. 초기 창업 비용이 많이 들어 40~50대가 많이 찾는 시설 프랜차이즈 업종에도 2030 세대의 상담이 늘었다고 한다.20대 예비창업자들이 무인 편의점 부스에서 창업 상담을 받고 있다. /윤희훈 기자한 스터디카페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타 업종 대비 시설비가 많이 들어 40~50대가 많이 상담을 했지만, 최근에는 30대 창업 상담이 많은 편”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무인 운영 방식을 채택해 투잡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라면서 “초기 비용은 많이 들어가지만 근무 피로도가 낮고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라고 말했다.코로나19 이후 우후죽순 생겨난 밀키트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2030 사장님 모시기에 주력 중이다. 개그맨 윤형빈이 대표를 맡고 있는 ‘하이키친’은 20대가 선호하는 유튜브 마케팅 등을 내세우며 예비 창업자들을 유혹했다. 다른 밀키트 프랜차이즈 ‘셰프인하우스’도 가맹비·교육비 면제 혜택과 소자본 창업을 내세우며 2030 예비창업자와의 상담을 이어갔다.이날 박람회를 찾은 한 20대 예비창업자는 “취업 기회가 잘 열리지 않아 창업을 준비하게 됐다”면서 “괜찮아 보이는 사업 아이템은 비용이 많이 들고, 비용이 적게드는 아이템은 브랜드도 생소하고 사업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밀키트 업체에서 상담을 받은 한 입장객은 “현재 합정에서 요식업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추가 창업 아이템이 있을지, 혹은 간판이나 내부 디자인을 개선할 때 도움을 받을만한 업체가 있는지 보러 왔다”면서 “매장을 내기 전에, 해당 업종에서 직원으로 근무하며 직접 경험을 해보는 게 좋다”고 예비 창업자들에게 조언했다.40대 이상의 예비창업자들은 ‘무인빨래방’이나 제과 전문점 프랜차이즈처럼 창업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드는 업체에서 상담을 받고 있었다. 이번 박람회에 참가한 루시카토 베이크 카페 관계자는 “우리 체인점은 30평 매장 기준으로 창업 비용이 1억5000만원 가량 소요된다”면서 “타 업종 대비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40대 이상 예비창업자들이 많이 상담을 한다”고 말했다. 루시카토 베이크 카페는 백화점 식품관에 많이 입점해 있는 케이크 전문 브랜드 ‘루시카토’의 서브 프랜차이즈 브랜드다.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창업박람회장에 2030 세대가 몰리는 것에 대해 “취업난으로 실제 2030세대의 창업이 늘어난 게 가장 큰 이유”라면서도 “연령대에 따라 창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차이가 있다. 40대 이상은 보수적인 경향이 있어서 박람회장은 정보를 얻는 자리로 많이 활용하고, 실제 가맹 계약은 유명 업체들과 하는 것을 선호하는 반면, 젊은 세대는 초기 투자비용 절감을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지침을 내렸지만, 중장년층은 아직 다중 집합시설 방문을 기피하는 것도 일부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청년 체감실업률 추이. /한국경제연구원 제공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이 채용을 소극적으로 진행하면서 청년들의 취업난이 극심해졌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층의 실업률은 지난해 9.0%로 전체 평균 실업률(4.0%)의 2.3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청년 체감실업률은 25.2%로 청년 4명 가운데 1명은 사실상 실업 상태로 집계됐다. 한경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고용 상황이 급격이 악화되면서 청년층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재확산 및 장기화로 청년 고용 상황 개선이 매우 더딘 상황”이라고 말했다.취업길이 막힌 청년들은 프랜차이즈 창업으로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본아이에프가 운영하는 본도시락에 따르면 신규 출점 매장 중 2030 청년 창업자의 비중이 지난 9월말 기준 44.4%로 2019년 동기간 대비 19.3%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프랜차이즈 대표 업종인 치킨가게 창업도 2030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bhc치킨에 따르면 2014년 3%에 불과했던 20대 점주 비중은 2019년 18%까지 늘었다. 지난해엔 20대 가맹점주 비중이 23%를 차지했다. 올 3분기 기준으로는 신규 매장 오픈을 위한 교육 수료자 중 20대의 비중이 28%나 된다. bhc치킨 관계자는 “20대 점주 비중이 타 연령대보다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면서 “청년 창업 확대가 일시적 트렌드가 아닌 패러다임의 변화로 보인다”고 말했다.배달 특화 사업 모델 BSK(BBQ Smart Kitchen)을 선보인 BBQ치킨도 2030세대 창업이 증가 추세다. 2019년 48% 수준이었던 BBQ 창업자 중 2030세대 비중은 2020년 52%, 2021년 60%로 확대됐다.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BBQ와 bhc는 치킨 프랜차이즈 중 대표 업체로 타 브랜드 대비 창업 비용이 많이 소요돼 경제적 기반이 약한 2030세대의 창업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면서 “이 브랜드들의 청년 창업이 이만큼 늘었다면, 적은 비용으로 창업할 수 있는 치킨 브랜드의 2030 창업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