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李후보 굉장히 유연” 野 “국민만 혼란, 사과하라”

전국민 지원금 논란 끝에 철회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정당쇄신, 정치개혁 의원모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지도부가 대선 전 지급을 공언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전격 철회된 가장 큰 이유는 재원 부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은 연말 예상되는 약 19조원의 초과 세수 중 8조원 정도를 관련 예산으로 쓸 수 있다고 분석했지만, 추계와 달리 정부가 실제로 보고한 가용 재원은 2조5000억원에 불과했다. 당 지도부가 국정조사까지 거론하며 기재부를 압박했지만, 20일 만에 거둬들인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 후보가 생각이 굉장히 유연한 것”이라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사과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사실관계를 확인하니 초과 세수를 이연(미루기)·납부 유예한 재원으로는 일상회복지원금을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여당은 당초 1인당 20~25만원 수준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했지만 기재부가 반대하자 “올해 발생한 초과세수 일부를 내년으로 유예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국가재정법은 당해 연도에 초과 세수로 못 쓰고 남는 돈(세계잉여금)은 지방교부세, 국채 상환 등에 우선 써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박 의장은 “우리가 필요한 금액이 8조~10조원인데 그 정도가 이연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느라 시간이 걸렸다”며 “국세청 등을 불러 확인한 결과 기재부의 납부 유예 금액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금액이 적다고 판단됐다”고 했다. 여당은 초과세수 약 19조원 중 7조~8조원을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부가 보고한 가용 재원은 2조5000억원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연 금액 6조6000억원의 대부분을 유류세 인하에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박 의장은 “본예산으로 담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이 후보도 이날 당으로부터 재원 관련 확인 결과를 보고받은 후 최종적으로 전 국민 지원 주장을 철회하기로 했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50% 이상이 전 국민 지급을 반대하고, 당정 갈등이 장기화하는 것에 따른 부담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박 의장은 “보는 사람마다 관점이 틀리겠지만 개인적인 소회는 굉장히 유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이 후보의 고집에서 비롯된 소모적 논쟁으로 국민은 혼란을 겪었고 당정이 낯 뜨거운 싸움을 벌였다”며 “‘아쉽다’가 아니라 ‘죄송하다’가 먼저여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 후보 제안에 따라 전 국민 지급 등 ‘이재명표 예산’을 일사불란하게 지원했던 민주당 지도부도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날 일부 의원이 선대위가 차려진 당사로 전화해 진위 여부와 철회 배경을 파악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박 의장은 ‘대선 전까지 재난지원금 얘기가 나올 일이 없냐’는 기자들 질문에 “현재로선 그렇다”고 했다.윤석열, 중진의원들과 오찬 - 윤석열(가운데)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8일 중진 의원들과 오찬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 들어가고 있다. 이날 회동에는 주호영, 김태호, 윤한홍, 하태경 의원과 심재철 전 의원, 유정복 전 인천시장 등이 참석했다. 윤 후보 오른쪽은 국민의힘 권성동 사무총장. /연합뉴스이런 가운데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종합부동산세, 기재부 역할론 등을 놓고 충돌했다. 이 후보는 이날 공개된 뉴스1 인터뷰에서 “기재부가 예산 권한으로 다른 부처의 상급 기관 노릇을 하고 있다”며 “예산 기능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후보 측은 예산 편성권을 떼어 내 국무총리실에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윤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은 정부 금고를 집권 여당의 현금지급기로 생각하는 것이냐”고 했다.종부세를 두고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윤 후보를 향해 “종부세를 ‘폭탄’으로 규정했는데 실제 납부하는 1주택자는 전체의 1.7%”라며 “1.7%만 대변하는 정치는 하지 말라”고 했다. 반면 윤 후보는 “집권하면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면제를 비롯해 종부세 세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고가의 부동산을 소유했거나 다주택을 가진 국민을 범죄자 취급하며 고액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마치 정의의 실현인 것처럼 주장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