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재해보험 손해평가사 '무더기 합격' 논란

올해만 2233명…압도적 '역대 최다'반복된 출제 오류…자격 '의문부호'농업재해보험 손해평가사 시험 합격자 수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데일리안 = 부광우 기자] 농작물 재해 피해의 보험금을 산정하는 농업재해보험 손해평가사 선발 시험에서 출제 오류로 무더기 합격 사태가 벌어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제도가 시행된 후 지난해까지 6년 간 합격증을 받아 간 총 인원보다 올해 한 해 새로 자격을 딴 인원이 더 많았을 정도다.기후 변화 등으로 인한 농촌의 피해가 늘면서 이와 관련된 연간 보험금 지급액만 1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현장에서 이를 담당할 손해평가사의 자격을 둘러싼 의문부호도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15일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올해 치러진 농업재해보험 손해평가사 시험의 최종 합격자는 2233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이는 2015년 첫 시험이 진행된 이후 지난해까지 역대 전체 합격자를 더한 것보다도 많은 숫자다. 올해 전까지 연도별 손해평가사 시험 합격자 수는 ▲2015년 430명 ▲2016년 167명 ▲2017년 260명 ▲2018년 129명 ▲2019년 153명 ▲2020년 566명 등으로 총 1705명이었다.농업재해보험 손해평가사 시험의 합격자가 올해 갑자기 늘어난 건 출제 오류의 영향이 컸다.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문제가 된 항목을 채점하는 과정에서 수험생 모두를 정답 처리하면서다.한국산업인력공단은 올해 손해평가사 2차 시험에서 감귤과 관련된 18번 문제의 소문항 3개 중 2개를 이 같이 채점했다. 해당 문제 지문에 등장하는 등급 외에 정상과실수를 포함시킨 것은 업무방법서 표본주 조사 방법과 다르다는 이유에서다.농업재해보험 손해평가사 시험의 출제 문항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이단 이번만의 일이 아니다. 2019년에 시행된 2차 시험에서도 출제 오류가 확인돼 문항을 전원 정답 처리하는 등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1조 보험금 관리 '도마'농업재해보험 손해평가사는 이름 그대로 농작물이 입은 피해 규모를 실사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농작물 재해보험을 운영하고 있는 NH농협손해보험은 이들의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보험금을 지급한다. 자격시험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인력 교육과 관리는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 총괄하고 있다. 이후 농업재해보험 손해평가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농어업재해보험협회 등에 속해 활동하게 된다.손보업계 관계자는 "농작물 재해보험금 지급 시 농업재해보험 손해평가사의 조사가 기초 자료가 되고, 농협손보는 이 중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사안에 자체 손해사정을 실시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제도가 마련된 지도 벌써 5년이 넘었지만 농업재해보험 손해평가사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자격을 취득한 이들 3명 중 1명은 활동을 하지 않는 이른바 장롱면허 소지자임에도, 합격자만 계속 양산되고 있어서다.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업정책보험금융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농업재해보험 손해평가사 시험에 합격하고 실무교육을 이수한 1678명 중 실제로 활동하는 인원은 1149명으로 68.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문제는 장파나 한파 등 기상 이변이 잦아지면서 농작물 재해보험의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농가에 지급된 농작물 재해보험금은 1조192억원으로 5년 전인 2015년의 529억원에 비해 스무 배 가까이 급증했다.손보업계 관계자는 "농작물 재해보험금에 대한 수요가 지속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관련 인력의 전문성과 신뢰 강화에 더욱 힘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