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와인] 얄타회담 오른 조지아 와인… 8000년 역사 담은 카바이 코퍼스

고대 조지아 와인 제조법 이어가/카바이 와이너리 홈페이지2차 세계대전이 끝나가던 1945년, 미국·영국·소련 정상은 크림반도에서 얄타회담을 했다. 각국 정상은 다가올 독일 패전과 전후 처리에 대해 합의하고 만찬을 가졌다.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서기장은 이때 ‘조지아 와인’을 추천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 등이 참석한 자리였다.고대 조지아는 가장 오래된 와인 발상지로 꼽힌다. 조지아 코카서스 산맥에서 기원전 6000년쯤 만들어진 와인 항아리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조지아에선 포도를 껍질과 씨를 제거하지 않고 항아리에서 천천히 발효시켜 와인을 만들었다. 조지아의 와인 제조법은 2013년 유네스코 무형 문화 유산으로 등재됐다.조지아의 8000년 와인 역사를 이어가는 ‘카바이 코퍼스 레드’를 소개한다.카바이는 슬로베니아 서쪽에 있는 와이너리다. 프랑스인 장 미셸 모렐과 아내 카트자 카바이는 1990년대 초반 첫 와인을 만들며 조지아의 와인 제조법을 따르기로 했다. 와인 역사가 가장 깊고 맛이 풍부하다는 판단에서다. 조지아는 북쪽으로 러시아, 서쪽으로 흑해, 남쪽으로 터키를 끼고 있어 조지아 와인이 그리스를 통해 지중해와 유럽으로 전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와인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비노(vino)가 조지아의 그비노(ghvino)에서 왔을 정도다.카바이 코퍼스 레드. /신세계엘앤비슬로베니아는 지중해의 온화한 기후와 높은 일조량으로 포도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다. 카바이는 직접 만든 자연 퇴비만 사용하고 잡초를 제거하지 않는 친환경 농법으로 포도를 키운다. 포도 나무 수령(樹齡)은 평균 30년이다. 양보다 질을 중시해 고품질 와인을 연간 6만~7만 병 소량으로 만든다.카바이 코퍼스 레드는 압축기로 포도를 짠 뒤 껍질과 씨도 함께 침용(浸溶)한다. 와인은 보통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첨가물을 더하는데 카바이 코퍼스 레드는 첨가물을 더하지 않고 자연 효모로 발효했다. 병입(甁入)한 와인은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최소 1년 숙성한다.포도 품종은 메를로·까베르네 프랑·까베르네 쇼비뇽이다. 장기 숙성해 과일과 담배, 가죽, 바닐라 향이 깊다. 그릴에 구운 붉은 고기와 어울리며 서늘한 온도에서 보관하면 산미를 즐길 수 있다. 국내에선 신세계엘앤비가 수입해 판매한다. ‘2022 대한민국 주류대상’ 내추럴 와인 부문에서 최고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