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전 야놀자·컬리 투자 막히나…비상장 플랫폼 '개점휴업' 위기

'증권플러스 비상장', '서울거래 비상장' 등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들이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 시행 2년여만에 '개점휴업' 위기에 놓였다. 일반 투자자 거래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내달부터 거래 종목이 10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플러스 비상장과 서울거래 비상장은 7월1일 시행 예정인 일반 투자자 보호조치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앞서 2020년 4월 증권플러스 비상장과 서울거래 비상장은 규제샌드박스로 지정돼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지난 4월 규제샌드박스 연장을 앞두고 '이스타항공 주식거래 사고'가 발생하면서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일반 투자자 보호조치 강화를 주문했다.주요 골자는 기업정보 공개다. 내달부터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종목들은 공시 담당자 1명을 두고, 기업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무상소각으로 휴지 조각이 된 이스타항공 주식이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거래된 사고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이에 따라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들은 지난 3월부터 기존에 등록된 비상장사들을 대상으로 정보공개 동의 여부를 확인 중이다. 하지만 내부 정보 노출을 꺼리는 비상장사들의 반응은 냉랭하다.까다로운 공시 요건도 걸림돌이다. 안 그래도 인력난이 허덕이는 중소 비상장사 입장에서 공시 담당자 1명을 두고 △연 2회 정기공시 △수시공시를 하는 건 여간 부담이 아니다. 현재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현대오일뱅크 △비바리퍼블리카 △엘지씨엔에스 △교보생명보험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캐피탈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동의하지 않은 상태다.서울거래 비상장의 경우 비바리퍼블리카, OCI스페셜티, 케이뱅크, 두나무, 바이오엑스, 컬리, 야놀자 등 실시간 인기 7개 종목의 동의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동의를 받지 못한 종목들은 7월1일부터 일반 투자자 간 거래가 불가하다.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관계자는 "7월1일까지 협상을 진행해봐야 알겠지만, 현시점에서 거래 종목이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준 증권플러스 비상장 거래 종목 수는 450여개, 서울거래 비상장은 200여개다.일각에서는 이같은 규제 조치가 비상장주식 거래의 투명화와 활성화라는 규제샌드박스의 당초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이전까지 비상장주식은 일부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거래됐다. 별도의 안전장치가 없는 탓에 허위매물과 사기범죄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증권계좌와 연동해 거래되는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이 대폭 줄었다.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이하 핀테크협회) 회장은 "기존 비상장주식 시장은 게시판 형식이었기 때문에 별도의 투자자 보호 조치가 없어 사기 위험이 짙었다"며 "플랫폼이 생기면서 증권사와 연계 등을 통해 투자자 보호가 상당히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금융위의 입장은 완고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요 기업정보 공개는 일반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수준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이에 걸맞는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