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의 때늦은 고백 "경기침체 가능성 있다"

"물가 잡힐 때까지 긴축 지속금리인상發 위기 올 수도"연착륙 자신감서 한발 후퇴연준 내부 마이너스성장 전망



[AFP =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고강도 통화 긴축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경기 침체 없이 물가를 잡는 '연착륙'과 '다소 부드러운 착륙(softish landing)'이 가능하다며 시장의 우려를 달래온 파월 의장이 커지는 불확실성에 결국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다. 연준 내부에서도 미국의 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는 발언이 나오면서 월가에서는 경기 침체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한 파월 의장은 22일(현지시간) 경기 침체와 관련해 "우리가 의도한 결과는 아니지만, 확실히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는 경기 침체를 일으키려고 하지 않으며 경기 침체를 일으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파월 의장은 경기 침체를 유발하지 않고 물가를 끌어내리는 '연착륙'이 매우 어려워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착륙은 우리의 목표다. 이것은 매우 도전적인 일이 될 것"이라며 "전쟁, 원자재 가격, 기타 공급망 문제들로 지난 몇 달간 (연착륙 달성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파월 의장은 최근 "다소 부드러운 착륙이 가능하다"고 입장을 바꾸며 자신감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그러던 그가 이날 결국 연착륙에 대한 희망적 어조를 버리고 처음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파월 의장의 발언은 올 들어 그가 가장 노골적으로 경기 침체를 경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나선 연준은 수십 년 만에 가장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 3월 연준은 3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며 제로 금리 시대의 막을 내렸다. 이후 5월 '빅스텝'(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지난 15일 28년 만에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이어 오는 7월에도 빅스텝 또는 자이언트스텝 시행을 예고한 상태다. 연준 위원들은 올해 말 기준금리가 3.4%(중간값)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올해 남은 네 차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1.75%포인트 더 올려야 한다. 월가에서는 연준의 이 같은 가파른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크리스티안 제빙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가 발생할 확률은 최소 50%"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유럽에서 내년 하반기에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이날 씨티그룹 분석가들도 "침체 확률이 50%에 육박한다"고 전했다. 연준 소속인 마이클 카일리 수석경제학자마저도 전날 보고서를 통해 "향후 1년 내에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이 50%이며, 2년 내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은 약 66%"라고 밝혔다. 다른 연준 고위 인사들도 경기 위축 가능성을 인정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FOMC에서 투표권이 있는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몇 분기 동안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강력한 현재 노동시장을 언급하면서 "그것이 반드시 경기 침체라고 볼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도 이날 한 행사에서 "연준은 분명히 수요를 줄일 때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며 "우리가 어마어마한 정확성으로 이런 일을 미세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사실 우리는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물가가 잡히고 있다는 신호가 없다며 고강도 긴축을 이어갈 것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를 찾고 있지만, 현재 그러한 증거가 없다"며 "우리는 물가가 잡히는 것을 볼 때까지 계속 움직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준이 물가를 통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향후 긴축 속도는 경제 전망 및 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