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부산모터쇼 국제모터쇼 맞나? 변신해야 산다

현대차그룹, BMW그룹 등 완성차 2개그룹만 참가 "특정 수요층·전문가 겨냥 강소전시회로 전환해야"



이형진 기자 © 뉴스1(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이렇게 넓은 공간에 2개 그룹만 참가하니까 텅텅 비네요"2022 부산국제모터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4년만에 열렸지만 완성차 업체로는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기아·제네시스)과 BMW그룹(BMW·MINI·롤스로이스)만 참가하면서 위상이 크게 떨어졌다. 국제모터쇼라고 불리기에는 솔직히 겸연쩍다. 직전 2018 부산모터쇼와 비교하면 참가 브랜드는 19개에서 6개로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공개된 신차도 현대차 아이오닉6, BMW i7, 기아 뉴 더 셀토스 등에 그쳤고 그 외에는 EV9 콘셉트카 정도가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부산국제모터쇼가 아니라 세계 최초로 공개된 현대차의 첫 세단 전기차 '아이오닉6' 발표회라는 말까지 나왔다. 부산에 본사와 공장이 있는 르노코리아자동차는 박형준 부산시장까지 나서서 참가를 요청했지만 출시할 신차가 없고 경영난 등을 이유로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14일) 프레스데이에 참석한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러다가 마지막 부산모터쇼가 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사실 부산국제모터쇼의 위상 하락은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열린 서울모빌리티쇼에 참가한 승용 완성차 업계는 9개 브랜드에 그쳤다. 주관단체 한 관계자는 "서울모빌리티쇼는 그래도 수도 서울이라 대표성을 갖지만 부산은 그렇지도 않다"고 토로했다. 모터쇼의 하락세는 비단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추세다. 세계 5대 모터쇼로 꼽히는 북미국제오토쇼(디트로이트 오토쇼)는 보통 1월에 열렸지만 같은달 열리는 소비자가전쇼(CES)를 피하기 위해 9월로 개최 시기를 옮겼다. 자동차의 전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모빌리티 개념으로 확장되면서 CES가 정보기술(IT) 뿐만 아니라 자동차까지 아우르는 전시회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전문가들은 연간 180만대 규모의 국내 시장을 감안할 때 참가업체 수를 늘리기 위한 노력보다 특정 수요층을 겨냥하거나 첨단 기술에 특화된 '강소전시회'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캠핑·튜닝 등 특정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하거나 엔지니어들이 주로 참가할 수 있도록 배터리·전기차·UAM(도심항공교통) 관련 신기술을 보여주는 전시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실제로 북미오토쇼는 프레스데이 하루 전 입장료가 6배 가량 더 비싼 엔지니어링 데이를 갖는데, 해당 기간에는 자동차 관련 전문가들만 들어가 차 보닛을 열어보는 등 좀 더 자세히 차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한국전지산업협회가 주관하는 배터리 박람회와 융합된 모터쇼를 꾸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일반 관객들은 자동차를 보러 올 것이고, 산업 트렌드는 배터리쪽에 관심이 많다. 모터쇼와 배터리 박람회를 섞어서 해야 한다"고 봤다.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흔히 말하는 강소 기업처럼 특화되고 차별화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차량 전시회는 의미가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대부분의 주요 전시·박람회가 서울·수도권에만 몰리는 것을 고려하면 부산모터쇼의 존재 이유는 분명하다. 영남권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업계들의 참가도 유리하고, 지역균형 발전의 의미도 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항구도시로서도 특색을 갖는다.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시점에 부산모터쇼의 변화도 시급하다.



박지성 현대차 월드컵 캠페인 ‘세기의 골(Goal of the Century)’ 국내 앰버서더(왼쪽부터)와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유원하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 김흥수 현대자동차 EV 사업부장이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2 부산 국제모터쇼’ 보도발표회에서 ‘아이오닉 6’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2022.7.14/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