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라진줄 알았더니…팬택, 美서 LG에 휴대폰 특허소송 냈다

스마트폰 등 100여종 대상LTE·5G 기술 침해 주장특허소송 기업으로 변신해美·대만 제조사에 승리 경험휴대폰사업 철수한 LG '황당'"해당 소송 면밀히 대응할것"



한때 휴대폰 명가였던 '팬택(Pantech)'이 특허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는 NPE 기업 팬텍으로 돌아왔다. 공격 대상은 또 다른 과거 휴대폰 제조사인 LG전자다. LG가 그동안 출시했던 LTE와 5G 스마트폰 모델 전량에 대해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뿐 아니라 팬텍은 LG가 현재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주력하고 있는 통신 모듈 장비에서도 침해를 주장했다. LG 입장에서는 이미 철수한 사업에서 수백억 원 이상의 추가 매몰 비용이 발생하고 잠재적 리스크까지 떠안을 위기에 처했다. 산업계에서는 특정 사업을 접은 국내 기업이 또 다른 국내 기업을 상대로 해외에서 소송을 제기해 발목을 잡으면 국가 산업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제기한다.13일 산업계에 따르면 팬텍은 텍사스 동부 지방법원에 LG전자를 상대로 지난 2일(현지시간) 네트워크 기술 관련 특허 6건에 대한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본지가 확보한 소장에 따르면 팬텍 측은 법원에 해당 특허 관련 발생 수익을 법정 한도 내에서 최대한 보상하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팬텍이 문제 삼는 품목이 LG가 판매해온 스마트폰과 태블릿, 통신장비 등 100여 종 거의 전 모델에 해당되고 통신 기술이 스마트폰의 핵심 기능인 만큼 최소 수백억 원 이상의 금액을 다투는 대형 소송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소장 서문에서 팬텍은 '2012년까지 대한민국 2위의 스마트폰 제조 회사였다'며 과거의 영광을 들어 스스로를 소개했다. 이런 경쟁력을 바탕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실시해 중요한 통신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스스로의 설명대로 한때 영광스러운 이름이었던 '팬택'은 지금은 전혀 다른 종류의 회사로 변했다. 현재의 팬텍은 지식재산(IP) 수익화 전문기업 아이디어허브가 설립한 자회사다. 2020년 옛 팬택이 보유한 등록 특허와 브랜드 사용권 등 IP를 인수해 글로벌 수익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영문명은 같지만, 얼굴에 점 하나만 찍고 변신한 드라마 주인공처럼 국문명은 팬택에서 '팬텍'으로 바꿨다. 스마트폰 명가가 사망 이후 다시 특허전문기업(NPE)으로 변해서 부활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NPE들을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고도 부른다.팬텍 측은 LG가 특허 라이선스 협상 도중 사업 자체를 철수하자 법적 분쟁을 통해서라도 수익을 얻어내겠다는 입장이다. 통상 제조기업 간 특허 분쟁이 발생했을 때는 상호 보유한 관련 기술을 공유하고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며 공동 발전을 도모하는 합의가 이뤄진다. 하지만 이번 소송처럼 오롯이 특허 수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엔 소송의 규모가 커지고 합의가 어려워진다.특허 업계에서는 LG 측에 유리한 흐름이 펼쳐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미 팬텍이 관련 특허들로 최근 소송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며 승리 판례를 쌓고 있기 때문이다.팬텍은 지난해부터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 등과 6건 이상의 소송을 진행해오고 있다. 지난해엔 미국 스마트폰 제조사 BLU와 통신 기술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수년간 북미 시장에서 유통된 BLU 스마트폰에 대한 로열티가 팬텍으로 지급된다. 다만 제조 업계에서는 이 같은 NPE의 특허 공격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내 IT 업계 고위 관계자는 "결국 국가 산업 경쟁력에 악영향이 될 수밖에 없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이에 대해 "최근 소송에 걸린 것은 맞는다"면서 "해당 특허에 대해 면밀하게 살피고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