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전쟁 개막③]프랜차이즈를 위한 변명..."이러면 닭은 누가 튀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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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에곤 쉴레의 40여 점 작품을 보기 위해 관람객들이 '프리즈 마스터즈' 내 리처드 내기 갤러리 부스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조상인기자[서울경제] #4일 오후, 세계 최정상 아트페어인 ‘프리즈(Frieze) 서울’이 한창인 강남구 코엑스 3층 C·D홀 내부에 긴 줄이 늘어서 부스를 에워쌌다. 입장 때도 30분 이상 줄을 섰는데, 또다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이유는 표현주의 화가 에곤 실레(1890~1918)의 작품 40여 점을 보기 위해서다. 실레 전문 화랑으로 유명한 런던의 리처드 내기 갤러리는 작고 거장 중심의 전시인 ‘프리즈 마스터즈’에 참가해 실레의 유화·드로잉 등 40여 점을 선보였다. 관람객 강소정(29) 씨는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같은 곳에서 열리는 특별전 같은 출품작을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다니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서른을 넘기지 못하고 요철한 실레의 유화는 600억원 이상, 종이 드로잉도 100억원 대에 거래된다.



‘프리즈마스터즈’에 참가한 리처드 내기 갤러리부스에서 관람객이 에곤 쉴레의 작품을 감상하며 촬영하고 있다. /조상인기자



‘프리즈마스터즈’에 참가한 리처드 내기 갤러리부스에서 관람객이 에곤 쉴레의 작품을 감상하며 촬영하고 있다. /조상인기자세계 최대 아트페어 ‘프리즈’와 한국 최대 아트페어 ‘키아프’가 열리는 코엑스가 거대한 미술관·놀이터로 변했다. 3일 오후 일반 관람이 시작되자 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 증대를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관람객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프리뷰 20만 원·1일 입장 7만 원에 달하는 티켓은 모두 매진됐다.특히 거장들의 작품 소개로 특화 한 ‘프리즈 마스터즈’는 루브르나 뉴욕근현대미술관(모마·MoMA) 못지 않은 명소급 인기를 누렸다. 관람객들은 국내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거장들의 작품을 어느 미술관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 들뜬 모습이었다.



관람객들이 ‘프리즈마스터즈’에 참가한 리처드 내기 갤러리부스의 에곤 실레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입장하고 있다. /조상인기자



관람객들이 ‘프리즈마스터즈’에 참가한 리처드 내기 갤러리부스의 에곤 실레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입장하고 있다. /조상인기자뉴욕에서 100년 이상,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아쿠아벨라 갤러리가 들고 나온 파블로 피카소의 ‘방울 달린 빨간 베레모 여인’은 이번 아트페어 최고가인 600억원 대 작품값이 알려지며 가장 많은 관객이 찾아들었다. 개막날과는 달리 근접을 막는 보호선이 설치됐을 정도다. 이곳에는 앙리 마티스,로버트 라우센버그,앤디 워홀,장 미셀 바스키아 등 전설적 화가들의 총액 3000억원 규모 작품이 전시됐다. 김영훈(37) 씨는 “샤갈·앤디 워홀의 작품이 ‘판매 중’이라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4일 프리즈 서울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레 앙뤼미뉘르 갤러리가 출품한 르네상스 시대 성경 필사본을 감상하고 있다. /조상인기자또다른 화제의 부스는 13세기 성경 필사본(약 8억원)을 비롯해 가격을 공개하지 않은 르네상스 시대의 채색필사본 등을 출품한 파리·뉴욕 기반의 고미술 전문 ‘레앙미뉘르 갤러리’와 아틀라스를 표현한 15세기 목판 인쇄지도(19억원) 등 고지도와 과학서를 출품한 런던·뉴욕 기반의 ‘대니얼 크라우치 갤러리’다. 나란히 붙은 이 부스를 찾은 관객들은 박물관 관람을 하듯 설명 하나하나를 읽으며 열광했다. 서양 중세 필사본 분야를 전공한 뉴욕주립FIT 미술사학과 변경희 교수는 “최근의 NFT기반 미술 열풍처럼 2000년대 초반 부상한 IT기업 부호들은 난해한 현대미술보다는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고문서, 특히 고지도 수집에 열광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까지 약 10년동안 꾸준한 가격상승이 진행됐다”면서 “서양의 식견있는 컬렉터들은 귀족의 유산인 고문서·고지도에 관심을 갖고 있어 그 경제적 가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유물을 가져 온 런던의 ‘데이빗 아론’ 부스에도 관람객들이 몰렸다. 국립중앙박물관 메소포타미아 상설전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작품을 직접 볼 수 있었다. 갤러리 관계자는 “고대 유물들에 특화된 갤러리인데, 문의도 많아 놀랍다”고 말했다. 한 관람객은 메소포타미아 유물의 가격이 5만 달러라는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3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키아프 서울'에서 지심세연 작가가 몰린 관객들 앞에서 라이브 페인팅을 선보이고 있다. 한순천 기자코엑스 1층에서 열린 키아프도 프리즈 못지 않은 인기를 자랑했다. 외국인은 프리즈에 비해 적었지만, 가족·커플 관람객들이 더 많았고 연령대도 낮아 보였다. 라이브 페인팅·토크쇼·소셜미디어 이벤트 등 다양한 행사들도 관객들을 끌어모았다. BHAK부스에서 폭발·현재성을 주제로 라이브 페인팅을 펼친 지심세연 작가는 “관객 분들이 예년보다 더 많이 와 주셔서 더 좋은 분위기 속에서 퍼포먼스를 펼쳤다”고 소감을 밝혔다.세대별로 작품 구매 목적이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50대 이상은 작품 소장 욕구를 보인 반면, MZ세대들은 투자에 대한 의욕을 강하게 드러냈다. 경주에서 왔다는 고재명(59) 씨는 “현대 미술 조류를 따라가고 미술계 방향성을 체크하기 위해 왔다”며 “김창열 작가의 작품을 구매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MZ세대 컬렉터 정민희(29) 씨는 “주식시장도 무너졌는데 투자할 곳을 찾고자 키아프를 찾았다”며 “프리즈는 MZ세대가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대인 데 반해 키아프는 아직까지 합리적인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