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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날’ 30주년 기념 10월 12일까지 전시


바다에서 고래를 본 이는 흔치 않지만, 우리는 고래를 아주 가깝다고 여긴다.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 ‘모비 딕’(Moby Dick·1851)과 월트 디즈니의 고전 애니메이션 ‘피노키오’(1940)부터 한국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까지, 선사시대 울산 반구천 암각화부터 정호승 시인의 시 ‘고래를 위하여’(1998)와 대중가요 ‘고래의 꿈’(2004)까지, 문화 아이콘이자 무수한 상징으로 인간 곁에 머무는 고래.
오래 전부터 인간에게 고래는 경외의 대상이자 지분대출 공존의 대상이었다. 인간은 고래를 사냥해 왔으나, 이제는 모든 종류의 고래 사냥을 금지한다. 고래 사냥과 보호 모두 인간의 생존을 위한 이기심의 산물이기도 하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은 ‘바다의 날’ 30주년을 기념해 고래의 진화와 생태, 인간과 맺어 온 문화적 관계와 환경적 의미까지 폭넓게 조망한 대규모 기획 전시를 진행 중이다. ‘고래와 투신사 인간’이란 제목으로 오는 10월12일까지 개최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인간과 다른 생명체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성찰할 수 있다.
■ 바다의 주인, 고래



국립인천해양박물관 특별기획전 ‘고래와 인간’ 전시 기간 1층 로비에 전시된 장남원 상호저축은행 학자금대출 작가의 대형 고래 사진 작품 ‘움직이는 섬’. /국립인천해양박물관 제공


해양 포유류 고래의 조상은 애초 육지에서 살았다. 약 5천만년 전(신생대 에오세 전기) 초기 형태의 고래인 파키케투스는 짝수 발굽을 가진 우제류였다. 몸길이가 1~1.8ｍ로 네 발로 걸으며 물가 주변에서 사냥하며 생활하던 고래 프라임저축은행예금 의 조상은 점차 물 속 환경에 익숙해졌다. 고래처럼 척추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헤엄칠 수 있게 됐고, 약 4천500만년 전(신생대 에오세 후기) 고래와 유사한 형태의 프로토케투스로 진화했다. 콧구멍은 머리뼈 위에서 뒤쪽으로 이동해 수면 위로 머리를 살짝 내밀어 숨을 쉴 수 있게 됐다. 현재의 고래 모습을 갖게 된 건 약 2천500만년 전으로, 우리가 아는 대 불법대출중개 왕고래(흰긴수염고래)가 나타났다. 몸길이는 18ｍ 이상 커지며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이 된다.
전시에선 고래가 육지 동물에서 바다의 주인이 되기까지 변화 과정이 영상물을 통해 소개된다. 경북 포항 지역에서 발견된 신생대 고래 화석 수염고래류가 크릴 등 작은 먹이를 걸러 먹는 고래수염, 혹뿌리고래의 머리뼈 등을 볼 수 있다. 고래가 바다에서 무리를 이루고 소리로 의사소통하며 서로 협력하는 사회 활동의 방식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다. 고래의 피부 감촉을 느낄 수 있도록 재현한 전시물도 있다.

모비 딕, 피노키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문화 아이콘으로 인간 곁에 공존하고 있는 ‘고래’
네발로 육지 생활했던 5천만년 전 ‘파키케투스’
7천년 전 세계 최초 고래사냥 장면 ‘울산 반구천 암각화’
오늘날 쓰레기·소음·기후변화로 고통받는
‘세상에서 가장 큰 친구’에게 전하고픈 메시지 볼 수 있어


■ 인간과 만난 고래




밍크고래 표본.


땅에서 문명을 일군 인간이 바다의 주인 고래를 언제 처음 만났는지는 알기 어렵다. 고래와 인간의 마주침이 기록된 첫 장면은 울산 반구천 암각화로 새겨져 있다. 약 7천년 전 새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울산 반구천 암각화에는 세계 최초의 고래 사냥 장면이 담겼다. 어미와 새끼 귀신고래, 범고래, 북방긴수염고래, 혹등고래, 돌고래, 돌쇠고래, 향고래 등 다양한 종류의 고래를 확인할 수 있다. 선사시대 인간과 바다의 교류·생활상을 보여주는 반구천 암각화는 지난달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경사를 맞기도 했다.
인하대박물관이 소장한 8ｍ 크기의 대형 탁본(1996년 제작)으로 반구천 암각화를 만날 수 있다. 실물 크기의 암각화가 눈앞에 펼쳐진다. 인간이 고래를 사냥해 사용하기 시작한 때다. 향유고래의 소화기관에서 생성되는 덩어리 용연향(龍涎香)은 침향, 사향과 함께 세계 3대 향료로 꼽히는 진귀한 보물이다. 전시에서 용현향의 향기를 직접 맡아볼 수도 있다.



코르셋 스테이스.






19세기 고래수염으로 제작한 코르셋과 크리놀린. /국립인천해양박물관 제공


19세기 서양 여성복인 코르셋과 치마를 부풀리는 크리놀린은 고래수염으로 제작됐다. 고래기름은 16세기부터 19세기 중반까지 등불과 가로등을 밝히는 가장 중요한 원료였다. 이 시기 유럽과 미국은 경쟁적으로 포경 산업을 키웠다. 전쟁터에서 쓸 법한 무기처럼 생긴 대형 포경 장비를 보면 고래의 비명이 들리는 듯하다. 정약전의 ‘자산어보’(1814), ‘모비 딕’, ‘피노키오’ 등 고래를 다룬 역사·문화 콘텐츠도 전시됐다.



19세기 포경선에서 고래잡이와 고래 해체 작업에 사용한 도구들. 2025.7.31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 해양 생태 지킨 고래
고래의 수난은 역설적으로 고래를 바다의 수호자로 만들게 했다. 1970년 미국의 해양생물학자들은 혹등고래의 소리를 담은 특별한 음반을 제작해 발표했다. ‘혹등고래의 노래’는 고래의 소리가 인간의 언어처럼 다양한 음색과 리듬으로 구성됐으며, 고래가 인간처럼 소통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했다. 이 음반은 국제적인 고래보호운동을 촉발했다. 고래보호운동은 1970년대 다양한 생명체의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하려는 움직임으로 확산했다. 동물권 운동의 시초인 셈이다. 혹등고래의 노랫소리를 전시에서 들을 수 있다. 최근에는 혹등고래나 향유고래 등 일부 종이 주고받는 소리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언어로서 분석하는 연구 프로젝트도 추진되고 있다. 고래와 인간이 대화할 날이 머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고래는 해양 쓰레기, 기후변화, 잠수함이나 선박 엔진 등 해양 소음, 선박 충돌, 혼획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고래가 점점 줄어들면 해양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고래 낙하’(Whale Fall)라는 순환 시스템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바다 표면의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으로 탄소를 흡수하고, 이를 섭취하는 크릴 등 작은 생물은 고래의 먹이가 된다. 해양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고래 한 마리가 최종적으로 약 33t의 탄소를 흡수·저장하며 살아간다. 수명이 다한 고래는 탄소를 품고 해저면으로 가라앉아 수백 년 동안 탄소를 붙잡아 둔다. 고래의 사체는 해저 생물들의 풍부한 영양 공급원이다.
■ “고래야 미안해”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기획전 ‘고래와 인간’ 전시장 모습. /국립인천해양박물관 제공


전시장을 빠져나가기 전 고래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직접 쓰는 ‘세상에서 가장 큰 친구에게’라는 코너가 있다. 지난달 31일 찾은 전시장에선 어린이들이 쓴 메시지들이 많았다. “우리를 늘 지켜줘서 고마워. 아프지 않도록 우리가 더욱 신경쓸게.” “고래야 아프지마.” “우영우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널 좋아해.” “고래야 미안해.”
어린이들이 ‘고래와 인간’을 생각하며 쓴 말들이다. 이들의 메시지 맞은편에는 발달장애를 가진 최석원 작가가 골판지에 그린 각종 고래 그림이 전시됐다. 고래의 특징과 함께 생명력 넘치는 표정을 포착한 이 작품들은 다양성과 공존의 가치를 품고 있기도 하다. 디지털 기술로 심해 생태계를 구현한 어비스리움, 박물관 2층 로비에 있는 디스트릭트의 실감 영상 작품 ‘Whale #2’, 박물관 3층 로비에 전시된 가로 20ｍ, 세로 6ｍ 크기의 실제 대형 밍크고래 뼈 등은 또 다른 볼거리다.
‘고래와 인간’ 전시를 모두 관람하고 박물관 1층 입구 쪽에 있는 수중사진가 장남원의 대형 혹등고래 사진 ‘움직이는 섬’을 다시 보길 권한다.
이 사진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4화에서 남자 주인공 이준호가 주인공 우영우를 회사 회의실로 데려가 벽에 걸린 고래 사진을 보여주는 장면에 나온 작품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 거대하고 장엄한 고래를 보며 인간을 다시 생각한다. 정호승 시인은 시 ‘고래를 위하여’에서 이렇게 읊는다.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 푸른 바다가 아니지 / 마음 속에 푸른 바다의 /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 청년이 아니지”



/박경호 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