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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의 한 밭. ‘발굴금지’라고 적힌 팻말이 을씨년스럽게 서 있었다. 이곳은 꼭 한달 전인 5월22일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곳이다. 2015년 화상병이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에도 청주는 화상병 청정지대였다. 최초 발생에 지역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해당 밭은 1496㎡(453평) 규모로 크지 않았다. 하지만 심겼던 사과나무 400여그루가 모두 뽑히고 그 자리에 매몰 처리됐다. 현장에 꽂힌 bifc 준공 팻말엔 ‘2026년 11월24일까지 발굴을 금지하고 사과·배를 심지 말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과수나무의 에이즈로 불리는 화상병이 올해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5월12일 충북 충주 사과농가에서 시작된 올해 화상병은 6월24일 기준 전국 23곳 시·군에서 확인됐다. 농가수는 108곳, 재배면적은 41.9㏊에 이른다. 파산선고후 발생 초반 더뎠던 확산 속도는 농가수 기준 전년의 91%에 달하면서 어느새 전년 수준을 따라잡았다. 면적 기준으론 69% 수준이다.
특히 올해는 그동안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던 청주와 충남 청양에서 최초 발생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충북도는 청주지역 확진 판정 다음날(5월23일) 화상병 위기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경 전세담보추가대출 계’단계는 기존 발생 이력이 없던 신규 시·군에 전파됐거나 발생 건수가 급속도로 늘어났을 때 발령된다.
청주시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매몰 작업은 발생 이틀 만에 완료됐고, 5월28일 청주지역 내 모든 사과·배 농가 301곳에서 긴급 예찰이 이뤄졌다. 그나마 다행인 건 다른 농가에선 발병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채희 새마을금고 합격자소서 열 청주시농기센터 원예작물팀장은 “발생 과원은 부업농 수준으로 경작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전업농이 아닌 만큼 농장 방문 횟수가 비교적 적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해당 농장주는 매몰 당일 현장을 찾지 않았고 손실보상금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농가들은 이른바 ‘멘붕’에 빠진 모습이었다. 윤중근 청주시 미원사과 사람과희망론 연구회장은 “경남 거창지역과 사과 재배기술 교류행사를 계획 중이었는데 화상병 발생 이후 모두 취소됐고 연구회 총회조차 못 여는 상황”이라며 “연초부터 청주시농기센터의 방역 지침을 잘 따랐는데 부업농으로 추정되는 일부 농가의 방제 실패로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방제당국에선 병원균이 수년간 매복해왔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역학조사를 진행 중인 이흥식 농림축산검역본부 역학조사계장은 “3년 이상 잠복해오던 균주가 이제서야 깨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 추가 감염이 없던 것으로 미뤄 볼 때 해외 유입이나 인근 과원 전파 확률은 낮다”면서 “외부인에게 재배교육을 받거나 묘목 보식 때 감염됐을 수 있다는 가설에 무게를 싣고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태균 청주시농기센터 주무관은 “기술센터에선 5월23일부터 종합상황실을 운영 중이고 지역 내 모든 사과·배 농가를 대상으로 6월2∼13일 2차 정기예찰을 시행한 데 이어 6월30일∼7월11일 3차 정기예찰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종현 농진청 재해대응과 지도관은 “과수농가들은 자신의 과원을 잘 살펴 마른 가지를 발견하면 줄기가 꺾이거나 상처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면서 “잎맥이 검게 타들어가듯 이 변하면 화상병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의심 증상을 발견하면 해당 지역 시·군농기센터로 즉시 신고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