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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빅컷(금리 대폭 인하)’을 주문했다. 부쩍 나빠진 고용 실적치를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통계 담당 국장을 자르며 이 수치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 사이에 엇박자가 난 셈이다.

트럼프는 고용 괜찮다는데
베선트 장관은 12일(현지시간) 미국 방송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연 정부학자금대출신청 준을 상대로 다음 달 통화 정책 회의 때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할 것을 요구했다. 연준이 보통 한 번에 올리거나 내리는 금리 폭은 0.25%포인트인데 대폭 내리라고 한 것이다. 그는 “(제대로 된) 원래 수치를 우리가 갖고 있었다면 연준이 6월이나 7월에 금리를 인하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언급한 '원래 수치'란 미국 중기청 종합관리시스템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이 이달 1일 공개한 5, 6월 고용 증가 규모 수정치다. 당시 BLS는 미리 발표된 잠정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5월 수치는 14만4,000개에서 1만9,000개로, 6월 수치는 14만7,000개에서 1만4,000개로 각각 수정됐다. 두 달간 증가한 일자리가 25만8,000개나 쪼그라든 것이다.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잠정 산업은행 마이너스통장 치에 오류가 없었다면 악화한 5, 6월 고용 시장 사정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을 테고, 그런 만큼 6,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제때 금리 인하에 착수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배치된다. 1일 드러난 5, 6월 수정치가 잠정치를 크게 하회하자 그는 “공화당과 나를 나쁘게 보이도록 만들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수치를 조작했다”고 의심하며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 임명된 에리카 맥엔타퍼 BLS 국장을 해고했다. 결과적으로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라고 주장한 통계 수치가 오히려 제대로 된 수치라며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한 셈이다.

트럼프가 찾은 딜레마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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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베선트(왼쪽) 미국 재무장관이 3월 7일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가상화폐 관련 행사 ‘백악관 크립토 서밋’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재 연준은 관세가 물가에 미칠 영향을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며 금리를 동결 중이다. 금리가 떨어지지 않으면 연방정부 부채 이자도 줄어들지 않는다. 감세발(發) 재정 적자 확대를 걱정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1월 취임 직후부터 줄곧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촉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퇴양난 처지다. 금리를 떨어뜨리려면 고용 수치가 나쁠수록 좋지만 그럴 경우 치적에 흠집이 생긴다. 트럼프 대통령이 새 BLS 국장으로 지명한 미국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EJ 앤토니는 데이터 수집 방식을 바꿀 때까지 일단 논란이 된 월간 고용통계 발표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LS 국장 교체의 실제 의도가 고용보다 정치적으로 더 중요한 물가 통계, 즉 소비자물가지수(CPI) 조작을 위해서란 의혹마저 제기된다. BLS는 CPI도 산출한다. 윌리엄 실버 전 미국 뉴욕연방은행 고문은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대통령 의제에 우호적인 쪽으로 데이터를 해석하는 사람이 BLS에 있다면 정책 추진에 도움이 된다”며 “대통령은 고용보다 물가 수치에 더 관심이 많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