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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우치 아키오 씨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6.18/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역사적 가해국인 일본에서 온 저는 한국에선 늘 소수자였죠. 이런 복합적인 정체성은 오히려 제가 한일 양국의 시민들과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특권'이 씨티은행 전세자금대출 었다고 생각해요."


28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미야우치 아키오 씨(51)의 삶은 평범하지 않다. 1974년 일본에서 태어난 그는 지난 1998년 한국에 정착했다. 인생의 절반을 넘는 시간을 한국에서 보낸 것이다.

그의 삶이 평범하지 않은 것은 그가 자신을 ' 여권발급신청 소수자'라고 소개하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다. 그는 한국에서 여성, 노동자, 이주민 등의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고, 동시에 한국과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며 관련 활동에 꾸준히 참여해 왔다.
일본인이지만 한국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 국적을 떠나 한 명의 인간으로서 자신이 속한 사회의 문제에 천착하며 이를 통 무서류주부대출 해 한일 양국을 바라보는 미야우치 씨는 그 누구보다 한일의 오늘을 충실히 살고 있다. 지난 2019년 7월 아베 신조 정권의 수출 통제 조치로 한국에 '노(no) 재팬 운동'(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퍼졌을 때, 그가 한국에 사는 일본인 여성들과 함께 아베 정권을 비판하면서도 '한국 사회의 성숙함을 믿는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한 것은 그의 삶의 방식을 엿 전국민무료신용조회 볼 수 있는 일화다.
미야우치 씨는 한일의 오랜 역사를 공부할수록 양국이 언젠가 아픔의 과거사를 딛고 더 멀리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고 한다.
'재일동포 이름 보전 운동'하던 어머니 따라 한일관계에 관심
미야우치 씨가 처음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어머니 때문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일본에서 보험설계사 FC 사회 교사로 일하며 자이니치(재일 한국인)들의 한국식 본명을 보전하는 운동을 했다. 당시 대부분의 재일동포들은 일본 사회의 차별을 피해 일본식 이름인 '통명'을 사용했다. 미야우치 씨의 어머니는 이 차별의 사회 분위기를 깨고 싶어 했다. 그런 어머니를 보며 미야우치 씨도 자연스레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특수성에 관심을 갖고 고민하게 됐다.
1995년, 일본 정부가 식민 지배로 이웃 국가들에 입힌 손해와 고통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하는 '무라야마 담화'를 전격 발표하자 미야우치 씨의 고민의 크기도 커졌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그는 일본이 아시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인 동시에 늘 '가해국'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 어떤 의미인지 고민하게 됐다고 한다.

"'일본은 한국, 중국 같은 나라들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 거지? 그들이 일본을 싫어해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 하는 궁금증이 제 머릿속에서 끝없이 이어졌죠."

고민은 공부로 이어졌다. 그는 대학에서 조선학(朝鮮學)을 공부했고,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와 1년간 생활했다. 짧은 1년이었지만, 한국에서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다고 한다. 결국 1998년 한국외대 국제대학원 한국과에 진학하며 긴 한국 생활이 시작됐다.

"큰 뜻을 가지고 한국 생활을 선택한 건 아니었어요. 당시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의 여파로 장기 불황이었지만 한국은 비교적 취업이 잘될 때기도 했고, 한일관계에 관한 공부밖에 한 게 없으니 '이왕 이렇게 된 거 한국에서 좀 더 공부하면서 할 일을 찾아보자'고 생각했죠."

미야우치 씨는 직장을 다니며 한일 과거사 등 사회·역사 문제를 연구하는 비영리단체 '시민모임 독립'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 거주 중인 일본인과 한국인 300여 명이 모여 매달 한 번씩 역사 유적지를 방문하거나 역사 관련 책을 읽고 토론한다.
지난해 말에는 한국에서 공부하는 일본인 유학생들과 함께 동학농민운동의 발원지인 전라북도 정읍시에 다녀왔다. 이들은 동학운동이 '일본의 아시아 식민지 정책에 반대한 첫 움직임'이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일이 앞으로 과거사 문제에서 진전하려면 동학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미야우치 씨의 생각이다.
늘 '소수자'였던 재한 일본인의 삶…"과거사도 '인권' 문제로 접근해야"



한국에 28년째 살고 있는 일본인 미야우치 아키오 씨는 스스로를 '소수자'라고 말한다. 일본인은 한국에서 '다른' 존재지만, 그 다름이 나쁘지는 않다고 그는 말한다. 2025.6.18/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그는 한국인 남편과 함께 24살 아들과 17살 딸을 키우는 두 아이의 엄마다. 요새 가장 큰 관심사는 아들과의 소통이다.

"저는 50대 일본인 여성이고 아들은 20대 한국인 남성이잖아요. 같은 주제를 얘기해도 늘 관점의 차이를 느껴요. 제가 아무리 여기서 28년을 살았어도 한국에서는 태생적으로 소수자고 '다른 존재'인 거죠."

그러나 그 '다름'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미야우치 씨는 말한다. 오히려 소수자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알려줄 수 있어 좋은 점도 있다면서다. 미야우치 씨는 우리 사회가 '다른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해법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가 한국에서 여성과 이주민 등 소수자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일본군 강제 위안부와 노동자 강제징용 등 한일 간의 과거사 문제도 '여성과 노동자 개인에 대한 인권'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하면 문제가 쉽고 명확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모두 비극적 역사에 의해 희생된 개인들의 이야기잖아요. 양국 정부는 정치적 수요에 따라 경제, 외교적 공조를 해야겠지만 한일의 국민들은 이 문제를 전쟁에서 발생한 전시 성폭력과 노동권 침해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저는 그런 점에서 한일 시민단체의 협력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미야우치 씨는 지난 2015년 아베 정권이 집단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내용의 '집단 자위권법'(안보법)을 관철하려 했을 때 도쿄 거리로 나와 대규모 반대 집회를 벌인 일본인 학생들, 한국의 수요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건너온 일본인 청년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대학원에 다니던 1990년대 후반 '한일 미군범죄방지 운동'에 참여하면서 양국 시민들 간의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당시 한국과 일본에 주둔하던 미군 기지에서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자 한일 시민단체들이 손을 잡고 동시집회를 진행한 것이다. 이전까지는 한일을 막연히 '피해자와 가해자' 관계로만 인식했는데, 이 경험을 계기로 양국이 공통된 목소리를 낼 수도 있음을 온몸으로 느꼈다고 한다.
'노 재팬 운동' 때는 두려움 느끼기도…"한국의 성숙함 믿는다" 호소문 발표



자료사진. 2019.8.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그는 지난 2019년 이른바 '노 재팬 운동' 때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일본 제품을 불매하자는 '노 재팬 운동'은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하자 일본이 수출 규제라는 보복 조치를 가하며 한국 사회에서 빠르게 번졌다.

"근본적인 원인은 아베 정권의 잘못된 정책에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린 자녀들이 학교에서 혹시 힘든 일을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됐던 것도 사실이죠."

그는 지나친 한일 갈등이 일본에 사는 한국인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재한 일본인과 재일 한국인 모두의 삶을 지키기 위한 마음으로 아베 정권을 비판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의 성숙함을 믿는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했고,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야우치 씨는 막연한 불안이나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선 뭐든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지금도 재한 일본인 여성들과 함께 지역 '자조 모임'을 통해 한일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고, 이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그는 한일의 오랜 역사를 공부할수록 양국이 분명히 과거사를 딛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된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은 조선통신사부터 시작해 1000년이 넘는 교류의 역사가 있어요. 임진왜란과 식민 지배, 독도와 위안부 문제 등 여러 아픔과 갈등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서로 '미래'를 열어두고 말할 수 있는 관계는 한일밖에 없지 않을까요."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