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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순위 청약은 미계약 또는 미분양 등으로 인해 나온 잔여 물량에 대해 청약 신청을 받아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당첨자를 선정하는 것을 말한다. 특별공급이나 1·2순위 청약과 달리 청약통장이 필요하지 않고 별도 순위 없이 100%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선정한다. 입주자 모집 공고 당시 분양가로 재공급되기 때문에 시세 상승분만큼의 차익을 신용대출 구비서류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아 ‘로또 청약’으로 불리기도 한다.
호갱노노가 올 1월 전국 아파트(분양·입주 예정 포함)를 대상으로 이용자 조회 수를 집계한 결과 상위 10개 단지 중 6곳이 최근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던 단지였다. 가장 검색량이 많았던 단지는 서울 송파구 ‘e편한세상송파파크센트럴’이고 이어 인기가 많던 ▲금천구 ‘한신더휴하이엔에듀 급여소득자 포레’ ▲경기 양주 ‘e편한세상옥정리더스가든’ ▲서울 강서구 ‘힐스테이트등촌역’ 모두 최근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단지였다. 6위를 기록한 노원구 ‘서울원아이파크’와 9위 강동구 ‘그란츠리버파크’도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곳이다.
실제로 이번에 순위에 든 아파트는 최근 진행된 무순위 청약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1 대부업법 월 8일 노원구 월계동 서울원아이파크는 전용 74~224㎡ 558가구를 대상으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결과 청약통장 1만353건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18.6 대 1, 전용 74㎡는 무려 552.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아파트는 앞서 지난해 11월 총 1414가구를 대상으로 1순위 청약을 진행했고, 평균 14.9 대 1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을 직장인 시 정도로 양호한 성적을 냈다. 다만 전용 105㎡ 기준 분양가가 16억3200만원에 육박하는 등 높은 분양가 부담감에 정국 불안이 겹치며 미계약 물량이 대거 속출했다. 하지만 이번 무순위 청약에서 줍줍 수요자가 대거 몰리면서 전용 105~120㎡ 중대형 면적의 444가구를 비롯한 전 타입 558가구가 모두 무사히 청약을 마감했다.
그보다 공공임대신청 앞서 1월 3일에는 성북구 삼선5구역 재개발을 통해 롯데건설이 선보인 ‘창경궁롯데캐슬시그니처’ 전용 84㎡ 45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이 진행됐는데 6000여명이 몰리며 135.51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불과 두 달 전 최초 분양에서는 26.7 대 1 경쟁률을 기록하고도 계약 포기가 속출했던 아파트다.



서울 성북구 삼선5구역을 재개발하는 ‘창경궁롯데캐슬시그니처’ 공사 현장. (윤관식 기자)



‘고분양가’ 논란 있던 단지인데?

분양가 19% 뛰자 “옛날 가격이 낫다”
무순위 청약 단지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최근 몇 년 새 무섭게 오른 공사비와 덩달아 급등한 분양가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말 121.8에서 2023년 말 153.26으로 3년간 25.8%나 올랐다.
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 1월 수도권 아파트 3.3㎡당 분양가(공급면적 기준)는 2814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2505만원과 비교해 1년 만에 12.3%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은 3.3㎡당 3707만원에서 4406만원으로 18.9% 뛰었다. 같은 전용 84㎡(옛 34평)를 분양받더라도 수도권은 1년 전보다 1억506만원, 서울은 2억3766만원 부담이 커진 셈이다. 매매 시장으로 눈을 돌려도 사정은 비슷하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12억7504만원으로 지난해 1월(12억3918만원)보다 올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초 공급 당시 ‘비싸다’며 미달이 나거나 계약 포기자가 속출했던 아파트가 지금은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효과가 생겼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무순위 청약 중에서도 수년 전 최초 분양 당시 가격으로 공급되는 단지 인기가 컸다”며 “같은 무순위여도 가격 경쟁력이 확실한 단지에 수요가 쏠리는 중”이라고 전했다. 서울원아이파크 인근 월계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최초 분양에서 고배를 마셨던 청약자 중에는 미계약 물량을 오히려 반기는 사람도 많았다”며 “분양가가 계속 오르는 추세라 언젠가 이 가격도 저렴하게 느껴지는 날이 올 것이라 판단한 사람들이 대거 무순위 청약을 접수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예로 검색 순위 1위를 기록한 e편한세상송파파크센트럴(1199가구)은 취소 후 재공급 주택으로 나온 전용 84㎡ 1가구에 대해 지난 1월 15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는데 이 1가구에 8000여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 아파트는 2020년 입주했지만 이번에 나온 전용 84㎡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 7년 전 분양가 수준인 9억8075만원에 나왔다. 지난해 11월 같은 면적 아파트가 15억1500만원에 실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이 아파트 청약 당첨자는 시세보다 5억원 이상 저렴하게 내집마련에 성공한 셈이다.
지난 1월 13일 전용 45·59㎡ 49가구를 무순위 청약으로 모집한 한신더휴하이엔에듀포레는 5.06 대 1의 평균 경쟁률을 보였다. 한신더휴하이엔에듀포레 전용 45㎡ 분양가는 5억4190만원, 전용 59㎡ 분양가는 타입에 따라 6억7390만~6억8950만원이었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이들 단지는 각각 강서구, 금천구에 위치해 서울에서도 인기 지역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서울 평균 아파트값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에 매력을 느낀 실수요자가 몰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는 ‘유주택자 줍줍 금지’
무주택자에겐 오히려 기회?
앞으로는 정부가 무순위 청약 신청 자격을 무주택자로 제한하기로 한 가운데 제도가 시행되기 전까지는 무순위 청약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더 몰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무순위 청약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거주지 요건도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이 시장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정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정부는 집값 급등기였던 2021년 5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로 무순위 청약 자격을 제한했다가 이듬해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과 미분양 우려 등으로 시장이 얼어붙자 2023년 2월 누구나 무순위 청약에 지원 가능하도록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그러다 지난해 집값과 분양가가 급등하고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는 계약 포기 주택을 중심으로 청약 경쟁이 과열되자 2년 만에 무순위 청약 대상을 무주택자로 한정하는 규정을 되살린 것이다.
이번 제도 개선 대상은 무순위 청약 중 부적격, 계약 포기 등으로 발생하는 잔여 물량이다. 불법 전매 등으로 계약이 취소된 주택은 유주택자 청약이 불가한 것과 달리 계약 포기 주택은 주택 보유와 거주지 제한이 없었다. 어쨌든 이번 개선 사항이 주택공급규칙 개정을 거쳐 올 상반기 중 시행될 예정인 만큼 그 전까지는 무순위 청약을 통해 갈아타기에 나서는 유주택 실수요자가 대거 몰릴 전망이다.
김광석 대표는 “바꿔 생각하면 상반기 이후에는 무순위 청약이 가능한 사람이 대폭 줄어드는 만큼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미달이 아닌 계약 포기 물량은 최초 청약 이후 수개월에서 수년이 지난 후에 나오기도 하는 만큼 ‘청약홈’에 입주자 모집 공고가 뜨는지 수시로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8호 (2025.02.26~2025.03.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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