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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따라온 '용추폭포 유리전망대'를 터치하니 충북 제천 소재라고 나온다. 제천은 방문한 적 없어 가볼 만한 곳이 어딜까 검색해 봤다. 청풍호반 케이블카, 옥순봉 흔들다리, 의림지, 교동 민화마을, 배론 성지, 비룡담 저수지 등 다양하게 열거되었다.
가볼 만하다는 생각에 사찰도 찾았다. 성당에서 성당으로 끝나는 유럽 여행 방식을 경험한 후로 국내 여행 시 지역을 대표하는 사찰에 들러 역사, 건축, 설화, 문화 외 풍경 살피기도 의미있겠다 싶어 하나의 과정으로 삼아서다. 제천에서 선택받은 사찰은 맑고(淨) 향기로운(芳) 천년고찰 '정방사'다. 지난 2월 1박 2일 여정으로 제천을 향해 출발했다.
이튿날에 들른 정방사는 오름길이 가파른 100만원무직자대출 외길이다. 자드락길(청풍호를 끼고 걷는 7코스 중 2코스가 정방사길이다)을 따라 고즈넉하게 걸어가도 좋겠지만 날이 제법 추워 자동차로 올랐다. 숲의 기운이 꽤나 깊게 다가왔다. 오름길엔 뜸하게 날개길이 나타났다.
눈이 쌓여 차량 교행에는 무리겠다 싶었는데 다행히 마주 오는 차 없이 주차장에 도착했다. 도로는 말끔하게 눈을 치운 상태라 외 4대보험 가입서류 길이어도 부담 없었으나 주차장은 올 겨울 내린 눈이 그대로 얼어 빙판이었다. 겨울엔 찾는 이가 드물어 주차장은 신경쓰지 못한 듯했다.
망설이다 별 도리 없어 차량 한 대 없는 주차장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예상대로 바퀴가 헛돌아 차를 부리기 어려웠다. 제대로 주차하기도, 돌려 나오기도 힘겨운 상황에 심장이 조여들었다. 할 수 없이 들어온 그 장외기업 대로 후진해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정방사가 직전인데 들르지도 못한 채 족히 2km쯤 되는 도로를 후진으로 내려가야 할 판이었다. 차를 돌릴 공간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돌아나갈 길이라도 찾아볼 요량에 더이상 차량이 올라올 수 없다는 표지판을 보고도 곤두선 언덕으로 무작정 직진했다. 사찰 관계자용인 듯 차량 네다섯 대 햇살론 이자율 가 테트리스처럼 주차된 공간이 바로 나왔다. 어쩔 수 없음을 이해하리란 절박함으로 겨우 한 자리 비집고 주차한 후 정방사에 도달할 수 있었다. 가는 길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건 겨울 방문 시 참고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정방사는 우리를 식겁하게 만들었지만 태연하게 맞이했다.
독일성적
▲ 정방사로 오르는 가파른 돌계단. 돌계단 위로 일부 보이는 지붕이 범종각이다
ⓒ 오순미
사찰 입구에 설치된 삭도만 보고도 정방사 비탈이 가파르다는 걸 눈치챌 수 있다. 어쩌자고 의상대사는 깊고 높은 금수산 터 기암절벽 아래를 사찰의 적임지로 보았던 것일까.
사면에 놓인 돌계단을 오르니 바위가 쩍 갈라져 생긴 듯한 입구가 나타났다. 해발고도 1016m 금수산 자락 신선봉 능선에 위치한 정방사는 통일신라 초 문무왕 2년(662)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일주문이 따로 없었다.
한 사람 지나갈 만한 석문이 일주문을 대신했다. 자연의 힘이 만든 통로라 오히려 엄숙한 자세가 되었다. 석문이 근심과 걱정을 적발, 삭제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천천히 통과했다.
▲ 충북 제천 정방사 입구, 일주문을 대신하는 석문
ⓒ 오순미
석문을 지나면 바로 해우소가 나온다. 이곳에서 청풍호 절경과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미처 몰라 들르지 못했다. 해우소 작은 창에 걸린 비경이 궁금하다면 들러보길 추천한다. 해우소를 지나면 오른쪽 위로 범종각이 서 있다. 겨우 버티고 있는 듯 불안정한 위치여서 오히려 더 위엄 있어 보였다.
사찰 뜰에 들어서니 거대 바위 '의상대'의 호위 아래 원통보전과 유은당이 우릴 반겼다. 수호천사처럼 영원히 지켜줄 태세로 버티어 선 거암 의상대. 폭과 높이가 발산하는 위력에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자연의 위세를 그대로 수용한 의상대사의 깊은 속뜻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정방사 거대 암벽 의상대와 원통보전(법당)
ⓒ 오순미
가꾸고 보듬은 손길로 단정한 수형을 가진 소나무엔 각색의 미니 소원등이 소품처럼 매달렸다. 기도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중이라고 생색내듯 바람 따라 살랑살랑 흔들렸다. 위엄 품은 정방사가 아기자기하게 다가오는 지점이다.
주차와 씨름하며 정방사에 오른 이유와 드디어 마주했다. 법당 뜰에서 바라본 수려한 정경이 그것이었다. 저 멀리 푸르른 청풍호반과 호수를 에워싼 채 짙고 옅은 농담으로 오묘한 곡선을 그리는 산의 기세가 눈에 가득 찼다. 비봉산과 금수산, 청풍호와 월악의 능선이 빚어낸 선경은 제천이 투영된 대형 자화상이었다.
휘돌아 감기는 청풍호 사이에 펼쳐진 산그리메는 중첩의 멋을 총망라한 형상으로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정방사의 진면목이 의상대라는 거암 절벽이라면, 법당 뜰에서 바라본 비경은 페르소나라 말할 수 있겠다. 안개인 듯 구름인 듯 시스루 사이로 희끗희끗 쌓인 눈까지 더하면 빼어나다, 아름답다, 신령스럽다는 표현이 진부해서 미안했다.
▲ 정방사 뜰에서 바라본 청풍호반 선경
ⓒ 오순미
원통보전 뒤로 가면 절벽 틈을 타고 흐르는 석간수가 나온다. 사계절 내내 흐른다더니 날이 추워 얼어 있었다. 남편은 바가지만 들었다 놓으며 아쉬워했다. 높은 곳 그 어디쯤에서 흘러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물길이 마냥 자비로웠다. 최근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원통보전 옆 관음상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내려가면 자연 암벽에 맞대어 지은 지장전도 볼 수 있다.
작은 규모의 사찰이지만 풍광만큼은 거대한 정방사에서 호수도 산세도 사찰도 선물이 되는 순간을 경험하기 바란다. 답답한 세상살이 견딘 자리에 아낌없이 내어준 거암의 격려가 충만하게 채워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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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방사 뜰에서 바라본 청풍호반 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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