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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프레소-150] 영화 ‘그란 투리스모’

*주의: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방구석에서 늘 레이싱 게임만 하던 잔 마든보로는 실제 자동차 경주 무대에 설 기회를 부여받는다. [소니 픽쳐스]



2008년 일본 자동차 제조사 닛산은 하나의 실험을 하기로 한다. 그건 방구석 ‘겜돌이’들을 불러 프로 레이서로 데뷔시키는 것이었다. 이름하여 ‘GT 아카데미’ 프로젝트. 소니의 히트 레이싱 게임 ‘그란 투리스모’를 플레이하는 전 세계 팬들 중 상위권 이용자를 뽑아서 전문적인 레이싱 교육을 거친 기업은행 마이너스통장 금리 뒤 프로 무대에 내보낸다.

이 아이디어가 가능했던 것은 닛산과 소니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다소 ‘재미 없는’ 카메이커로 인식되던 닛산으로선 젊은층에게도 매력을 보여줄 기회가 필요했고, 소니로서는 자기 시뮬레이션 레이싱 게임이 실제 자동차 경주만큼이나 현실감이 높음을 보여줄 찬스였다.
‘그 햇살론 무직자 란 투리스모’(2023)는 바로 GT아카데미를 통해 프로 레이서로 데뷔한 잔 마든보로의 이야기다.


“공 좀 차라” 타박받던 아들, 레이서로 데뷔
영화는 잔(아치 마데크위)의 하루를 비추며 시작된다.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휴학한 그는 오늘도 레이싱 게임에 푹 빠져 있다. 그런 아 신한은행 신용대출금리 들을 아버지는 한심스럽게 쳐다본다. 밖에 나가서 축구라도 좀 하라는 것이다.




세상은 몸으로 부딪혀야 한다고 믿는 잔의 아버지는 늘 집에서 게임만 하는 아들을 답답하게 여겼다. 실존 인물 잔 마든보로의 아버지는 영국의 축구선수 스티브 마든보로다. [출처=I 성장과정및특이사항 MDb]



그런 잔에게 믿기 힘든 기회가 찾아온다. GT아카데미 참여자를 선발하는 온라인 대회에서 세계 상위권에 자리한 것이다. 방에서 게임만 하던 잔은 레이싱 대회에 참여하기 위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기 시작한다. 게임에서 경험하던 트랙과 실제 경주장은 아주 다르다는 것을 체감한 불가산명사단수취급 다. 집에만 있느라 키우지 못한 체력도 집중적으로 단련한다. 그는 그렇게 점점 프로 레이서의 모습을 갖춰간다.




레이서가 되기 위한 고전적인 입문 과정을 거친 경쟁 선수들은 잔을 노골적으로 무시한다. [출처=IMDb]



그러나 실전에서 그는 더욱 고전하는데, 삶은 게임보다 무거웠기 때문이다. 게임에선 아무런 무게감 없이 몰다가 박살내곤 했던 레이싱 카는 실제로는 육중한 무게를 자랑하는 흉기였다. 단 한 번 잘못된 판단으로 카메이커에 막대한 손실을 입힐 수 있을 뿐 아니라,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다른 자동차 업체 소속으로 등장한 경쟁자들의 따가운 시선도 견뎌내야 했다. 그들은 게임이나 하다가 데뷔한 잔이 무자격자라고 생각했다. 경기 도중에는 그를 농락하는 플레이를 했으며, 인터뷰에서도 깎아내리는 발언을 일삼았다.



GT아카데미 프로젝트의 마케팅 책임자인 대니 무어는 자주 무너지는 잔의 마음을 다잡아준다. ‘반지의 제왕’에서 레골라스로 나온 올랜도 블룸이 연기했다. [출처=IMDb]



잔은 실전을 통해 단단해진다. 그리고 자신을 무시했던 경쟁자들을 따돌린다. 그에겐 공인된 루트를 밟아온 레이서들에겐 없는 능력이 있었다. 바로 시뮬레이션에서 수많은 자동차를 부숴버리는 동안 체득한 회피 요령이다. 입증된 경로로만 달려왔던 레이서는 절대 모를 주행로를 개척해 잔은 세계 무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다.




주행 도중 그는 현실과 게임을 넘나들며 상상력을 펼친다. 다양한 길을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시뮬레이션하며 최적 경로를 도출한다. [출처=IMDb]




레이서에 씨가 따로 있나
그래서 실존 인물 잔 마든보로의 성적은 어땠냐고? 그는 꽤나 성공한 레이서로서 커리어를 올렸다. 미하엘 슈마허나 루이스 해밀턴처럼 ‘괴물 같은’ 기록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괴물 같은’ 기록의 수립 여부로 한 사람의 커리어를 평가하는 건 공정치는 않다. 어쨌든 자기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나올 정도의 성취를 거뒀다. 그건 누구에게나 있는 일은 아니다. 많은 레이서 꿈나무가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살았고, 살고 있다.




닛산이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잔은 다만 집구석 겜돌이에 지나지 않았다. [소니 픽쳐스]



‘그란 투리스모’는 오락 영화다. 게임과 현실의 트랙을 넘나드는 연출이 돋보인다. 그저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영화로 보면 재밌을 것이다.

생각해볼 만한 지점도 있다. 그건 잔을 삐딱하게 바라보던 경쟁 레이서들에게 하는 이야기다. 경쟁자들이 그를 싫어했던 건 그가 ‘공식’과 ‘정도’로 여겨지는 경로로 데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쳇말로 ‘깜’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무대에 선 잔은 정규 교육 과정을 거친 웬만한 레이서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건 특정 자격을 이미 얻은 사람에게 ‘깜’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무대에 서버린 이상 그는 동등한 경쟁자이고, 그때부터 그가 어떤 성적을 거둘지는 아무도 모른다. 무대에 오른 일원으로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이건 영화 속 경쟁 레이서를 넘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하는 이야기일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직업을 얻는 경로가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그 과정에서 종종 ‘공식 루트’로 일하게 된 이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직업을 갖게 된 이들을 멸시하기도 한다.



방구석 겜돌이였던 잔은 모르는 여성들에게 사진 촬영 요청을 받는 스타가 된다. [출처=IMDb]



그렇기에 우리는 좀 더 넓은 시야로 직업의 세계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게임, 유튜브, SNS, 온라인 게시판, 암호화폐 등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경로를 통해 프로의 무대로 데뷔하는 사례가 지금보다 많아질 것이다. 우리가 왕후장상의 ‘씨’나 따지고 앉아 있다면, 그들의 진가를 간과하게 될 것이다. 큰코를 다치는 걸 넘어서 그들과 협업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의 변화를 보지 않는다면 자기에게도 열려 있었던 수많은 길을 못 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란 투리스모’ 포스터 [소니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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