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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5일, 도쿄 지방법원은 일본의 교육부인 문부과학성이 청구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이하 가정연합)에 대한 해산명령청구를 받아들여 종교법인 해산을 명령했다. 문부과학성이 2023년 10월에 해산명령청구를 신청한 지 약 1년 반 만의 일이다. 법원은 가정연합이 1500명이 넘는 피해자에게 고액헌금을 유도 및 강요해 약 2000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일본의 종교법인법은 법령을 위반하거나 공공의 복지를 저해하는 것이 분명하게 인정되는 종교법인에 대해 해산을 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법원이 법령 위반을 근거로 종교법인에 대한 해산명령을 내린 것은 도쿄 지하철역 사린가스 테러 사건을 일으킨 옴진리교(1996 국민은행 예금 년)와 각종 사기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명각사(2002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옴진리교와 명각사의 경우 형사재판 유죄 판결에 기반해 해산명령이 결정되었던 반면, 가정연합의 경우 민법상의 불법행위로 인한 해산 결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기시다 후미 공무원 전세자금대출 오 전 총리(왼쪽)는 '통일교 연관설'로 큰 곤욕을 치르다 결국 총리직에서 사임했다. ⓒKyodo 연합





통일교를 둘러싼 일본 사회의 논란은 2022년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오른쪽 사진)가 나라시에서 선거유세를 하던 중 총격을 당해 신용불량자전세자금대출 사망하면서 불거졌다. ⓒEPA 연합


해산되면 세액공제 불가…종교 활동은 가능
법원의 해산 결정 발표 후 아베 도시코 문부과학대신은 "(문부과학성의) 주장이 인정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부과학성으로서는 옛 통일교의 대응에 계속 만전을 기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반면 가정연합 대환대출조건 측은 "잘못된 법 해석에 기반해 내려진 결과로서 도저히 승복할 수 없다"며 항고할 계획을 밝혔다. 해산명령이 확정되면 종교법인으로서의 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되지만 종교단체로서의 활동은 지속할 수 있다.
가정연합을 둘러싼 일본 사회 내 논란은 2022년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나라현 나라시에서 선거유세를 하던 중 총격을 동부저축은행 햇살론 당해 사망하면서 불거졌다. 현장에서 살인미수 현행범으로 체포된 41세(당시)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는 해상자위대 출신으로, 스스로 제작한 산탄총으로 아베 전 총리에게 총격을 가했다. 수사 과정에서 야마가미는 어머니가 가정연합에 입교한 이래 10억원이 넘는 헌금을 하고 결국 파산하기까지 했다면서 "가정을 무너뜨린 (종교)단체를 일본으로 불러들인 게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이며, 그 손자인 아베(신조)가 국내에 퍼뜨렸다"고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또한, 범행에 사용된 산탄총은 유튜브를 통해 제작 방법을 배우고 인터넷에서 부품을 구매해 직접 제작했다고 말했다. 
냉전 시기에 반공 정책을 실시했던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는 총리 재임 시절(1957년부터 1959년까지) 반공(反共) 혹은 승공(勝共·공산주의 세력을 무찔러 이김)을 주장하던 통일교 문선명 총재의 사상에 동조하며 통일교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또한, 문선명이 탈세 혐의로 미국에서 복역 중이던 1984년, 레이건 당시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문선명의 석방을 요청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도쿄 지방법원은 3월25일 문부과학성이 청구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에 대한 해산명령청구를 받아들여 종교법인 해산을 명령했다. ⓒ뉴시스


아베 살해범 "모친, 통일교에 빠져 집안 엉망"
아베 전 총리는 총리직 사임 후인 2021년 9월, 통일교 관련 단체인 천주평화연합이 개최한 이벤트 '신통일 한국을 위한 싱크탱크 2022 희망 전진 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면서 "특히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노력해온 한학자 총재를 비롯한 여러분께 경의를 표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야마가미는 아베의 기조연설 동영상을 시청한 뒤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전 총리가 살해당하고 약 3개월 후인 2022년 10월17일, 기시다 후미오 당시 총리는 종교법인법에 기반해 가정연합에 '질문권'을 행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가정연합이 영감상법(靈感商法·단순한 꽃병이나 인감, 장식품 등에 초자연적 영력이 있는 것처럼 속여 부당하게 높은 가격으로 파는 상술)을 통해 신도들에게 고액헌금을 유도 및 강요했는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종교법인법에 기반해 일본 정부가 종교단체에 질문권을 행사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사건 이후 자민당 소속 정치인과 통일교의 접점이 부각되는 가운데 기시다가 개각을 단행하고 자민당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음에도 내각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여론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내린 결단이었다. 이에 따라 문부과학성 산하 문화청은 같은 해 11월8일 종교법인에 대한 질문권 행사 및 해산명령 관련 전문가 회의를 열고, 종교법인에 대한 질문권 행사 기준을 마련했다. 또한, 종교법인 간부 등의 법령 위반 행위가 반복되고 그에 따른 피해가 중대할 경우 해당 법인에 대한 '해산명령'까지도 내릴 수 있도록 한다고 결론지었다. 



아베 전 총리가 2021년 9월 통일교 관련 단체인 천주평화연합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그러나 7차례가 넘는 일본 정부의 질문권 행사에도 가정연합 측이 '신앙의 자유' 등의 이유를 들어 중요 질의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하자 문화청은 가정연합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후 문화청은 가정연합 측이 영감상법으로 고액헌금을 유도하는 불법행위를 반복해 왔다며 2023년 10월 종교법인 해산명령청구를 신청했다. 가정연합의 불법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져왔다고 판단한 것이다.
해산명령 결정이 발표되기 약 2개월 전인 2025년 1월 하순, 전 마이니치신문 기자인 이시도 사토루는 분게이주(文藝春秋) 사옥에서 통일교 관련 단체인 '국제승공연합' 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가지쿠리 마사요시와 인터뷰를 가졌다. 국제승공연합은 1968년에 설립된 정치단체로, 통일교의 우호단체인 천주평화연합(UPF), 세계평화연합과 함께 통일교 관련 3단체로 꼽힌다. 가지쿠리는 '통일교 2세'로 전두환 정권기에 한국 유학을 통해 북한에 의한 남침 위협을 실감하며 통일교 신앙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인터뷰에서 가지쿠리는 자민당 정치인과의 관계 및 문부과학성의 해산명령청구 신청, 한국으로의 거액 송금 등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먼저, 가지쿠리는 야마가미가 '신통일 한국을 위한 싱크탱크 2022 희망 전진 대회'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기조연설에 나선 것을 보고 범행을 결단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아베와 옛 통일교의 밀월관계를 부인했다.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와 부친인 아베 신타로가 통일교 측의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아베 신타로의 아내이자 아베 신조의 모친인 아베 요코는 아베 신조에게 통일교와의 거리에 신경을 쓰도록 조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가지쿠리에 의하면 아베가 2021년 대회의 기조연설을 수락한 이유는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이 관련 행사에 참석한 바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기조연설 예정이라는 천주평화연합 측의 설득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베는 트럼프 등 미국 요인의 참가를 상당히 의식해 참가를 결정했으며 기조연설에 따른 보수도 지급받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가지쿠리는 아베 외에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에게도 해당 기조연설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제창하고 제국주의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에 대해 "용서받을 때까지 피해자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유명한 하토야마 전 총리는 통일교 측이 "아베보다도 더 깊은 관계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인물이다. 하토야마는 2004년, '구국·구세(救国·救世) 전국총결기대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 바 있다. 이 행사에는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도 참가했는데, 나카소네는 전두환과의 개인적 신뢰관계에 기반해 '한반도 교차승인 구상'(미·일이 북한을 승인하고 중·소가 한국을 승인한다는 구상) 실현을 위해 노력한 인물이다. 통일교 측이 한반도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거물급 정치인과 관계를 돈독히 해온 것이 나타나는 대목이다.



통일교 2세들은 최근 미국에서 총기를 휴대한 채 합동결혼식을 진행해 논란을 빚었다. ⓒ문형진 페이스북


사죄 입장문 냈다 삭제하고 강경 대응 예고
다음으로 문부과학성이 가정연합에 대한 해산명령청구를 신청한 것과 관련해 가지쿠리는 "법적인 측면에서 생각하면, 최고재판소(대법원)에서는 해산명령청구가 인정되지 않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만일 종교법인이 해산된다고 하더라도 관련 단체가 해산되는 일은 없으며, 우리들이 자발적으로 해산하는 일도 있을 수 없다"고 말해 단체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심경을 밝혔다. 
해산명령이 내려지기 전인 2025년 1월 시점에 이미 최고재판소에 의한 해산청구 불허 가능성을 언급한 점은 가정연합 및 관련 단체들이 종교법인 해산을 둘러싼 소송이 장기화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가정연합의 한국으로의 송금 규모가 수천억원에 이른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한때는 1년에 1000억원이 됐을지도 모르겠다"면서 2022년의 아베 총격 살해 이후로는 한국으로의 송금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으로의 송금은 1980년대에 가정연합의 세계선교본부를 뉴욕에서 한국으로 옮긴 이후, 전 세계의 가정연합 신자들이 낸 헌금을 한국의 선교본부로 보냈던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3월25일 해산명령 결정을 내린 도쿄지방법원은 가정연합 측이 16년 전인 2009년부터 교단 해산을 상정해 또 다른 종교법인인 '천지정교(天地正教)'로 관련 자산을 이양할 대책을 미리 세워두었다고 밝히고 있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가정연합 측은 2009년, 영감상법 문제 등으로 관련 단체가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미 법인 해산에 대비해 잔여재산 귀속과 관련 규칙을 제정했다. 
천지정교 측은 "(가정연합과) 전혀 다른 종교법인"임을 강조하고 있으나, 마이니치신문이 천지정교 시설에서 자란 종교인 2세 여성을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해당 여성의 부모는 통일교 직원으로 '교단의 지시'를 받아 천지정교로 옮겨 갔다. '종교법인 바꿔치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의 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가정연합 측은 해산명령 결정 이후 신도를 비롯한 관계자, 그리고 국민 모두에게 "사죄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한 이후,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 입장문 삭제에 대해 교단 측은 도쿄 지방법원의 해산명령 결정에 항고할 것이기 때문에 사죄 내용을 삭제했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