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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걸작 ‘롤리타’는 뛰어난 예술성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입니다. 중년 남자 ‘험버트 험버트’가 만 열두 살밖에 되지 않은 소녀 ‘롤리타’에게 병적으로 또한 성적으로 집착하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롤리타’는 도덕성이나 교훈과 거리가 멀다고 강조한 것을 보면, 소아성애와 폭력의 추악함을 보여주고 비판하기 위한 작품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으나, 소재 자체를 거북스러워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한때 천재 아역으로 불렸던 여배우의 회생신청방법 극단적 선택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몇 주째 거듭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인물들과 새로운 증거들이 나올 때마다, 한결같이 나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본질을 흐리지 말자. 중요한 건 27살이 15살과 교제했다는 사실이다.” 형법에 따르면 만 16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성인이 성관계를 맺으면 ‘미성년자의제강간’이라는 범죄 행위가 됩니다. ‘의제강간’이란, 폭행이 강남직장인밴드 나 협박이 없었다 하더라도 강간으로 간주한다는 뜻입니다. 2020년 이전에는 미성년자의제강간 기준 연령이 만 13세였고, 개정된 법의 내용이 개정 전으로 소급되진 않기 때문에, 현재 논란이 되는 남자 배우와 여배우의 이성 교제는 법적으로 처벌 대상은 아닙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윤리적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주택법제46조 또한 최근에는 미성년자의제강간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성인이 미성년자와 성관계 또는 성적 행위를 하는 것 자체를 ‘정서적 아동학대’로 보아 기소하거나 처벌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작년 대법원은 제자인 17세 남학생과 2개월간 11회에 걸쳐 성관계 및 유사성행위를 한 30대 여교사에게 아동학대 유죄 판결을 확정하면서 징역 1년6월, 집행 적합훈련과정 유예 3년을 선고했던 바 있습니다. 당시 여교사는 서로 애정을 갖고 사귀면서 자연스럽게 한 행동이라고 하면서 학대가 아니라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제자를 보호하고 지도하여야 할 교사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온전하게 행사할 수 없는 심리적으로 취약한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적 욕구를 충족하고 미성년자의 인격 발달과 성적 가치관 형성을 저해했다”고 일침을 놓았습니다 한국씨티캐피탈 .





서아람 변호사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단어는 바로 ‘성적 자기결정권’입니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성관계를 포함한 성행동과 이성 교제의 상대방을 자신의 자유로운 의지로 선택할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 헌법상의 자유권과 행복추구권을 기반으로 합니다. 과거 형법에 존재했던 혼인빙자간음죄와 간통죄가 없어진 것도, 바로 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미성년자의제강간죄의 경우, 그 기준을 세우는 데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개인적 법익과 ‘아동을 포함한 미성년자의 보호’라는 공공의 법익이 서로 충돌하는 지점이 생기게 됩니다. 여기에 대해 우리나라는 “열여섯 살이 되기 전에는 온전하게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국가가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직간접적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미성년자는 성적 자기 결정을 내리는 데 충분한 정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악용하려는 성인의 기망과 유인에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이라는 것이 한 인간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결정하는 절대적 척도가 될 수는 없습니다. 같은 열여섯 살이라도 초등학생처럼 미성숙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웬만한 어른 뺨치게 사리 분별이 뛰어난 경우도 있으니 말입니다. 어쩌면 청소년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좋다는데 왜 알지도 못하는 생판 남들이 배 놔라 감 놔라 참견해대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형사 변호사를 하다 보면, 이십 대나 삼십 대의 ‘남자친구’와 십대 ‘여자친구’가 두 손을 꼭 잡고 찾아와 “우리 서로 사랑하게 해 주세요”를 외치는 일을 종종 겪습니다. 보통 이러한 경우 고소는 미성년자의 부모나 보호자가 하는데, 정작 피해자인 미성년자는 가해자를 벌하지 말아 달라고 검사실이며 법원을 쫓아다니면서 탄원하는 기이한 상황이 생기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요즘 청소년들의 성숙도에 비추어 볼 때 의제강간 연령을 올리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하면서 미국의 이른바 ‘로미오와 줄리엣 법’처럼 예외 조항을 두어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그러나 법을 잘못 이해한 주장입니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 시행하는 ‘로미오와 줄리엣 법’은 성인과 미성년자 간의 성관계가 아니라, 청소년들 간의 성관계를 형사처벌하지 않기 위한 조항으로, 나이 차이가 3세 이상 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13세와 16세 사이의 청소년과의 성관계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즉, 해당 조항에 의하여 처벌을 면할 수 있는 연령 또한 16세에서 19세까지로 한정되는 것입니다. 16세라는 기준이 비현실적이지 않다는 건 외국의 입법례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영국은 16세 미만과의 성관계를, 프랑스는 15세 미만과의 성관계를 강간으로 간주하여 처벌합니다. 일본, 미국, 독일 등도 비슷한 규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또한 무려 ‘전원일치’ 의견으로 미성년자의제강간이 헌법에 합치한다고 결정했던 바 있습니다.
사랑하는 데 나이가 무슨 문제냐고요? 모든 사랑은 비극으로 변질될 위험을 안고 있지만, 성인과 미성년자의 만남에서 그 위험은 거의 필연이 됩니다. 성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 학대, 경제적 착취, 교육의 기회 박탈 등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십 년, 아니, 당장 오 년만 지나도 왜 안 말려줬냐면서 후회할 것을 이미 겪어본 어른들은 알기에 단호하게 선을 그으려는 것입니다. 정말 사랑한다고요? 그럼 기다리면 됩니다. 청소년이 청소년기를 청소년답게 보낼 수 있도록 아낌없이 응원해 주고 지지해 주고 격려해 주다가, 온전히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성인이 되었을 때 주변의 축복을 받으며 예쁘게 사귀면 될 일입니다. 기억해야 합니다. 롤리타의 주인공 ‘험버트’는 결국 감옥에 갇혀 영영 파멸했다는 걸 말입니다.
서아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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