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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리솔솔 25-06-30 12:39 0회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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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몽 먹튀 ▤ 오션파라 다이스 사이트 ▤㎌ 93.rfx638.top ◑정상석은 없지만, 발아래 펼쳐진 풍경이 바로 '정상'임을 말해 주는 시루봉.


첫 번째 산행코스 _ 보문산
대전? 성심당 말고 '산'도 있는데!
KTX 열차가 미끄러지듯 서대전역 플랫폼에 멈춰 섰다. '대전? 성심당 말고 또 뭐가 있더라?' 나는 생각했다. '엑스포', '교통의 요지'라는 수식어와 함께 '노잼 도시 대전'이라는 씁쓸한 별명이 번뜩 생각났다. 인구 144만의 대도시, 연구단지가 밀집한 지식의 도시 이면에 과연 어떤 매력이 숨겨져 있을까?
오늘 산행에는 특별한 동행이 있다. 지난 2월, '악' 소리 절로 나던 겨울 운암산의 매서운 칼바람을 함께 맞았던 김세종씨다. 그는 다름 아닌 나의 나노트로닉스 주식
친동생이다. 우리는 종종 함께 걷는다. 몇 해 전, 각자의 삶에서 이루고 싶은 것들을 하나둘 이야기하며 영덕 블루로드를 완주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 그 길 위에서 나눴던 소망들을 우리는 모두 이뤘고, 오늘은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이곳 서대전역 앞에서 다시 뭉쳤다.
"누나, 대전에도 산이 있어? 성심당만 있는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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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보문산 아래 언고개로 향하는 길, 세종이가 장난스레 물었다. 나도 피식 웃음이 났다.
"응, 나도 처음엔 성심당만 떠올렸는데, 막상 찾아보니 대전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이래. 그래서 의외로 좋은 산들이 정말 많아. 오늘 우리가 가는 보문산만 해도 대전 사람들한테는 동네 뒷산 같은 곳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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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만난 '대전 토박이' 산꾼, 그의 이야기는 살아 있는 명강의였다


내 말에 세종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 신기하다! 대전에는 빵집만 가득 있을 줄 알았어."
"해발 457.6m주식특강
인데, 대전 시내 한가운데에 있어. 옛날엔 여기에 케이블카도 있었대."
우리는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봤다. 날씨가 더없이 화창했다.
보문산寶文山.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보물이 묻혀 있다고 하여 보물산이라고 불리다가 보문산이 되었다는 말도 있고, 한 나무꾼이 죽어가는 물고기를 살려 주고 얻은 주머니에서 동연속상한가
전이 마구 쏟아져 나와 부자가 되어서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전해진다.



역사의 숨결 따라, 백제 부흥운동의 마지막 거점 보문산성으로 향하는 길.


어느 쪽이든, 이곳은 대전 시민들에게 보물처럼 소중한 존재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대전시의 관광 슬로건 '꿀잼도시 대전'을 떠올리며, 진짜 '꿀잼'은 어쩌면 시내가 아닌 이 산자락에 숨어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안고 언고개 들머리에 섰다. 오늘의 코스는 언고개에서 시작해 시루봉을 거쳐 대사동 입구로 내려오는, 보문산 20코스와 10코스를 잇는 약 7.2km의 길이다.
언고개에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자, 잘 다져진 흙길이 우리를 맞이했다. 초반에는 완만한 경사는 몸을 풀기에 더없이 좋았다. 보문산 20코스는 대전오월드를 왼쪽에 끼고 도는 길이다. 마침 취재 당일이 어린이날 연휴라 저 멀리 '오월드'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즐거운 함성과 신나는 음악 소리가 마치 축제의 배경음악처럼 산행 내내 함께했다. 싱그러운 나무 냄새와 지저귀는 새소리, 그리고 축제 소리가 어우러져 묘한 활기가 일었다. 도심에서 불과 몇 발짝 떨어졌을 뿐인데 전혀 다른 세상에 온 듯했다.
우리는 다시 시루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경사가 조금씩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무 계단과 로프 등이 잘 설치되어 있어 큰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었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때쯤이면 어김없이 쉼터가 나타났다. 이곳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물 한 모금 마시는 시간이 꿀맛 같았다.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누가 대전을 노잼 도시라 했나. 산잼('산재미'의 준말로, 산행이 매우 재미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필자가 직접 만들었다.) 도시 대전인 것 같은데?'



설렘 안고 첫 발, 보문산 언고개에서 시작된 '산잼' 찾기 출발


시루봉 정상, 정상석 없는 정상頂上의 의미
금세 보문산 정상, 시루봉(457.6m)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아담한 정자인 보문정이 자리 잡고 있었고, 사방으로 탁 트인 조망이 일품이었다. 세종이는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누나, 시루봉에 올라와 보니까 왜 대전이 산으로 둘러싸였다고 했는지 알겠다. 와, 진짜 전부 다 산이네!"
그의 말처럼 시루봉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온통 겹겹이 이어진 산의 능선들이었다. 시루봉 다음으로 갈 보문산성도 저 건너편에 손에 잡힐 듯 마주 보였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흔히 볼 수 있는 정상석이 보이지 않았다. 정상에 함께 머무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대전 분이세요? 시루봉 자주 오시나요? 혹시 이곳에 정상석은 어디 있을까요?"
그러자 한 등산객이 빙긋 웃으며 반문했다.
"정상석이 뭐 그렇게 중요한가유~ 대전 시내나 빙 둘러서 한 번 봐유."
순간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렇다. 정상석이 꼭 있어야만 정상인가. 이렇게 마음까지 시원하게 트이는 조망이 펼쳐지면 그곳이 바로 정상이지 않을까.
우리는 보문산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산성 주변으로 한껏 피었다 지고 있는 철쭉 군락이 분홍빛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산성은 둘레가 약 300m의 석축산성이다. 시루봉에서 보문산성으로 향하는 능선길은 비교적 평탄했다. 오르락내리락 지루할 틈이 없었다. 백제 부흥 운동의 마지막 거점이었다는 산성의 흔적은 역사의 무게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무너진 성벽 가에 올라 바라보는 대전 시내의 풍경은 장쾌했다.
"와! 대전이 이렇게 넓었나? 진짜 큰 밭大田 같네."
연신 감탄사를 내뱉는 세종이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옛날 백제 병사들도 이곳에서 이런 풍경을 보았을까?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잠시 아득한 역사적 상상에 잠겨 보았다.
하산은 보문산 10코스의 시작점 대사동大寺洞 방향으로 잡았다. 잘 정비된 데크 계단과 푹신한 흙길이 번갈아 나타났다. 과연 시민들의 산이구나 싶을 만큼 사람들이 북적였다. 사람들과 밝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발걸음이 가볍고 편안해 오를 때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문득 보문산이 걸쳐 있는 '대사동'이라는 지명의 유래가 궁금해졌다. 이곳에 큰 절이 있어서 한절골, 한적골 등으로 불리다가 한자식 표기로 바뀌면서 붙은 이름. 자연미륵불이 있는 고촉사가 인근에 있었다. 오래된 사찰로 발걸음을 옮기고 싶었지만, 보문산공원 입구에서 솔솔 나는 맛있는 음식 냄새를 따라 홀리듯 걸었다.
10코스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이곳에는 보문산 대공원과 보문산 향토음식점 거리가 잘 조성되어 있었다. 연휴를 맞아 가족과 친구, 연인 단위의 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가를 즐기고 있었다. 그 활기찬 풍경에 우리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산행의 피로 따위는 없었다. 다만 조금은 출출했다.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음식점 '토담'의 야외 좌석에 자리 잡고 앉았다. 지글거리는 해물파전과 신선한 산채비빔밥,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동동주 한 사발을 주문했다. 시원한 바람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산행 후의 노곤함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끝내주는 만찬을 즐겼다. 대전 시민들의 오랜 벗 보문산, 그 품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을 완성했다.



대전 토박이 박재범씨.


Mini interview 보문산에서 만난 사람
충남대학교 산악부 출신 박재범씨
"곤륜산 '곤'은 뼈 '골'자에서 유래"
완만하지만 꾸준한 오르막길을 따라 시루봉으로 향하던 중, 한 중년의 등산객과 마주쳤다. 예사롭지 않은 산꾼의 풍모를 지닌 그는 자신을 "대전 토박이"라고 소개했다. 박재범씨는 충남대학교 산악부 출신으로, 젊은 시절에는 낭가파르바트 원정까지 다녀왔다고 했다. 그의 눈빛에서 깊은 연륜이 느껴졌다.
"요즘은 왜 홀로 다니십니까?"
조심스레 묻자,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이제 친구들은 다들 무릎이 엉망이라 더는 산을 못 다녀. 나만 이렇게 혼자 다니지."
그의 말에는 세월의 아쉬움과 산에 대해 변치 않는 애정이 동시에 묻어났다. 그는 마치 대전 둘레길 담당 숲해설가라도 된 듯, 보문산뿐 아니라 대전의 여러 둘레길과 산에 대해 막힘없이 설명했다. 특히 '곤룡재'라는 지명의 '곤'자가 뼈 '골骨'자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한국전쟁 때 곤룡재 부근에서 사람이 많이 죽었다. 주관적인 의견이긴 하지만 이쪽이 당시 격전지였다는 정도로 이해할 만했다. 이외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다고 생각됐다. 그야말로 보문산 명강사였다.






산행길잡이
보문산에는 수많은 등산코스가 있다. 도심에서 접근성이 좋은 보문산 8~10코스가 가장 일반적이다. 우리는 보문산 20코스 언고개에서 시작해 시루봉과 보문산성을 지나 대사동 보문산공원 입구로 내려왔다. 약 7.2km.
언고개는 대전오월드 방면으로 가다가 만나는 고개로, 별도 주차 공간은 협소한 편. 대중교통 이용 시에는 보문산공원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초반 언고개에서 시루봉까지는 완만한 오르막과 데크 계단이 반복된다. 시루봉에서 보문산성까지는 완만한 능선길이고, 대사동으로 하산하는 길은 데크와 흙길로 잘 정비되어 있으나 일부 구간은 경사가 있다. 등산로 곳곳에 이정표가 잘되어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적다. 시루봉 정상의 보문정은 훌륭한 조망처이자 쉼터이다. 주말에는 이곳에서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교통
자가용 이용 시 내비게이션에 '언고개' 또는 '보문산공원 주차장(중구 보문산공원로 446)'을 검색하면 된다. 언고개는 주차가 마땅치 않으므로, 보문산공원 주차장에 주차 후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서대전네거리역 등에서 오월드행 버스 탑승 후 '오월드' 정류장 하차, 보문산공원에서 산행을 시작할 경우에는 대전역과 서대전역 등에서 보문산공원행 버스를 탑승하면 된다.
맛집
산행 후 허기진 배를 달래기에는 보문산공원 입구의 '보문산 향토음식점 거리'가 제격이다.



산행 후 꿀맛! 보문산 아래 '토담'에서 즐긴 푸짐한 만찬.


토담
(보문산공원로 472, 042-253-2006) 보문산공원 입구 향토음식점 거리에 위치. 해물파전, 산채비빔밥, 닭볶음탕 등 다양한 한식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야외 좌석도 마련되어 있어 날씨 좋은 날 이용하기 좋다.
반찬식당
(보문산공원로 484, 042-253-2794) 푸짐한 백반으로 등산객들의 허기를 달래 준다. 정갈한 밑반찬과 따뜻한 국이 일품이다. 1층에서 맛볼 수 있는 호떡이 일품이라고 한다. 당일 재료 소진으로 우리는 맛볼 수 없었다.
보문산왕돈까스
(보문산공원로 497, 0507-1342-1282) 아이들과 함께라면 좋은 선택. 옛날식 왕돈까스로 유명하며, 다른 경양식 메뉴도 있다.



말 그대로 '해밀'. 비 내린 뒤 맑은 하늘을 보여 주는 식장산 헬기장.


두 번째 산행코스 _ 식장산
택시 기사의 가이드, '택시 안에서 산 오른 기분'
보문산의 '산잼'에 한껏 취한 다음 날, 우리는 대전의 또 다른 '산잼'을 찾아 나섰다. 오늘의 목적지는 식장산(598m)이다. 대전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어제 올랐던 보문산을 비롯해 만인산, 계족산까지 조망할 수 있다는 '보만식계'의 한 축이다.
삼괴동 덕산마을로 향하는 택시 안, 창밖 풍경만큼이나 구수한 입담의 기사님 덕분에 산행은 이미 시작된 듯했다.
"식장산요? 거긴 차로도 거의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어유. 대전하고 옥천하고 딱 걸쳐 있는 산이지. 어떻게 지금 바로 위로 가버려유?"
우리는 내심 그러고 싶기도 했다.
"저기 저 산 옆에 보이는 게 옛날 대전 시민들 먹던 세천 수원지인데, 지금은 상수원 보호는 아니지. 이 길이 새로 난 지 한 40년 됐나? 저 옆에 희미하게 보이는 게 일제 강점기 때 낸 구도로예유."



닭재에서 발견한 '보만식계' 종주 보급품, 산꾼들의 열정을 엿보다.


기사님은 마치 식장산 전문해설사 같았다.
"저기 보문산 위에 정자 보여유? 옛날엔 거기 포장마차도 있고 그랬는디, 몇 년 전만 해도 막걸리 팔던 할매도 있었고. 지금은 단속이 심해서 없어졌어. 어제 보문산 갔다 왔다고? 시루봉 가면 아이스크림 아저씨는 봤슈? 어제 못 봤으면 난중에 꼭 사 먹어봐유, 맛나."
나는 오랜만에 나보다 더 수다스러운 사람을 만나 "네, 네" 하고 대답만 하다가, "대전에서 산 하나만 가야 한다면 어디를 추천하시겠어요?"라고 물었다.
기사님은 망설임 없이 "만인산!"을 외쳤다.
"만인산도 가봐유. 거긴 여름 산이여. 나무 그늘이 좋아서 하루 종일 햇볕 안 보고 걸을 수 있어. 태조 이성계 태실도 있고, 그냥저냥 볼 만해유. 사람 많이 가는 덴 갈 필요 없어. 만인산이 최고여, 근데 뭘 여기까지 와서 걸으려고 햐~? 계족산은 황톳길 걷는다고 많이들 가고, 동학사도 시내버스 잘 가니깐 많이 가고. 대청호길도 물 많이 빠져서 걷기 참 좋아."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그의 대전 산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여차저차 기사에 싣고 싶은데, 성함을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산 위에서 만난 신세계! 식장산 정상 쉼터의 라면 자판기는 사막의 오아시스.


조심스레 여쭈니,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답했다.
"아,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유. 나 죄를 많이 짓고 살아서 이름은 못 알려드려. 부끄러워유."
이름을 알 수 없는, 그러나 누구보다 산과 대전을 사랑하는 듯한 대전 토박이 기사님 덕분에 택시 안에서도 우리는 이미 깊은 산 속에 들어선 기분이었다.
대전둘레산길 4구간의 시작점, 삼괴동 덕산마을에 도착했다. 오늘의 코스는 이곳에서 망덕봉을 거쳐 식장산 정상, 그리고 세천공원으로 하산하는 약 13km의 여정이다. 들머리부터 제법 경사가 있었다.
"누나, 이 코스 높낮이가 심해서 초보자한테는 힘들 수 있겠다."
세종이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의 말처럼 망덕봉으로 향하는 길은 끊임없이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했다. 누적 고도가 야금야금 올라갔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허벅지가 뻐근해질 때쯤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내리막은 잠시의 안도감을 주었지만, 곧이어 나타날 오르막에 대한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했다. '대체 어디까지 내려가는 거야. 어차피 이따 올라와야 하는데'라고 생각했다.



대전의 지붕 식장산과 정상 쉼터가 저 멀리 보인다.


닭재를 지날 무렵, 정자 앞에 놓인 커다란 콜라 페트병과 신선해 보이는 과일 꾸러미가 눈에 띄었다.
"저거 봐, 세종아! 누가 '보만식계' 종주하나보다. 저게 보급품이야. 중간 지점에 이렇게 음식을 가져다 놓고, 도착하면 저걸 먹고 다시 산을 타는 거지."
'보만식계'는 보문산, 만인산, 식장산, 계족산을 하루에 연달아 걷는 약 60km의 만만치 않은 종주 코스로, 대전 지역 산꾼들뿐만 아니라 모든 산꾼들에게 퍽 유명한 종주 코스이다. 아직 종주 산행의 묘미를 알지 못하는 세종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도심에 내려가서 먹으면 되지, 굳이 이렇게 먹고 또 먼 길을 가야 해?"
그 순수한 의문이 왠지 귀엽게 느껴졌다.
땀을 뻘뻘 흘리며 식장산 정상 쉼터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이곳은 자동차로도 접근이 가능한 곳으로, 대전 시민들에게 또 다른 휴식처이자 야경 명소로도 사랑받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주차장은 이미 만석이었다. 휴게소 내부에는 라면과 음료 등을 파는 무인 자판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와, 산에서 라면 자판기라니!"
세종이가 신기해하며 외쳤다. 우리가 라면 물을 받으려던 찰나, 밖에는 후두둑 비가 쏟아졌다. 빗소리를 들으며 먹는 뜨끈한 라면 맛은 꿀맛이었다. 아까 닭재에서 봤던 콜라가 생각나, 평소에는 잘 마시지 않는 콜라 한 캔을 사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젖은 몸과 허기진 배를 채우고 잠시 숨을 돌린 후, 우비를 뒤집어쓰고 다시 길을 나섰다.
휴게소에서 보만식계를 종주하는 사람들을 만나 짧지만 강렬한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먼저 식장산 정상으로 향했다. 정상은 생각보다 비좁았지만, 사방으로 탁 트인 조망은 감탄사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대전 시내는 물론, 저 멀리 우리가 올랐던 보문산과 해밀산악회 회원들이 가야 할 계족산의 능선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아담한 정상석 옆에서 세종이와 함께 빗속의 인증 사진을 남겼다. 비록 날씨는 궂었지만,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 맑게 갠 듯했다. 바로 '해밀'이었다.
세천공원으로 하산하는 길은 비교적 수월했다. 빗줄기도 어느새 가늘어져 있었다. 세천공원에 가까워질수록 물소리가 크게 들려왔고, 곧이어 오래된 고목들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세천유원지의 모습이 나타났다. 봄에는 벚꽃으로, 가을에는 단풍으로 유명하다는 이곳은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산행의 피로를 씻어 주기에 충분했다. 저수지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오늘 하루의 산행을 되짚어 보았다. 땀과 비에 흠뻑 젖었지만, 대전의 지붕 식장산이 품은 깊은 자연과 그 속에서 만난 열정적인 사람들 덕분에 마음은 더없이 풍족해졌다. '산은 오르는 과정도 즐겁지만, 그 안에서 만나는 인연 또한 큰 선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하루였다.



빗속의 뜨거운 만남, '해밀산악회'의 열정은 식장산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Mini interview 식장산에서 만난 사람들
보만식계 종주 중인 해밀산악회 회원들
"지리산 태극종주 하려고 훈련하고 있어요"
그 순간, 우리는 그들을 만났다. 다름 아닌 닭재 보급품의 주인공들, 바로 용인 수지 죽전에서 온 '해밀산악회' 회원들이었다.
"아! 혹시 보만식계 종주 중이세요?"
내가 묻자, 빗줄기 속에서도 활기찬 목소리가 돌아왔다.
"네, 맞아요! 만인산 지나서 이제 식장산 거의 다 왔는데 비가 오네요!"
산악회 리더로 보이는 강진구(닉네임 산수)씨는 '해밀'이 '비가 온 뒤 맑게 갠 하늘'이라는 순우리말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오늘이 무려 21번째 보만식계 종주라는 그와 7명의 회원은 지리산 태극 종주를 위한 연습 겸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괜찮아요! 거의 다 오셨으니 힘내세요! 갈 수 있습니다! 아까 닭재에 보급품 있던데, 잘 챙겨 드셨죠?"
나는 그들과 같은 산악회 회원이라도 된 듯 더 신났다. 나의 응원에 그들은 호탕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중 한 회원은 오늘로써 20번째 보만식계를 완주하는 날이라며, 지리산 태극 종주에 처음 도전하는 산우들을 위해 기꺼이 함께하고 있다고 했다. 험난한 산행 중에도 서로를 격려하며 나아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뜨거운 동료애와 산에 대한 깊은 열정이 느껴졌다. 순간, 나도 모르게 해밀산악회에 가입 신청서를 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산행길잡이
대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식장산(598m)을 제대로 경험하고 싶다면, 대전둘레산길 4구간을 따라 삼괴동 덕산마을에서 출발해 망덕봉, 식장산 정상쉼터와 해돋이 전망대를 거쳐 정상에 오른 후 세천공원으로 하산하는 약 13.25km 코스를 추천한다. 산행 시간은 개인의 체력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4시간 30분에서 6시간 정도 소요될 듯하다. 특히, 망덕봉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오르내림이 반복되어 체력 안배가 중요하다. 이 코스는 전체적으로 높낮이의 변화가 심해 등산초보자에게는 다소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다.
맛집/숙소
세천공원 유원지 일대 맛집이 즐비하다. 이곳에는 닭볶음탕이나 백숙, 시원한 막걸리와 함께 즐기기 좋은 파전 등을 판매하는 식당들이 여럿 자리하고 있다.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호랑이호떡꽈배기카페
(세천공원로 39, 1층)의 호떡 및 음료는 산행 후 간식으로 제격이다. 도심에 있는 성심당 본점(중구 대종로480번길 15)을 들르려면 서둘러 움직여야 한다. 산행 시간만큼이나 대기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숙소는 대전역이나 서대전역, 대전복합터미널 주변으로 나가야 많다. 산행 후 뜨끈한 온천욕으로 피로를 풀고 싶다면 유성온천 지구의 관광호텔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유성온천은 수질이 좋기로 유명해 일반 여행객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등산 지도 _ 특별부록 지도 참조
월간산 6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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