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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고 없었다. 꽉 물끄러미 옷이 뿐더러 들리는가만히 하늘만 보고 앉아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보려는 시도도 나온다. 경남도는 스마트팜으로 시설재배를 확대하고 있다. 아열대 작물 재배 교육 등을 진행해 지역 농촌이 바뀌고 있다. 그러나 한계에 부닥친다. 기후에 영향을 받지 않는 농장을 만들려고 해도, 작물을 바꿔 농사를 이어가려고 해도 때마다 덮치는 기후위기를 피하기 어렵다. 농업의 미래는 이대로 사라지는 걸까. 우리는 '지속 가능한 농업'을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경남 농가 소득이 전국 최하위 수준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올해 5월에 발표한 농가경제조사에서 경남 농가 소득은 5440만 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9개 도 가운데 2위다.
경남도는 시설 채소와 마늘, 시금치, 단감 신한 적금 가격 상승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외국인계절노동자를 2023년 3465명에서 2024년 7380명까지 늘려 농가 인건비 부담이 덜어진 덕도 있었다. 기본형 공익직불금을 늘리고, 여성 농업인 지원 사업을 강화한 요인도 있었다.
경남도는 스마트 농업을 확대해서 농가 어려움을 탈피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만 스마트 농업을 위해 948억 콜금리 원을 투입했다. 노후시설을 개·보수하고, 정보통신기술 융복합으로 농가 수익 개선을 꾀하기 위해서다.
◇아열대 작물로 가는 경남 =시설 재배 지원과 스마트 농업만이 아니라 농업 분야에서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늘릴 필요가 있다. 아열대 작물 육성도 또 다른 방안으로 꼽힌다. 경남도는 올해 134억 원을 투입해 신소득 작물과 기후변화에 적응할 임직원 수 있는 신품종을 육성하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은 이미 아열대 기후로 변하고 있다. 2050년 무렵에는 절반 이상이 아열대 기후대에 들 수도 있다. 2070년대에는 강원 일부 지역에서만 사과를 재배할 수 있을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기후위기에 기존 작물이 설 자리를 점점 잃고 있다.
발 빠른 농민들은 아열대 작목 재배에 자동차담보대출금리 나서기도 한다. 지난해 기준 국내 아열대 작물 재배면적은 4126㏊다. 전남이 2453㏊로 전국에서 아열대 작물 재배면적이 가장 넓었으며, 경남이 1091㏊로 뒤를 이었다.

제주도에서 주로 재배된 만감류를 재배하는 사례도 나왔다. 만감류는 감귤과 오렌지의 교배종이다. 한라봉, 레드향, 천혜향 등을 말한다. 올 3월 기 시장금리 준 경남 농가 152곳이 만감류를 재배한다. 경남도농업기술원도 올해부터 창원과 통영 등 7개 시군에 사업비 11억 원을 투입해 아열대 과수를 도입하고, 만감류 특화 생산단지 육성 사업을 추진한다.




통영시가 재배햐는 애플망고. /통영시 


창원시는 애플망고나 파파야 묘목을 도입하거나 몽키바나나 시범 재배에도 착수했다. 창원시 의창구 동읍과 대산면 일대에서는 애플망고와 만감류 등 아열대 작목을 키우는 농가가 생기고 있다. 통영시는 애플망고를 지역특화 작목으로 삼았다. 산청군도 애플망고 재배에 뛰어들었으며, 거제시는 알로에와 사탕수수를 생산하고 있다.
경남연구원은 2023년 '경남 아열대 농업 육성을 위한 기초연구'에서 아열대 과일과 채소의 생산 기반을 구축하고 농가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통구조 개선과 소비시장 활성화, 아열대 작물 인식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품목별 재배 방법을 정립하고, 재배 기술을 전파해 안정적인 종자·묘를 공급하라는 의견도 있었다.
◇농업 분야도 저탄소 농법으로 가야 = 전은희 경남도의회 정책지원관은 "앞으로 저탄소 농산물 인증 여부가 수출에 직접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선제 대응도 필요하다"며 "경남 농수산물 수출 활성화를 위해 농산물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농림축산식품부도 2025년 저탄소 농업 프로그램 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경남도도 저탄소 농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대응이 시급하다"며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 정책지원관은 일본 저탄소 농업을 사례로 들었다. 일본은 2022년부터 친환경 농작물을 지원하고 있다. 탄소 배출 감소에 이바지한 농산물에 별도 라벨을 부착한다. 소비자에게 환경 문제 인식을 강화할 수 있고, 가치소비 의미를 부여하는 효과도 있다.
일본은 농림수산 분야에서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3.5%로 잡았다. 녹색식량시스템 전략을 세웠다. 농축산업에서 메탄과 이산화질소 배출량을 줄이거나 다양한 분야에서 탄소를 장기적으로 저장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 = 기후위기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이 되려면 더 깊이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경남은 시설 재배 면적이 전국 1위다. 파프리카와 딸기, 토마토, 풋고추 등을 비닐하우스 안에서 키워낸다. 시설재배는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김재영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사무국장은 "비닐하우스 재배 등 시설 농업이 들어오는 이유 자체가 기후 때문에 작물 재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며 "겨울에는 온도를 맞추기 위해 화석연료나 전기를 사용하게 돼서 거기서 오는 환경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방향을 보면 스마트 농업에 치우쳐 있다"며 "기후에 영향을 받지 않는 농사를 말하지만, 그보다는 농업이 농촌 경관을 유지하면서도 기후위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방법을 찾았으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설재배 과정에서 탄소 배출도 늘어난다.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려면 난방이나 냉방이 필수다. 이 과정에서 화석연료나 전력 소모도 크다. 시설 자재로 쓰이는 비닐과 플라스틱도 환경에 해가 된다.




한국남동발전은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 일대 약6천600㎡ 농지에 100kW급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했다. /연합뉴스


정진영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사무국장은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방식이 농촌에도 필요하다"며 "농촌에서도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영농형 태양광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구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짚었다.
농촌의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2023년 농민과 시민이 주민참여재생에너지운동본부를 출범했다.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주민 연금을 만들기 위해서다. 주민주도형 재생에너지 공유소득을 만들려는 조직도 나왔다. 햇빛배당전국네트워크가 5월에 출범했다.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를 확대하고, 수익을 주민 전체가 나누는 방식을 제안했다. 협동조합, 마을 조직, 자치단체가 함께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현하자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농민단체와 환경단체가 함께 머리를 맞댔다.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은 13일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과 서로 힘을 합쳐 기후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고민하고자 만났다. 농민이 기후위기로 어려움을 겪으니 농산물 가격은 널뛴다. 결국 소비자에게도 책임이 돌아온다. 식탁 물가가 갈수록 치솟는다. 기후위기 속에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 〈끝〉
/김다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