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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에 금이 가고 있다. 작년 말 세계적인 경기 둔화 흐름 속에서도 유일하게 호황기를 누린 미국 경제다. 하지만 관세전쟁 등 트럼프 리스크가 본격화하면서 미 경제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뉴욕증시는 흔들리고 각종 경제지표에는 적신호가 들어왔다. 미 기업들과 소비자들은 트럼프 정책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으며, 트럼프의 귀환을 열렬히 환영했던 월가 투자자들도 등을 돌리는 모습이다.
미 경기에 대한 희망이 공포로 바뀌는 데는 트럼프 취임 후 채 50일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대선 날이었던 지난해 11월5일(현지시간)부터 취임 날인 1월20일까지 S&P500지수는 1% 넘게 올랐고, 같은 기간 나스닥 종합지수는 3% 상승했다. 트럼프가 할부회선초과 공약했던 규제 완화 등의 공약이 경제를 더 탄탄하게 할 것이란 믿음에서다. 하지만 취임 50일째 되는 3월13일까지 S&P500지수는 7.9%, 나스닥 종합지수는 11.8% 하락했다. 
특히 50일째였던 이날 뉴욕 주식시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나스닥 지수는 4% 폭락하며 2년6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그렇게 대선 이후 만들어졌던 금융채금리 미 주식시장의 상승분은 모두 소멸됐다. 
월가의 성장률 전망도 뒤바뀌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무역 정책이 상당히 부정적이라며 올해 미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연초 2.4%에서 1.7%로 낮춰 잡았다. 반면 미국이 향후 12개월간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은 종전 15%에서 20%로 올렸다. JP모건은 경기 침체 확률을 종전 30% 카드 리볼빙 에서 40%로 끌어올렸다. 모건스탠리도 이미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3월4일 뉴욕시 금융지구에 있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습 ⓒAFP 연합


올 1월 미 무역적자 사상 최고 양도담보 치 기록
우울한 전망을 뒷받침하는 지표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올 1월의 미국 무역적자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월 미 무역수지 적자는 1314억 달러로 전월 대비 333억 달러(34%) 증가했다. 트럼프가 계속 강조하던 대규모 관세 부과 후폭풍의 영향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 업체들이 관세 부과로 수입 아파트 매매 대출 금리 품 가격이 오를 것을 대비해 수입 물량을 늘린 것이다. 
소비심리는 코로나 팬데믹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가 내놓은 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전월보다 7포인트 떨어진 98.3으로 2021년 8월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트럼프 정책에 대한 반감은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 에머슨대가 3월8일부터 트럼프 취임 후 50일째였던 10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트럼프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47%로 취임 직후 49% 대비 2%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부정평가 비율은 45％로 취임 초기의 41％에 비해 올랐다. 3월3~4일 실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44%로 '지지하지 않는다'(51%)는 여론보다 7%포인트 낮았다. 
당초 트럼프 관세 정책은 물가에는 일정한 영향을 주더라도 경기에는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관세전쟁의 불확실성은 시장과 경제 주체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 미 언론과 경제학자들은 미 행정부의 정책이 트럼프 개인의 결정에 크게 좌우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접근 방식이 신중한 계획보다는 발표됐다가 지연되거나, 충동적으로 돌출되는 양상이 반복되면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경고다. 
앞으로도 관세 위협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일단 트럼프는 4월2일부터 미국의 모든 무역 상대국에 부과키로 한 상호관세 방침을 재확인했다. 3월12일부터 시작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의 경우 하루 전인 11일, 캐나다에 대해서는 25%를 추가해 50%로 올리기로 했다가 번복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력에 25% 추가 요금 부과 계획을 밝히자 보복관세를 물린 것이다. 다만 캐나다에서 미 송출 전기요금에 대한 25% 할증을 잠정 중단하면서 트럼프는 이를 철회했다. 추가 관세 발표와 번복까지 채 12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캐나다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 중 하나"라며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도 대폭 높일 것이라고 으름장을 던진 만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다. 물론 이 같은 관세 부과가 실제로 언제까지 적용될지, 얼마나 뒤집힐지 예측하기 어렵다. 또한 트럼프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첫 정상회담이 6월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두 국가 간 맞불 관세가 격화되는 상황에서 관세전쟁의 또 다른 물꼬가 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전 경제고문 "관세 정책, 잘못된 방향"
미국 내에서는 무분별한 관세 정책을 보류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트럼프 1기 대선 캠프의 경제고문이며 2018년 《트럼프노믹스》라는 책을 저술해 트럼프의 경제정책을 옹호한 스티븐 무어조차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해 "잘못된 방향"이라고 비판하며, 현재 미국 경제가 "매우 불안정하다"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물려받은 경제는 낮은 실업률, 완만한 성장률, 인플레이션율 등 여러 기준에서 견고한 모습을 보였지만 연준이 원하는 것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며 "그의 정책이 전망에 주입한 불확실성은 트럼프가 선거 유세에서 그린 그림과 극명한 대조, 즉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경제 도구인 관세와 경제 호황을 만들겠다는 약속이 충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최근 그가 경제와 관련해 '과도기'를 언급하고, '약간의 소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인정했는데 이것 또한 고도의 정치적 전술이라는 것이다. AGF 인베스트먼트의 수석 미국 정책 전략가인 그렉 발리에르에 따르면 경기 침체가 트럼프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트럼프와 그의 동료인 공화당원들은 경제를 침체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올해 말로 예상되는 세금 패키지의 이유로 경기 둔화를 잡을 수 있다"며 "내년 초까지 회복이 되면 그는 자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울프 리서치의 미국 정책 및 정치 책임자인 토빈 마커스는 "올해 2분기부터 경기 침체가 시작되면 내년에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며, 이는 의회 공화당원들에게 합리적인 배경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 단기적인 고통의 대가로 얻고자 하는 장기적인 이익이 실제로 실현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