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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의 맛있는 인터뷰 '디너위드MK' 세 번째 주인공은 성공한 전문경영인에서 스타트업 양성가로 변신한 이금룡 도전과나눔 이사장이다. 삼성 출신인 이 이사장은 1990년대 후반 삼성홈플러스 설립을 주도했고 인터넷 경매 사이트 옥션과 결제대행(PG) 서비스 이니시스의 전문경영인으로서 승승장구한 1세대 인터넷 기업인이다. 그러나 호기롭게 창업한 한상(韓商) 비즈니스 플랫폼을 뚜렷한 성과 없이 5년 만에 중단하는 실패도 경험했다. 한동안 칩거에 들어갔던 그는 2018년부터 사단법인 도전과나눔을 이끌며 후배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저평가우량주추천
를 양성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이제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에서 미래를 찾아야 한다"는 이 이사장을 매일경제가 만났다.
"사실 이 식당은 생등심이 정말 맛있대요. 그런데 여기를 14년 동안 다니면서 생등심을 한 번도 시킨 적이 없네요."
지난달 19일 저녁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 아크로비스타 식당가의 '늘대여개좌
봄웰봄 서초점'에서 만난 이 이사장은 다소 의외의 말을 꺼냈다. 이날 우리의 식탁에는 1인분에 2만2000원짜리 국수전골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사업이 망한 뒤 이곳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마련했는데 예전 인연들이 계속 찾아와주더라고요. 아무리 사업이 망했다고 해도 밥 한 끼는 먹이고 보내야죠. 당시 비싼 걸 사줄 만큼 수입이 넉넉하지 못와이디온라인 주식
해 자연스럽게 이 식당 단골이 된 거예요."
칼칼한 맛이 일품인 국수전골에 죽까지 곁들이면 꽤 든든한 한 끼가 된다. 메뉴판 한가운데는 1인분에 6만9000원 하는 생등심도 떡하니 있었다. 이 이사장은 "지금은 경제적으로 생등심을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제대로 재기한 뒤 시켜 먹자는 마음으로 주문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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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사장은 전문경영인의 신화를 써온 인물이다. 1977년 삼성물산에 공채 17기로 입사한 그는 1990년대 삼성맨으로서 커리어 정점에 올랐다. 1990년대 초 삼성물산 비서실에서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을 보좌했고, 구소련 해체 이후 남북화해 기류 속에 북방팀장을 맡아 평양 근교 봉제공장 사업을 주도했다. 이후 삼성홈플러스 설립을 기획하고 실현했고,양귀비게임
인터넷 경매포털 옥션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미국 이베이에 매각하기까지 안정적인 경영을 펼쳤다.



이 이사장은 옥션 대표 시절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인터넷 기업 전문경영인의 길을 걸었다. 2000년 창립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초대 회장을 맡았으며 이후 PG 기업 이니시스에서도 대표로 활동했다. 성공 가도를 달리던 그였지만 점차 자신만의 사업체를 꾸리고 싶다는 욕구가 커져갔다. 앞으로 한국 경제 성장동력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있다는 전망도 함께.
2006년 이 이사장은 코글로닷컴을 창업했다. 국내 중소기업과 전 세계 한상 네트워크를 한곳에 모아 거래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다. 당시 교대역 인근에 5층짜리 꼬마빌딩을 사려던 돈을 모두 회사에 올인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시장은 아직 형성되지 않았고 규제는 첩첩산중이었다. 결국 5년 만에 회사를 접고 함께 일하던 직원 35명 모두를 내보내야 했다.
"서비스 구상이 너무 앞서갔다고 생각해요. 코글로닷컴은 기업 간 거래(B2B) 한상 포털을 지향했는데 그러려면 150개 도시 데이터를 수시로 업데이트해야 했어요. 결국 그럴 정도의 펀딩을 하지 못했죠."
큰 빚을 지진 않았지만 노후 계획이 완전히 틀어졌다. 그럼에도 아내는 "책을 읽고 강의만 하라"며 지금의 오피스텔을 얻어줬다. 의기소침해 있는 남편의 기를 세워주기 위한 통 큰 내조였다. 이 이사장은 이후 강의와 독서에 매진하며 칩거했다. 플라톤 철학부터 러시아 문학까지 폭넓게 읽었다. 그러면서도 스타트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놓지 않았다. 삼국통일 역사를 읽으면서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성장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과 화랑을 통한 혁신 전략이 있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 5월 21일 서울 강남구 GS타워 아모리스홀에서 열린 제76회 도전과나눔 기업가정신 포럼에서 이금룡 이사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도전과나눔


2018년 다시 세상에 나섰다. 사단법인 도전과나눔을 설립하고 젊은 스타트업 대표들을 멘토링하기 시작했다. 매월 네 번째 수요일에 열리는 스타트업 CEO 조찬 포럼은 이 이사장의 대표적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김봉진 배달의민족 창업자, 이승건 토스 대표,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같은 유니콘(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창업자뿐만 아니라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을 비롯한 벤처 1세대들이 포럼에서 창업 경험을 후배들과 공유했다. 매번 기업인 300여 명이 포럼에 참석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먼저 성공한 창업자들이 강연 테이블을 구매해주는 후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상당수 후배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무료로 강연을 듣고 있다. 이 이사장은 "선배 창업자들의 이같은 'pay it forward(누군가로부터 받은 친절이나 도움을 그 사람에게 직접 갚는 대신, 다른 사람에게 똑같이 베푸는 행위)'와 더불어 도전과나눔 포럼이 출범 7년 만에 국내 최대 조찬포럼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특히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캡틴 손흥민 선수 아버지인 손웅정 감독의 강연을 인상 깊게 기억했다.
"아들이 유럽 리그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양발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왼발만 쓰게 하고, 중학교 때까지 패스와 드리블만 연습시키면서 골을 못 넣게 했대요. 기본기에 집중한 결과가 월드스타 손흥민이라는 메시지였어요.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포럼을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 여는 이유도 있다. 이병철 선대회장이 수요 사장단 회의 등 중요한 일정을 수요일에 열며 '지자요수(知者樂水·지혜로운 사람은 물과 같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유연하며 사리에 밝고 막힘없이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정신을 실천한 데서 착안한 것이다.
이 이사장은 스타트업 대표를 위한 'G&G 스쿨'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Global) 성장(Growth)을 위한 학교'라는 뜻을 담았다. 6기까지 250여 명이 수료했고, 현재 7기를 모집하고 있다. 창업 직후나 시리즈A 단계 창업자가 대상이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을 비롯한 각 분야 최고 전문가가 강사로 나선다. 5개월간의 교육비는 무료다. 매트리스 기업 지누스 창업자 이윤재 회장이 프로그램 운영비를 전액 후원한다. 이 회장 역시 도전과나눔 포럼의 연사로 참여하며 이 이사장과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이 회장도 2005년 상장폐지의 아픔을 겪었지만 결국 재기에 성공했어요. 그는 '사람은 늘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G&G 스쿨은 서류 심사로 2배수 후보를 추린 뒤 이 이사장이 전화 면담을 통해 최종 교육생을 선발한다.
선발 기준은 △국내 최초 또는 독점적 사업 여부 △문제 해결의 독창성 △장기적인 인내심과 학습 의지 △윤리경영 가능성 등 네 가지다. 여기에 내수보다는 글로벌 진출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을 우선 선발한다.
올해 이 이사장은 다시 한번 플랫폼 사업에 도전한다. 이름은 'K글로벌500'. 전 세계 한인과 국내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B2B 플랫폼이다. 도전과나눔이 관리하는 500개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연말까지 5000개, 장기적으로는 3만개 기업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품목, 대표자, 투자 이력 등 상세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샘플 거래가 가능한 쇼핑몰 기능도 계획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스타트업 정보를 자동 정리하고 관련 뉴스를 연동하는 기능도 개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K유니콘 500개를 만들어내겠다는 게 목표다. 73세 나이에 새로운 도전에 나선 기분은 어떨까. 백발의 창업자는 호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업의 기본은 생존이에요.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거죠.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영위할 때 맞을 수 있는 예외적 케이스가 성공인 거고요."
이금룡 도전과나눔 이사장
△1952년생 △성균관대 법학과 졸업 △1977년 삼성물산 입사 △1999년 옥션 대표이사 △2000~2002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초대·2대 회장 △2003년 이니시스 대표이사 △2006년 코글로닷컴 설립 △2018년 사단법인 도전과나눔 설립
[이윤식 기자 / 이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