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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5월1일, 종로경찰서가 발칵 뒤집혔다. 조선총독부 3층 화장실 벽면에서 불온한 낙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낙서에는 ‘불쌍한 동포여 일어나라 대한독립만세’라는 문구와 함께 태극마크도 그려져 있었다.
범인은 18살 청년 최영순. 그는 조선총독부 청사에서 일하는 ‘엘리베이터 보이’였다. 지하 1층에서 지상 4층까지 이어진 대규모 건물인 조선총독부 청사에는 약 1500명이 근무했으며, 건물 안에는 총 9대의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각 엘리베이터에는 운전수가 있었고, 최영순은 그중 한명솔고바이오 주식
이었다.
그가 이런 낙서를 남기게 된 배경에는 조선인 승강기 운전수들의 모임이 있었다. 대부분 10대 후반의 청년들이었던 이들은 옥상이나 휴게실에서 조용히 독립에 대한 꿈을 나눴다. 하루에도 수차례, 조선의 최고 통치자인 총독 미나미 지로가 오르내리던 그 엘리베이터를 운전하던 청년들. 그들은 실은 은밀한 독립운동가들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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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화장실 낙서 사건을 계기로 최영순을 포함한 네명의 청년들이 줄줄이 체포됐고 모두 징역을 살았다.
안중근, 이봉창, 윤봉길, 유관순, 안창호…. 역사가 기억하는 위인들 말고도 이름 없이 싸운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있었다. ‘꽃 떨어진 동산에서 호미와 괭이를 들자’는 그중에서도 작지만 결연한 저항을 이어간 평범한 사람 40명의대륙제관 주식
삶을 다룬다.



책의 출발은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가 만든 6000여장의 ‘일제감시대상인물카드’였다. 수형자, 수배자, 감시 대상자의 얼굴 사진과 정보가 담긴 이 카드에 담긴 인물 중 약 4800명이 독립운동 관련자였다. 역사학자인 이동해 작가는 그중 덜 알려졌지만 사건 기록이 모의주식투자게임
남아 있는 40명을 골라 이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생계 문제로 도둑질을 일삼다 독립운동가로 인생이 바뀐 이제국. 휴머니스트 제공


그들의 직업은 다양했다. 농민, 점원, 공장 노동자, 주부, 심지어 좀도둑도 있놀이터 릴박스
었다.
보통학교 5학년까지 다니다 생계 때문에 도둑의 길을 걷게 된 이제국은 1933년 절도, 1937년 주거침입과 절도로 잇따라 징역을 살았다. 경성형무소에 수감된 그는 그곳에서 독립군 지도자 오동진을 만나 인생이 뒤바뀐다. 오동진은 광복군총영 총영장, 정의부 군사위원장, 고려혁명당 간부 등으로 활동하다 체포된 인물이었다.
그는 이제국에게 꾸짖듯 말했다.
“조선 청년이 되어 절도죄 같은 파렴치 범죄보다, 독립운동 같은 죄로 처형되는 걸 숙원으로 여겨야 하지 않겠나?”
이에 부끄러움을 느낀 이제국은 출소 후 독립운동 동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모임을 조직해 활동을 시도했지만 경찰에 첩보가 입수되는 바람에 너무 빨리 검거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절도죄가 아닌 보안법과 육군형법 위반 혐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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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을 하다가 사기를 당한 경우도 있었다.
1930년대 말, 부평은 한반도의 병참기지로 빠르게 공업화되고 있었다. 이곳에 건설된 중공업 공장 중 하나인 히로나카 상공에서 일하던 정재철에게 어느 날 동료 윤석균이 접근했다. 그는 자신을 조선독립당 당원이라 소개하며 당원 가입과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정재철은 흔쾌히 동의했고 1년간 520원을 지원했다. 당시 조선인 관료의 평균 연봉이 720원이었으니, 그의 지원은 웬만한 사람의 연봉 수준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윤석균은 독립운동가를 사칭해 돈을 뜯어내는 사기꾼으로 드러나 경찰에 체포됐다. 더 안타까운 건, 정재철 역시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징역형에 처했다는 사실이다.
여성들의 분투도 작지 않았다.
이효정은 비밀결사 조직인 경성트로이카의 일원이었다. 동덕여고보 재학 시절 ‘광주학생운동 1주기’ 기념 투쟁에 참여해 시험지를 백지로 내는 백지동맹을 주도했고, 이후 사회주의 학습모임에 참여하다 구금되기도 했다. 졸업 후 경성트로이카에 합류한 그는 영등포, 용산, 동대문 등 공장이 밀집한 지역에서 여공들의 의식화 교육을 도맡았다. 1933년 9월 종연방적회사 경성공장에서 일어난 여공 파업의 중심에도 그가 있었다. 파업은 단순한 노동 투쟁이 아니라 조선 민족 해방이라는 목표를 향한 실천이었다.
저자는 감시 카드에 남은 단 몇줄의 정보를 단서 삼아 수많은 자료를 뒤져 이들의 삶을 복원하고 시대의 풍경을 그려냈다. 저자의 집요한 추적과 조사, 탐구열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작업이다.
지난 겨울, 수많은 평범한 시민들이 계엄으로부터 나라를 지켜냈듯이, 광복 역시 민초들이 이뤄낸 역사라는 점을 책은 또렷이 보여준다. 광복 80주년을 맞이해 더없이 의미 있는 저작이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