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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58년 8월 23일 중국 본토 턱밑에 있는 대만 진먼(金門)도를 두고 포격전이 벌어졌다. 그리고 9월 24일 땅에서 싸움은 하늘로 이어졌다. 대만의 F-86F 세이버와 중국의 미그-17 프레스코와 맞붙었다. 결과는 0 대 14. 중국은 14대를 잃었고, 대만의 손실은 0. 대만의 비밀 병기는 미국이 전해준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GAR-9(AIM-9B) 사이드와인더. 나중에 14대 중 4대가 사이드와인더의 전과로 밝혀졌다. 그러나 공대공 미사일의 신고식은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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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8(AIM-9B)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한 대만 공군의 F-86F. 진먼도 공중전의 주역이었다. 대만 공군


#2. 1973년 10월 6일. 이집트와 시리아가 이스라엘을 기습했다. 제4차 중동전쟁(1973년 10월 6~25일)투자방법
의 개전이었다. 전쟁 첫날 이집트는 이스라엘이 점령한 시나이 반도로 진격했다. 허를 찔린 이스라엘 기갑여단이 반격하려다가 이집트의 매복에 걸렸다. 이집트는 참호를 판 뒤 소련제 대전차 로켓인 RPG-7과 대전차 미사일인 9K11 말륫카(AT-3 새거)로 대응했다. 이스라엘 전차는 결국 큰 손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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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중동전쟁에서 이집트군 9K11 말륫카팀이 진지에서 발사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미사일은 사수가 목표물을 계속 보면서 유도를 해야 했다. Weapons & Warfare


20세기 전쟁사의 유명한 장면들이다. 이후 역사는 어떻게 흘러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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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대만 진먼도 공중전을 지켜본 전 세계 공군은 ‘역시 미사일이 최고야’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전투기에서 기관포를 뺐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에서 기관포로 무장한 베트남의 전투기가 기관포가 없는 미국의 전투기를 사냥했다. 미국은 부랴부랴 전투기에 기관포를 달았다.
#2-1. 정신을 차린 이스라엘은 이집트·시리아의 예봉을 꺾은 뒤 동아원 주식
이집트 본토를 역공했다. 선봉은 기갑여단의 전차가 맡았다. 이번엔 달랐다. 이스라엘 전차는 적이 매복할만한 위치에 포병이 미리 때리거나 기관총으로 사격했다. 또 측면 기동을 하거나 연막을 터뜨렸다. 무엇보다 전차 단독으로 돌격하지 않고, 보병부대와 함께 다녔다. 이집트 대전차조를 발견하면 보병부대의 박격포로 제압했다. 이스라엘의 기세에 놀란 미국과 소련이 개입해 전쟁이 멈췄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전사(戰史)는 ‘만능론’과 ‘무용론’이 위험하다는 걸 일깨운다. 전훈을 꼼꼼히 따져야 하며, 성급히 결론의 대가는 장병의 목숨이었다.
많이, 그리고 멀리 돌았다. 위에서 구구절절하게 쓴 내용은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을 얘기하려고 깐 밑자락이다. 방위사업청은 2022년 11월 육군 기동사단에게 실시간으로 항공화력을 지원해 공세적 종심기동작전의 공격 속도를 보장하려고 2028년까지 3조 3000억원을 들여 대형공격헬기 36대를 외국에서 사온다고 발표했다. 육군은 2012~2021년 1조 9000으로 AH-64E 아파치 가디언 36대를 들여왔다.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은 사실상 AH-64 추가 도입 사업과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미국 국무부 국방안보협력국(DCSA)은 2024년 8월 아파치 제조사인 보잉이 한국에 36대를 파는 계약을 승인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미국 정부가 밝힌 예상 계약금은 35억 달러다. 한화로 약 4조 8000억원이 넘는 액수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공격헬기가 우크라이나의 무인항공기에 완전히 눌렸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 4일 국회 2차 추가경정 예산에서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은 100억에서 97억이 감액됐고, 이마저도 다른 사업에 돌려져 사실상 전액 삭감이었다. 유 의원은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은 지난 5월 합동참모회의에서 유·무인복합체계 등 대체전력 검토로 진행이 결정됐다”며 “사업의 백지화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방사청은 ①대형공격헬기는 전쟁 패러다임의 변화, 병력 자원 감소, 한정된 국방재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무인기를 포함, 미래전장에 최적화한 대체방안을 검토 중이며 ②소요 재검토로 연내 사업추진이 어려워 예산 불용을 막으려고 관련 기관과 협의한 뒤 예산 삭감에 동의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렇다면 대형공격헬기는 무용하고, 무인기는 만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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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 악몽 안겨 준 러시아 공격헬기

전쟁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난 우크라이나를 보자.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 공격헬기는 악몽을 겪었다. 우크라이나의 야전 방공에 걸려 2023년 3월까지 42대가 격추됐고, 17대는 지상에서 파괴됐다. 작전 전력의 30% 수준이었다. 특히 FIM-92 스팅어와 같은 휴대용 대공미사일(MANPADS)은 러시아 공격헬기의 쥐약이었다.



러시아의 공격헬기 Ka-52 앨리게이터.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손실이 많아 '앉아 있는 오리'라 불렸다. 그러나 러시아가 사거리가 길어진 공대지 미사일을 달면서 우크라아나에게 '악몽'으로 다가갔다. AFP=연합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었다. 2024년 3월까지 전쟁 2년 차에는 러시아는 19대의 공격헬기를 하늘에서 잃었다. 지난 2월 25~27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 군용 헬리콥터 회의(IMH 2025)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합동 항공 전력 센터(JAPCC)의 공격 헬기 전문가인 에밀리아노 펠레그리니 이탈리아 육군 중령은 “3년차 예비 데이터(2024년 3월~2025년 3월)를 보면 하락세가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공격헬기를 20세기의 날아다니는 포병처럼 취급했다. 낮게, 느리고, 노출된 채로 비행하도록 했다”며 “순전히 교리적 문제일 뿐이며, 우리는 러시아 공격헬기의 성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공격헬기 활용법을 더 잘 익혔다”고 단언했다.
그동안 알려진 사실과 많이 다른 내용이었다.
러시아는 2023년부터 사거리 8㎞의 9K121 비키르 등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로 공격헬기를 무장했다. 그리고 멀리서 긴 팔로 때리는 아웃복서 스타일의 전술을 구사하게 됐다. 러시아 공격헬기는 하늘의 저격수 역할을 맡았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저스틴 보롱크 박사는 “러시아는 뼈아픈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이제 거리(distance)가 그들의 친구”라고 설명했다.
또 러시아 공격헬기는 전자전 헬리콥터와 무인기와 함께 공격에 나서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교란했다. 공격헬기에 더 나은 적외선 재머·야간 투시 장비·항법 시스템을 달면서 탐지 가능성과 노출도가 줄이고 방어력을 끌어올렸다.
펠레그리니 중령은 “이제 러시아 공격헬기는 우크라이나에게 최악의 악몽”이라고 말했다. 종합하면 러시아 공격헬기는 잘못이 없었다. 러시아군이 죄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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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V 드론의 작전 성공률은 20~30%”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뜬 무인기, 그중에서도 1인칭 시점 소형 무인기(FPV 드론)를 보자. 값싼 FPV 드론은 전술적 혁신을 가져온 건 사실이다.



우크라이나 병사가 FPV 드론을 점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슬로바키아군 장교 출신으로 현재 체코의 프라하 대학 박사과정에 있는 자컵 자즈케이의 경험담을 들어보자. 그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6개월 동안 우크라이나군 FPV 공격팀에서 복무한 경력이 있다. 그가 꼽은 FPV 드론의 단점은 다음과 같다(요약은 페친 게시물을 빌려왔음).
①성공률 저조 FPV 드론이 목표를 타격할 비율은 43%. 날씨·기술적 문제·전자전 등으로 임무를 포기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성공률은 20~30%.
②중복 타격 다른 무기가 타격한 목표에 추가 타격하는 경우가 많음. FPV 드론만이 할 수 있는 정밀 타격 임무는 전체의 한 자릿수.
③고비용 FPV 드론 1회 투입 비용(약 500달러). 박격포탄(100달러 미만)이나 재사용 드론 투하탄보다 비쌈.
④신뢰성 부족 25%가 기술적 결함(수신기·송신기·배터리 등)으로 이륙도 못 함. 공중에서 폭발이 안 되는 경우도 10% 안팎.
⑤조종 난이도
FPV 드론은 원래 취미용 레이싱 드론에서 파생. 조종이 어렵고 불안정함. 숙련 조종사 양성에 시간과 경험이 필요.
⑥항법장치 부재 GPS·나침반 등 항법장치가 없어 조종사는 지형지물과 동료의 지시만으로 비행.
⑦무선 링크 취약
조종사와 드론 간 신호가 약해 건물·언덕 등 장애물 때문에 쉽게 끊김. 아군·적군 드론의 주파수 중복 등 전자기 간섭도.
⑧전자전 아군·적군 모두 전자전 장비를 광범위하게 사용. 적군 재밍으로 전체 임무의 31%가 실패. 아군 재밍으로도 추가 손실 발생,
자즈케이는 “무선 대신 광케이블로 제어하는 드론은 케이블이 장애물에 걸리면 조종이 안 되고, 기동성이 떨어지며, 가격이 비싸고(동일 사거리 기준 2배), 생산량의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임무는 기존 무기로 더 싸고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며 “FPV 드론이 포병을 대체한다는 주장은 과장”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어 “FPV 드론 대량 도입보다 숙련된 박격포 운용과 탄약 확보가 더 효과적”이라며 “FPV 드론보다 스위츠블레이드와 같은 배회폭탄이 더 정밀하고 신뢰성 높다”고 썼다.
미국의 싱크탱크 신안보센터(CNAS)도 “드론의 가장 결정적인 임무는 정찰과 표적획득”이라며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에 타격 영상이 많지만, 실제는 표적획득 임무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이 전술·작전환경에 근본적 진화를 이끌었으나, ‘혁명적’ 전환은 아니고 ‘진화적’ 변화”라고 밝혔다. 물론 “앞으로 드론이 더 자율화·네트워크화하면 본격적 혁명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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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마약 조직도 우크라이나에 사람 보내는데…

오해는 말라. 이 글을 아파치를 사자는 얘기를 하려고 쓰는 건 아니다. 다만 군 당국이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을 보류한 이유로 ‘전쟁 패러다임의 변화’를 들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혹시 섣부른 만능론과 무용론에 빠지지 않았을까.



미국의 제너럴 아토믹스가 개발 중인 무인기 모하비 컴퓨터 그래픽.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을 최대 16발까지 달 수 있다. AH-64 아파치의 탑재량과 같다. 그러나 아파치는 헬파이어 16발과 함께 기관포로도 무장한다. GA-ASI


미국을 비롯한 나토뿐만 아니라 중국도 우크라이나에 사람을 보내 전쟁을 살펴보고 있다. 프랑스 매체인 인텔리전스 온라인에 따르면 멕시코의 마약밀매 조직도 우크라이나에서 FPV 드론 운용법을 배우려고 한다. 그래서 군 당국도 지난 정부 때 우크라이나에 참관단을 파견해 우크라이나 파병 북한군의 전략·전술을 분석하고 북한군 포로의 심문을 돕고자 했다.
그러나 지금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하게 반대해 무산됐다. 민주당은 참관단 파견이 해외 파병이라며 “전쟁의 불씨를 한반도로 가져오는 어리석은 결정을 당장 그만 둬라”고 주장했다. 당시 참관단이 우크라이나 현지로 갔으면 전황을 보면서 전훈을 제대로 분석했을지도 모른다. 그 경우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
군사전문 자유 기고가인 최현호씨는“최근 국내 일각에서 공격헬기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전장 상황을 오도해 나온 주장”이라며 “무인기에 의한 피해는 극소수”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우크라이나의 전장 환경은 한반도와 다르다. 산이 많고 도시화가 심해 드론 운용법이 우크라이나와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그리고 대형공격헬기를 추가로 사와야만 하는 유사시 작전계획의 사항은 그대로다. 작계가 바뀌지 않았으면 말이다.
그렇다면 무인기가 대형공격헬기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을까. 현재 실전배치된 국내외의 무인기는 공격력에선 대형공격헬기보다 부족하다. 아직은 아니다.
노파심에서 뱀다리를 단다. 군 당국이 ‘대형’‘공격’헬기가 필요한데 ‘소형’공격헬기나 ‘무장’헬기로 대신하자면, 작계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이철재 국방선임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