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에 대우조선 품은 한화] 결국 통한 `김승연 뚝심`… 한화 `육·해·공 방산업` 강자로 우뚝선다

14년전 인수 무산 이기고 결실한화, 자산총액 92조원대 증가지상서 항공우주까지 사업재편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쟁력 업



종합 방위산업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특유의 '뚝심'으로 14년 전 인수가 무산됐던 대우조선해양을 2조원에 다시 품었다. 이번 인수에는 방산을 미래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한화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재계에서는 지상과 하늘에 이어 해양까지 아우르는 방산 역량을 갖춤에 따라 이후 제조부문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을 중심으로 국가대표 방산 기업의 위상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는 26일 대우조선해양과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조선 지분 49.3%를 확보하기 위한 조건부 투자합의(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각각 1조원과 5000억원을, 계열사 4곳이 나머지 5000억원을 투자한다. 오는 11월 말께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 4위 조선업체인 대우조선을 인수함에 따라 한화그룹의 자산총액은 100조원에 육박할 만큼 대폭 늘어나게 된다.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2022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분석자료에 따르면 총 91개 계열사를 거느린 한화그룹의 자산총액은 작년 말 기준 80조3880억원이었다. 한화는 자산총액 기준으로 삼성(484조원), SK(292조원), 현대차(258조원), LG(168조원), 롯데(122조원), 포스코(96조원)에 이어 재계 7위다.올해 6월 기준 대우조선의 자산총액은 약 12조224억원으로 재계 순위는 39위였다.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 자산총액은 92조원대까지 늘어난다. 자산총액 기준 순위에는 변동이 없지만, 재계 6위 포스코를 바짝 추격하게 된다. '자산총액 100조원' 클럽 가입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된다.앞서 업계에서는 대우조선의 몸집이 큰 탓에 일괄 매각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방위사업법에 따라 외국업체의 국내 방산업체 인수는 승인 절차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방산에 속하는 특수선(군함·잠수함) 부문은 국내 기업이 인수하고, 상선 부문만 해외에 매각하는 방안이 제기됐다.하지만 특수선과 상선을 분리하면 효율성이 떨어져 실현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분리매각의 경우 노조 반발이 거센 것도 걸림돌로 거론됐다. 이런 조건을 고려할 때 한화에 '통째 매각'하는 방안이 현실적 대안으로 급부상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지상에서부터 항공우주에 이르는 종합방산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계열사 3곳에 분산돼있던 방산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하는 사업재편을 단행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서 물적분할된 방산부문을 인수하고, 100%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톱10' 기업으로 키우는 게 목표"라며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기업 규모를 키우고 제품을 다양화해 '한국형 록히드마틴'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최근 마감된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 발사체 총괄 주관 제작' 입찰에도 참여해 국내 간판 우주기업인 KAI(한국항공우주산업)와 경쟁한다. 방산업계는 기업 규모가 클수록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고,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어야 '서로 호환되는 제품끼리 패키지 판매'가 가능하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그동안 업계에선 국내에서도 세계적 규모의 방산기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지난달 김동관 부회장이 승진하면서 ㈜한화 전략부문·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도 함께 맡게 됐다. 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스페이스허브 팀장을 맡아 누리호 엔진을 납품하고, '뉴스페이스' 시대를 준비하는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한화가 대우조선을 품으면 막강한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유지보수(MRO)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상호 고객 네트워크를 공유하게 될 경우 방산 수출 확대에도 시너지가 기대된다. 친환경에너지 사업에도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최근 가격이 급등한 액화천연가스(LNG) 분야에서 대우조선해양과의 협력효과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화솔루션, 한화임팩트, 한화와 사업을 연계하면 '생산-운송-발전'으로 이어지는 그룹사의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도 새롭게 구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