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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너무 오른 게 체감돼서 장 볼 때마다 겁이 나요. 카드값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한숨이 나오네요.”

지난 23일 오후 광주광역시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박효은(49)씨는 식료품 매대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장바구니 속 물건을 꺼내고 담기를 반복했다. 꼭 필요한 것만 알뜰하게 골랐지만, 계산대에 서기 전에는 ‘포기할 것’부터 따져봐야 하는 게 요즘 장보기의 현실이다.
박씨는 “가족들한테는 비싸도 좋은 것만 먹이고 싶은 마음이지만, 카트에 하나씩 담다 보면 10만원~20만원증권
은 금방 넘는다”며 “월급은 조금씩 오르는데, 물가는 1년 새 너무 많이 올라 숨이 막힌다”고 토로했다.
치솟는 물가에 생활비 부담이 깊어지면서 박씨처럼 장보기를 망설이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이날 해당 마트에서 판매 중인 주요 식자재 가격은 정상가 기준 계란 특란 30구 한 판이 7980원, 20㎏짜리 쌀 한 포대가 무료충전현금게임
5만9900원, 국산 간 고등어 2마리(500g) 9980원, 닭 한 마리(1㎏) 9980원, 바나나 한 손 5980원, 우유 한 팩 약 3000원 선 등으로 형성됐다. 라면묶음(4~5봉)은 제품별로 4000원대부터 시작해 최고 6000원대에 달했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는 품목도 있었지만, ‘식탁 단골’로 불리는 일부 식주식주문
재료는 눈에 띄게 오른 모습이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23일 기준 계란 특란 30구의 전국 평균 소매가는 지난해 같은 날보다 1.43% 올랐고, 쌀(20㎏)은 9.83%, 감자는 31.89%, 고등어는 40.44% 각각 상승했다. 4인 가족 기준 일주일치 장을 보면 10만원대는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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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물가는 단지 먹거리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의류와 주거비 등 생활 전반으로 퍼지면서 서민들의 지갑은 갈수록 얇아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음식료품 물가는 OECD 38개국 가운데 스위스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수준이며, 2023년 기준 OECD 평균 물가(100) 기준으로 봤을 때 한국의 식료품 가격지수는 156, 의류는 161, 비츠로시스 주식
주거비는 123에 달한다. 세계적으로도 물가가 매우 높은 나라에 속하는 셈이다.



지난 23일 광주광역시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매대에 진열된 제품 가격을 살펴보고 있다. 윤준명 기자



채운 것보다 빈 곳이 많은 장바구니를 든 채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소비자들의 얼굴에는 신중함이 배어 있었다. 마트 측도 행사와 기획전으로 생필품 등의 가격 인상을 억제하고 있었지만,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채은봉(53)씨는 “할인 행사에도 예전처럼 여유 있게 장을 보기가 힘들다. 간식류와 신선식품 등 식재료의 가격과 함께 공산품도 많이 올랐다”며 “생활비는 한정돼 있다 보니 꼭 필요한 것만 간신히 고르게 된다”고 털어놨다.
경제지표도 이 같은 흐름을 여실히 보여준다. 기준 연도를 2020년(100)으로 잡았을 때,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16.27로 전년 동월 대비 1.9% 상승했다. 서비스, 공업제품, 전기·가스·수도요금, 농축수산물 등 전 부문이 높은 오름폭을 보였다.
물가 상승은 이상기후 등으로 인한 생산량·어획량 감소, 유통 구조 변화, 전염병 발생과 같은 국내 요인에 더해 수·출입, 환율 등 외부 변수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과 더불어 지난해 12·3 계엄사태 이후 경제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각각 0.4%, 0.7% 급등하기도 했다.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특성상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 변동 같은 외부 충격이 물가에 고스란히 반영된 탓이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의 상승폭은 이보다 더 가파르다. 자주 사는 물건일수록 가격 인상이 고스란히 피부로 와닿기 때문이다. 구매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산출한 생활물가지수는 지난달 119.20을 기록해 소비자물가지수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마트 한쪽에서는 가격표를 번갈아 보며 한숨짓고, 이내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진열대로 물건을 돌려놓는 손길이 이어졌다. ‘마감 세일’을 알리는 점원의 목소리가 매장 곳곳을 메우자, 그제야 망설임 끝에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는 이들도 보였다. 텅 빈 카트가 매장 사이사이를 오가는 풍경은 고물가 시대 살림현장의 씁쓸한 단면을 대변했다.
김모(27)씨는 “취업 후 자취를 시작하면서 매달 생활비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숫자로 보는 물가보다 현실에서 느끼는 부담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물가에 비상등이 켜진 지는 이미 오래다. 장바구니는 갈수록 가벼워지는데 지갑은 더 빠르게 비어가는 현실 속에, 서민 부담을 덜어줄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박주희(42)씨는 “요즘은 당장 급한 것만 사며 버티고 있다”며 “장바구니가 곧 민생의 척도다. 새 정부는 국민이 느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물가 안정책을 마련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