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로레알·日 소니…'亞기지' 홍콩 빠져나간다

中 국가보안법 통과 이후기업들, 홍콩 지사 없애고싱가포르·상하이로 이전작년 홍콩인구 4만명 줄어글로벌 기업의 아시아 기지였던 홍콩에서 기업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 홍콩 사법 체계에 개입하는 국가안보법을 통과시키고 언론을 통제하는 등 감시를 강화하자 중국 상하이, 싱가포르 등으로 이동하는 기업이 늘었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굵직한 글로벌 기업들이 홍콩 사무실을 폐쇄하거나 상주 인력을 축소했다. 지난 1월 팀버랜드, 노스페이스 등 브랜드를 보유한 VF는 25년 만에 홍콩 지사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VF 홍콩 지사에서는 900명이 근무했다. VF는 중국 영업 담당직은 상하이로, 제조 업체 지역 네트워크 담당직은 싱가포르로 보낼 계획이다. 일본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는 홍콩에 상주하던 지역 경영진을 싱가포르로 옮겼다. 유럽 명품 회사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운영하는 모에헤네시 주류사업장에서도 일부 직원을 재배치했고, 프랑스 화장품 회사 로레알은 홍콩 근무 직원을 싱가포르 지사 등으로 발령을 냈다. WSJ에 따르면 2019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홍콩 내 미국 기업들은 45개 본사와 사무실을 폐쇄했다. 상업용 부동산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이 영향으로 지난해 홍콩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이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국제 임원 정착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시안타이거스홍콩에 따르면 2019년부터 홍콩으로 이주하려는 최고경영자(CEO)들은 50% 줄어든 반면, 홍콩을 떠나려는 사람들은 30% 증가했다. 롭 치프먼 아시안타이거스홍콩 CEO는 "홍콩에는 3년 계획으로 왔다가 가정을 꾸리고 사업을 하며 30년간 지내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 사람들조차 '지금이 떠날 때인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통계에서도 '홍콩 탈출' 인구가 눈에 띈다. 2020년 기준 홍콩을 떠나는 인구가 새로 유입되는 인구보다 4만명 더 많았다. 홍콩 인구가 4만6000여 명 줄어든 것은 감소폭으로 보면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1997년 이후 두 번째다. 일반 시민들도 탈출 행렬에 가담했다. 영국 가디언은 영국해외시민(BNO) 여권을 소지한 홍콩 주민들의 비자 신청이 지난 2~3월 3만4300건에 달했다고 전했다. 홍콩 엑소더스에 불을 지른 것은 중국이 지난해 통과시킨 국가안보법이다. 중국 정부는 홍콩 사법 체계에 개입할 권한을 부여하는 국가안보법 시행을 강행했는데, 이에 반대한 시민들과 경찰이 충돌하면서 수개월간 홍콩 시내에서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WSJ는 "홍콩은 여전히 매력적인 금융시장이긴 하지만 일부 기업에는 홍콩이 더 이상 지역본부 역할을 할 만큼 글로벌하지 않고, 중국 본토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상하이만큼 접근성이 좋은 도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이유진 기자]▶ '경제 1위' 매일경제, 앱으로 편하게 보세요▶ 매일경제 지식레터 '매콤달콤' 받아보세요▶ 매경이 알려주는 '취업비법' 한달간 무료[ⓒ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