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 인수 무산으로 다시 미로 빠진 쌍용차 해법…제3자 인수? 이대로 청산?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자동차 인수가 끝내 무산됐다. 그동안 인수자금 마련 능력을 의심받아온 에디슨모터스가 기한까지 인수대금 잔금을 납입하지 못한 탓이다. 쌍용차가 재매각을 추진 중인 가운데 쌍방울그룹이 인수전에 뛰어들겠다고 밝히면서 귀추가 주목된다.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가 끝내 무산되면서 완성차업계가 시끌시끌하다. 사진은 쌍용차 평택공장. (매경DB)▶쌍용차 ‘계약 해제’ 공시 ▷에디슨 잔금 2743억원 못 내 쌍용차는 지난 3월 28일 공시를 통해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관계인집회 기일로부터 5영업일 전까지 인수대금을 예치하지 않아 투자 계약이 자동 해제됐다”고 밝혔다. 관계인집회가 4월 1일로 예정돼 있던 만큼 에디슨모터스는 인수대금 3049억원 중 계약금 305억여원을 제외한 잔금 2743억여원을 납입 기한인 3월 25일까지 내야 했다. 계약 파기 원인을 제공한 에디슨모터스 측은 계약금 305억원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가 무산된 이유는 자금 조달 실패 탓이다. 에디슨모터스는 자회사 에디슨EV와 함께 쌍용차를 인수하겠다는 내용의 투자 계약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인수자금 마련에 도움을 줄 재무적투자자(FI)를 구하지 못했다. 본입찰 당시 인수 파트너였던 사모펀드 키스톤PE뿐 아니라 KCGI조차 최종적으로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았다. 쌍용차 노조와 상거래 채권단이 반대하고 나선 것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쌍용차 노조는 최근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피인수자 의견’을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했다. 노조는 에디슨모터스의 전기차 기술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데다 비현실적인 자금 조달 계획도 문제 삼았다. 에디슨모터스는 자사가 보유한 전기차 기술력으로 쌍용차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라인업을 수개월 만에 전기차로 전환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전기차 전환을 위해선 적어도 3년 넘는 기간 동안 수천억원 개발비용이 투입돼야 하는데 에디슨모터스는 그보다 일찍 전기차 전환이 가능하다고 공언했다.하지만 정작 노조가 살펴본 실상은 달랐다. 쌍용차 노사와 에디슨모터스는 최근 실무협의를 진행했는데 에디슨모터스 연구개발(R&D) 기술부문 검증도 함께 진행됐다. 노조는 의견서에서 “수개월 만에 적은 투자비를 통해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다는 에디슨모터스의 사업 계획이 허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에디슨모터스는 승용, SUV에 적용할 전기차 기술이 시작 단계였다. 쌍용차 연구진과 협업을 통해서만 승용, SUV 전기차 개발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쌍용차 운영자금 조달 역시 쌍용차를 담보로 한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이라 비현실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았다”는 것이 노조 주장이다.노조뿐 아니라 상거래 채권단도 쌍용차 회생채권의 현금 변제율이 지나치게 낮다며 회생계획안을 문제 삼고 나섰다. 쌍용차로부터 부품대금 등을 받지 못한 340여개 협력업체로 구성된 상거래 채권단은 쌍용차 회생채권의 70%가량을 보유했다. 회생계획안에는 약 5470억원의 회생채권 중 1.75% 즉 100억원가량만 현금으로 변제하고, 나머지 98.25%는 출자전환한 뒤 신주 발행, 감자 등을 통해 쌍용차 지분 91%를 확보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상거래 채권단이 요구하는 최소 50% 이상의 현금 변제율을 충족시킬 정도로 넉넉한 자금 마련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자 상거래 채권단은 개별 업체로부터 ‘반대 동의서’를 수집해 인수자 교체 의견이 담긴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앞서 또 다른 회생채권자인 서울보증보험도 법원에 쌍용차 회생계획안에 대한 수정 명령을 제출했다. 최대주주인 마힌드라를 제외한 사실상 모든 회생 채권자가 쌍용차 회생계획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애초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를 인수한다고 할 때부터 ‘새우가 고래를 품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연매출이 1000억원에도 못 미치는 에디슨이 2조원 넘는 쌍용차를 인수하다 보니 결국 탈이 난 것”이라고 귀띔했다.▶쌍용차 인수전 뛰어든 쌍방울 ▷인수기한 촉박, 자금력 부족 변수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가 무산되면서 쌍용차 앞날도 짙은 안갯속에 빠졌다. 쌍용차는 지난해 매출 2조4293억원, 영업손실 2962억원, 당기순손실 2929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부터 20분기 연속 적자로 전액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자본잠식은 적자 누적으로 잉여금이 마이너스가 되면서 자본총계가 납입자본금 밑으로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한국거래소는 “쌍용차가 2021사업연도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까지 자본잠식 사유 해소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쌍용차는 2020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 사유로 상장폐지 대상이 됐지만 올해 4월 14일까지 개선 기간이 부여됐다. 이미 쌍용차 주식도 거래 정지된 상태다.판매량도 감소세다. 쌍용차는 지난해 내수 5만6363대, 수출 2만8133대를 포함해 총 8만4496대를 판매했다. 코로나19 확산 악재에 반도체 수급으로 인한 생산 차질 영향으로 전년 대비 판매량이 21.3% 줄었다. 그나마 신차에 실낱같은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쌍용차는 지난 2월 초 준중형 전기 SUV ‘코란도 이모션’을 출시하며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코란도 이모션은 사전계약 3주 만에 초도 물량 3500대가 완판되는 등 인기몰이 중이다. 여세를 몰아 오는 6월 말 무쏘 후속 모델인 중형 전기 SUV ‘제이백(J100)’을 출시한다. 내년에는 중국 BYD와 공동 개발 중인 중형 전기 SUV ‘U100(가칭)’ 출시도 앞뒀다. 시장에서는 전기 SUV 모델이 잇따라 등장하면 쌍용차 판매량이 늘어나 재무구조가 조금이나마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럼에도 쌍용차가 새 주인 맞기에 실패한 만큼 단기간 내 회생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4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쌍용차는 다시 법원 허가를 받아 제한적인 경쟁입찰이나 수의계약으로 M&A를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쌍용차가 재매각을 추진 중인 가운데 쌍방울그룹이 인수전에 뛰어들어 눈길을 끈다. 쌍방울그룹은 최근 쌍용차 매각 주관사인 EY한영회계법인에 인수 의향서를 접수했다. 쌍방울그룹은 특장차 전문 계열사 광림을 내세워 쌍용차 인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변수는 자금력이다. 쌍방울그룹이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1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광림의 현금성 자산은 733억원이었다. 다만 지난해 230억원 가량 순손실을 냈다는 점이 변수다. 업계에서는 쌍용차 재매각이 성사되려면 최소 5000억원 이상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본다. 앞서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금액이 3049억원이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마련한 회생계획안이 채권자 동의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금융권 채무인 회생담보권 2320억원, 미납 세금 등 조세채권 558억원, 회생채권 5470억원의 빚을 지고 있다. 쌍용차를 인수하는 업체가 회생담보권과 조세채권, 회생채권을 상환하는 데만 8000억원 이상 자금을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다 운영 자금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인수 자금은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매각 기한도 촉박하다. 쌍용차의 회생계획 인가 종료 시점은 오는 10월 15일이다.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공개매각 대신 수의계약 방식으로 재매각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쌍용차가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회생 불능 상태로 청산할 수 있다. 청산이 결정되면 쌍용차 직원 4300여명은 물론이고 협력사 직원 약 16만 명이 직장을 잃게 된다. 쌍용차 측은 "조속히 매각 방식을 결정해 재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3호 (2022.04.06~2022.04.12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