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공모 결과가 ‘용산 대통령실’?… ‘용산공원’ 생각나네

14일 서울 용산구 옛 미군기지에 조성된 용산공원에서 시민들이 대통령 집무실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청와대’를 대체할 만한 명칭은 생각보다 작명이 쉽지 않아 보인다. 약 2개월간 대국민 공모를 거친 대통령 집무실 명칭이 마땅한 새 이름을 찾지 못하면서 ‘용산 대통령실’로 일단 쓰이게 됐다.14일 오후 대통령실새이름위원회가 2시간에 걸친 최종회의 결과 “집무실의 새 명칭을 권고하지 않기로 했다”고 강인선 대변인은 밝혔다. 지난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임시로 사용된 ‘용산 대통령실’이란 이름이 당분간 계속 사용된다. 집무실을 이전하며 사상 첫 ‘용산 시대’를 연 윤 대통령은 집무실 작명에 각별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통령 의중이 반영된 것인지에 관심이 모인다. 시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럴 거면 공모 왜 했냐“, “너무 황당하다“ 등의 반응을 내놨다.약 3만건이 접수된 대국민 공모와 전문가 심의 등의 과정을 거쳤음에도 후보군 중 적당한 이름은 낙점되지 못했다. 대통령실은 최종 선정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새이름위 활동은 종료됐다고 전했다. 최우수상 없이 우수상(이태원로22) 1건, 장려상(국민청사·국민의집·민음청사) 3건을 선정해 시상은 진행키로 했다. ‘국민의집·국민청사·민음청사·바른누리·이태원로22’ 등 대국민 공모서 압축된 최종 후보작 5개는 결국 모두 제외됐다. 지난 3∼9일 2만91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선호도 조사에서 과반 득표작이 없었고, 명칭마다 부정적 여론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긴 어렵단 점이 작용했다는 게 강 대변인 설명이다.일각에선 명칭 선정 작업이 사실상 무위로 돌아간 것을 두고, 윤 대통령이 지난 10일 국민의힘 지도부 오찬에서 '공모(통과)한 이름이 다 마음에 안 든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진 영향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했다.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 의중이 반영됐느냐'는 물음에 "대통령의 의견도 여러 사람의 의견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가이드를 준 것이 하나도 없다. 대통령은 공모로 정하자고 했다"며 윤 대통령 의중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온라인 선호도 조사에선 이태원로22 선호도가 32.1%로 가장 높았고 국민청사(28.1%)가 뒤를 이었다.전문가 심의 결과 이태원로22는 국민과 같은 주소로서 평등을 상징한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지만, 집무실 명칭으로는 가벼운 느낌을 준다는 점, 영국 다우닝가 10번지 등 외국 명칭과의 유사성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국민청사는 부르기 쉽고 소통 의미도 보여주지만 중국 국민당 청사를 떠올리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언급한 '피플스 하우스'(People's House·국민의 집)는 '인민의 집'으로도 번역될 수 있고, 여당 당명과 비슷해 불필요한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단 점이 지적됐다.민음청사는 시각적으로 '믿음청사'와 유사해 종교적 색채를 풍기고 국어사전을 발간하는 출판사 이름을 연상케 한다는 우려가 나왔다.바른누리의 경우엔 순수 우리말이라는 점이 장점이 됐지만 뜻이 간명하지 않고 바른정당과 새누리당을 합친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게 약점이 됐다.강 대변인은 "60여 년간 사용된 청와대 사례를 볼 때 한 번 정하면 오랫동안 그이름을 사용해야 하는 만큼 성급히 선정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합당한 명칭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더 갖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름 공모 끝에 돌고 돌아 원래 명칭을 쓰게 된 점이 지난해 초 용산공원 사례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용산공원 새 이름을 짓기 위해 대국민 네이밍 공모전을 벌였는데, 약 두 달여 공모에 1000만원의 상금까지 내걸었으나 이전과 똑같은 이름이 정해지면서 "혈세 낭비"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는 공모전 기간 들어온 9401건의 시민제안 가운데 “기존 명칭이 10여년간 사용돼 국민에게 친숙하고 부르기 쉬우며, 직관적으로 대상이 떠올려지는 강점이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지만 한동안 시민들의 “황당하다”는 반응은 계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