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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계획했던 울산 6공장(EV 신공장)에서 하이브리드차량(HEV)을 병행 생산하자는 현대차 생산 현장 직원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주력 전기차인 아이오닉5 생산 라인은 일부 ‘공피치(생산량 감축)’ 운영에 돌입한 상태다. 글로벌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 현상이 길어지면서 완성차업계가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이자 글로벌 3위 자동차 업체 우리카드 인 현대자동차그룹 내에서도 최근 전동화 전환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달 말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현대차 울산공장과 전주공장, 남양연구소 등 전사 노조를 대상으로 취합한 ‘38차 대의원대회 기타 토의 안건’을 노조원들에게 공개했다. 이는 각 사업장 노조가 제출한 요구 사항을 취합한 것이다. 해당 자 연차유급휴가 료에 따르면 아이오닉5, 코나 EV 등 현대차의 주력 전기차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지부는 ‘울산 EV 전용 공장에 HEV 차종을 생산하기 위한 설비를 설치해줄 것’을 지부 공통 건의 사항으로 올렸다.
현대차는 2023년 11월 기공식을 열고 울산 EV 신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약 2조원을 들여 짓는 국내 최대 규모 전기차 전용 공장은 지난달 미혼 전세자금대출 기준 공정률 84%로 당장 내년 1분기 양산을 앞두고 있다. 첫 생산 차종은 제네시스 플래그십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90’으로 정해졌다. 현대차는 앞서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계획한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량 혼류 생산 공장으로 전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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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캐즘이 본격화되면서 전동화 전환 계획을 늦췄다. 지난해 초 메르세데스-벤츠가 2025년까지 전동화 차종의 판매 비중 5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연기하기로 했고, GM은 2035년까지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전면 폐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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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시기가 늦춰졌을 뿐 전기차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전기차 수요 감소 이후에도 다른 완성차 업체들보다 공격적인 전기차 개발·생산·판매 목표를 유지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2021년 2만6644대에서 2022년 4만9959대까지 늘었으나 2023년 3만4793대로 줄었고 지난해에도 3만1602대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이 같은 추세는 최근 들어 생산 현장의 위기감으로도 스며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아이오닉5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 2라인은 지난 5일부터 일부 공피치 운영을 시작했다. 컨베이어벨트 3칸 중 1칸이 비어 있는 상태로 돌아가는 식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초에도 수요 감소에 따라 5일간 아이오닉5와 코나 EV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울산1공장 2라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특근을 거의 실시하지 않았다. 특근이 줄어들면서 생산 인력들의 수당도 함께 줄어들었다. 울산1공장지부에서 신공장 하이브리드 생산을 건의한 것은 신공장을 전기차 전용으로 운영하면 이 같은 상황에서 남은 물량마저 신공장으로 이전될 것이란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3월 납기표에 따르면 코나 EV는 3주, 아이오닉5는 한 달, GV60은 3주의 출고 대기 기간이 잡혀 있다. 거의 즉시 출고가 가능할 정도로 재고가 쌓여 있다는 뜻이다. 싼타페 하이브리드(6개월), 아반떼 하이브리드(12개월) 등 하이브리드 인기 차종과는 대조된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제네시스 전기차 신차 출시 일정도 미룬 상태다. 당초 2026년 출시될 예정이었던 GV80 전동화 차량 출시는 2028년 중순으로 연기됐다. 인기 차종인 G80은 풀체인지 시점에서 완전한 전기차 전환이 예정됐었지만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추가되면서 완전 전기차 전환 일정을 2028년 이후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버틸 여력’만 있다면 현대차그룹 처럼 전기차 개발·생산을 미리 준비하는 게 더 현명한 전략이라는 평가도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지는 순간 전기차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그 이전까지 꾸준히 전기차를 개발하고 생산해본 경험이 있는 자동차 회사와 내연기관차에 안주하던 회사의 미래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