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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원 관악경찰서 집중수사팀 팀장(왼쪽)과 윤신규 관악경찰서 수사1과장이 11일 오전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뉴스1과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7.15/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김종훈 권진영 기자
즉석복권 가격
"전세사기 피의자들은 다른 사기 사건보다 자신이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투자 실패'라고 여기는 경향이 큽니다."

2022년 '세 모녀 전세사기', '빌라왕 사태' 등 전세 제도를 악용한 범죄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도 어느덧 3년이 지났다. 하지만 전세사기 여전히 전국 곳곳에 캐피탈회사 서 벌어지고 있다. 전세 특성상 계약 기간이 끝날 때가 돼서야 사기 피해 여부를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피해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까지 벌어지자, 경찰은 지난 2022년 7월부터 전세사기 특별단속을 벌였다. 그 결과 지난달까지 검거된 전세사기 범죄는 3814건, 피해금은 총 3조 2114억 원에 달한다. 자기 집에서, 자신 소액서민대출 의 집 때문에 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2만 명이 넘었다.
1인 가구 많아 취약지 꼽혀온 관악…이젠 '변호사'가 잡는다
그중에서도 다가구주택, 원룸 등 소형 주택이 밀집하고, 1인 가구가 많은 서울 관악구는 전세사기가 많은 지역으로 꼽혀왔다. 이에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해 11월 '전세사기 대응 강화 태스크포스(TF)'를 조 타행 수수료 면제 직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그러던 지난 4월 임시조직이었던 TF를 '집중수사팀'으로 전환했다. 집중수사팀을 총괄하는 윤신규 수사1과장(경정)은 피해자들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총력을 쏟고 있다. 허지원 팀장(경감)은 변호사 자격을 가진 전문가로서 수사를 이끌고 있다.
팀원들로도 변호사 특채 출신, 법학 석사, 그 은행연합회 신용정보조회 리고 경제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수사관이 포진해 있다. 집중수사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문성 있는 경찰들이 뭉친 셈이다.
피의자들 "투자였을 뿐이다" 한숨…최근 판례는 '단죄'
수십 건의 전세사기 사건을 마주한 허 팀장은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를 하다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한 피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하며, '경기 침체만 아니면 아무 문제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피의자들 말대로 무자본 갭투자라고 무조건 사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판례를 보면 이런 변명은 잘 통하지 않는다. 법원은 집주인이 매매대금과 보증금 액수가 동일한 경우에는 임차인에게 계약 당시 알려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지난 5월 15일 경기 화성시 동탄 지역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오피스텔 200여 채를 매입해 약 170억 원의 전세사기 보증금 편취한 혐의를 받는 이들에게 실형을 확정했다.
앞서 2심이 단기간에 수백 채에 이르는 오피스텔을 매수해 개인이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수백 억 원대 반환 채무가 있다면, 이를 임차인에게 미리 고지해야 한다고 본 판단을 지지한 것이다.
윤 과장은 "무자본 갭투자라면 집주인은 들어오는 돈이 없는 상황에서 세입자 보증금만으로 (임대업을) 하는 것"이라며 "이 방식이 지속되면 언젠가는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좌절감에 자책하는 피해자들…계약 끝나서야 사기 알아채
반면 피해자는 사기 피해를 자기 잘못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허 팀장은 "피해자 대부분이 사회초년생들로, 잃은 보증금이 사실상 자신의 전 재산인 경우가 많다"며 "상당한 좌절감을 느끼고 자책한다"고 말했다.
이에 집중수사팀은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더 꼼꼼히 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전세사기는 계약 체결 후 최소 1~2년 뒤에야 피해가 발생해, 피해자들이 계약 당시 어떤 내용을 고지받지 못했는지 기억이 명확하지 않아 다른 범죄에 비해 혐의 입증이 어렵다.
그래서 사건을 접수한 수사기관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부동산등기부등본, 임대차계약서 등 계약 관련 서류다. 고소인 진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 확보가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허 팀장은 전세 사기 수사와 처벌도 중요하지만, 피해 회복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무엇보다도 사전 예방이 최선이라고 강조한다. 윤 과장은 "나중에 변제를 받더라도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매우 번거롭다"며 "문제 해결을 기다리며 겪는 심리적·시간적 손해가 크다"고 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점검 또 점검'만이 살길…건물 내 전세·월세 비율 확인도
피해를 막기 위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건 '선순위채권'이다. 등기부등본을 통해 근저당권 설정 금액 등을 점검해야 한다. 다만 다가구주택은 등기부등본만으로 이를 확인할 수 없어 전입세대 확인서, 확정일자 부여 현황을 추가로 점검해야 한다. 선순위권리 관련 사항을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기재하면 더욱 확실하다.
이때 '말소 사항'까지 포함해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허 팀장은 조언한다. 그는 "이미 말소된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임차권이나 압류 등이 설정된 이력이 있는지 확인하면 임대인의 채무 상태를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계약 전 전월세 비율 등 건물의 수익 구조를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임대사업 구조상 월세와 같은 정기적인 수입이 없으면 과도한 채무 부담으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고,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허 팀장은 "실제로 전세사기로 입건되는 건물을 보면 대다수 호실이 전세 계약인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집주인 대신 공인중개사와 계약할 때는 위임장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위임장을 받지 않은 다른 호수까지 대리계약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가급적 임대인과 직접 통화해 확인해야 한다는 게 집중수사팀의 설명이다.
"피해자가 탓해야 할 사람은 피의자밖에 없다"
집중수사팀은 수사뿐만 아니라 예방을 위한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관내에 있는 서울대를 방문해 △주택임대차 계약 관련 기본 개념 △전세 사기 유형 및 단계별 예방법 등을 강의했다.
허 팀장은 목돈을 잃은 피해자들이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수차례 전했다. 그는 "모든 범죄 피해자가 그러하듯 (범죄는) 피해자의 탓이 아니다"라며 "피해자가 탓해야 할 사람은 피의자밖에 없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 과장은 "전세사기 범행은 수범이 교묘해 어떤 전문가라도 등기부등본만 보고는 사기인지 명백히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꼼꼼히 점검해야 전세사기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당부했다.
☞윤신규 과장 △경찰대학 졸업(11기) △서울 영등포경찰서 수사과장 △서울 구로경찰서 수사과장 △서울 금천경찰서 수사과장 △충북 제천경찰서 수사과장 △중앙경찰학교·경찰수사연수원 교수요원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1과장
☞허지원 팀장 △변호사 경력채용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과 경제팀 △서울 관악경찰서 여청청소년수사팀 △서울 관악경찰서 집중수사팀장
archive@news1.kr<용어설명>■ 무자본 갭투자자기 돈을 거의 들이지 않은 채 임차인으로부터 보증금으로 받아 부동산 대금 대부분을 충당하는 방식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