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양성원 "음악은 초상화…진실 담은 소리 추구하죠"

첼로의 '신약성서' 베토벤 소나타 전곡15년 만에 재녹음…22일 앨범 발매"베토벤과 어떻게 하면 가까워질까 고민"내달 23일부터 전국 5개 도시 투어 공연[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인생은 한 번 사니까,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을) 두 번 녹음하고 싶었습니다. 250여 년 전에 쓰인 곡이지만 지금도 깊은 감동을 주니까요.”첼리스트 양성원(55)이 첼로의 ‘신약성서’로 불리는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을 15년 만에 다시 녹음했다. 오랜 음악 파트너인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와 함께 한 앨범 ‘베토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 전곡집’을 클래식 레이블 데카(DECCA)를 통해 22일 발매했다.



첼리스트 양성원이 23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열린 ‘베토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 전곡집’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연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23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양성원은 “베토벤 첼로 소타나는 2007년 앨범으로 처음 발매한 뒤 여러 번 연주했는데, 그동안 소리의 깊이가 더해지며 내면적으로도 성장해 이 곡과 나 자신이 더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녹음했다”며 “매일 악기 연습을 반복하며 인간의 목소리에 가까운, 조금 더 진실을 담은 소리를 표현하고자 한 과정을 담은 결과물”이라고 말했다.베토벤 첼로 소나타는 첼로의 ‘구약성서’인 바흐 무반주 첼로 소나타와 함께 첼리스트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저음 악기인 첼로가 독주가 가능한 악기임을 잘 보여주는 곡이기 때문이다. 양성원도 “베토벤 첼로 소나타는 처음 발표된 뒤로 수많은 전쟁 혁명과 사회 변화가 있었음에도 아직도 많은 감동을 준다는 점에서 명곡”이라며 “첼리스트에겐 디딤돌이 되는 곡”이라고 강조했다.15년 만의 재녹음 과정에 대해선 “혹독했다”고 털어놨다. 음악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면서 녹음 과정에 더 많은 시간이 걸렸고, 음악적인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도 컸기 때문이다. 양성원은 “어떻게 하면 베토벤과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며 “베토벤의 초기, 중기, 후기의 초상화가 다른 것처럼, 그런 차이를 연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이러한 고민은 음악에 대한 양성원의 생각과도 이어진다. 그에게 음악은 “인류가 남긴 유산”이다. 연세대 음대 교수이자 영국 왕립음악원 초빙교수로 후학을 양성 중인 그는 “학생들에게 콩쿠르도 중요하지만 더 넓게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가르치고 있다”며 “나 역시 스승들로부터 훌륭한 음악가가 되기 위해선 삶의 깊이를 더 추구하라는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음악이란 본인의 초상화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추구하는 삶이 음악으로 고스란히 나오는 것이죠. 특히 지금의 제 나이는 더욱 그렇습니다. 10대와 20대 때는 연습한 결과물이 음악으로 나온다면, 40대부터는 매일 살아가는 삶이 음악으로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첼리스트 양성원이 23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열린 ‘베토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 전곡집’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최근엔 지휘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코로나19로 여러 공연이 취소되자 “남는 시간을 어떻게 하면 음악적으로 만족하며 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지휘 공부를 하게 됐다. 최근 독일에서 열린 드보르작 콘서트에서 지휘 무대를 갖기도 했다. 양성원은 “한 사람의 음악가로서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음악을 나누며 그들의 소리를 끄집어내는 것에 만족감이 컸다”며 “앞으로도 천천히 준비를 잘해서 지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이번 앨범은 지난해 9월 녹음했다.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외에도 모차르트 ‘마술피리’ 주제에 의한 두 곡의 변주곡, 헨델의 오라토리오 ‘유다스 마카베우스’ 중 ‘보아라, 용사가 돌아온다’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 등을 수록했다. 앨범 발매에 맞춰 공연기획사 마스트미디어와 전속계약을 체결한 양성원은 다음달 23일부터 부산·통영·대전·서울·여수로 이어지는 전국투어를 진행한다. 서울 공연은 다음달 2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