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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생태학살로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부정의. 하루하루 현실로 다가오는 생존의 위기 앞에서 과연 다른 세계는 가능할 것인가를 묻는다. 다른 세계는 물론 가능하다고 믿는다. 다만 다른 행성이 아니라 바로 여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땅과 아직 푸른 하늘과 바다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나무와 새들, 함께 호흡하는 뭇생명들이 공존하는 세계를 함께 상상하고자 한다. <기자말>
[차성덕 기자]
가리왕산 하봉과 연결된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숙암역'에 선다. 역의 이름은 곤돌라가 설치되기 전에 이 자리에 있던 마을, 숙암리에서 따왔으리라. 시계추를 닮은 케이블카가 산머리를 향해 부지런히 오르내린다. 들뜬 표정의 관광객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야마토카지노
안 탈 거면 나오세요." 머뭇거리는 사이 눈앞에서 문이 닫힌다. 봉우리를 향해 미끄러지듯 멀어지는 케이블카 너머, 무릎 베인 가리왕산이 어색하게 웃고 있다.
가리왕산은 강원도 정선군과 평창군에 걸쳐져 태백산맥 중앙에 있다. 해발고도 1561m에 달하는, 우리나라에서 아홉 번째로 높은 산이기도 하다. 한반도의 고대국가인 맥국의 갈왕이 난을 농심홀딩스 주식
피해 머문 산이라 하여 갈왕산이라 불리다가 일제 강점기 때 가리왕산(加里王山)으로 이름을 바꿨다. 조선조 세종 때부터 사람의 출입과 벌목을 금하며 나라에서 보호했던 가리왕산은 현재까지도 원시림의 모습을 그대로 품은 이끼 계곡부터 고산식물인 주목, 단풍나무, 갈참나무, 박달나무 등 다양한 수목과 생명들로 울창하다. 고조선의 태동을 지켜봤던 이 오래된 산은 한우리은행1억만들기
반도의 역사 속에서 우직하게 그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2011년, 산의 평화는 흔들린다. 2018년도 평창동계올림픽이 확정되면서 가리왕산이 알파인스키 활강 경기장으로 선정된 것이다. 가장 먼저 2008년 가리왕산에 제정됐던 '산림유전자보호구역'이 해제됐다. 열목어가 헤엄치던 숙암계곡은 돌과 흙으로 메워졌다. 수령 5체리마스터 다운로드
00년 이상의 거목들이 베어져 나갔다. 단 3일 간의 경기를 위한 스키장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2014년부터 가리왕산에서 벌목된 나무는 15만 그루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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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목되기 전 가리왕산 나무의 수령을 측정 중이다.
ⓒ 산과자연의친구
▲ 벌목된 가리왕산의 거목들. 모두 수령 500년 이상이다.
ⓒ 산과자연의친구
▲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가리왕산. 벌목된 자리에 곤돌라 시설이 세워지고 있다.
ⓒ 산과자연의친구
가리왕산이 더 이상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환경시민단체들이 목소리를 모았다. 이들은 정부에 스키장 공사를 진행하지 않고서도 알파인스키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구체적인 5가지 대안을 제시했지만 모두 무시됐다. 가리왕산엔 끝내 스키장이 들어섰다. 시민단체는 정부로부터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곤돌라를 철거하는 등 훼손된 구간을 예전으로 되돌리겠다는 확답을 받아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정부가 다른 한편에서 주민들에게 가리왕산에 설치된 곤돌라 설비를, 지역 활성화를 위해 케이블카로 활용하겠노라 공약한 것이다.
'보존'과 '개발'이라는 양립하기 힘든 정부의 이중 약속 탓에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 간에 갈등이 야기됐다. 이에 산림청과 환경부, 지자체 그리고 시민단체로 구성된 협의체가 꾸려졌다. 논의 끝에 케이블카는 올해 6월까지 한시적 운행 후 존치 여부를 재합의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 3월, 협의체는 마침내 가리왕산에 대한 최종 협의문에 도장을 찍었다. 평창올림픽이 끝난 후 7년 만이었다. 2011년부터 시작됐던 가리왕산 훼손 반대와 복원 투쟁까지 셈한다면 2025년 합의안 표결까지 약 14년이 걸렸다. 그 긴 대화의 중심에 '산과자연의친구'가 있었다.
시민들의 목소리로 시작된 '산과자연의친구'
▲ 지난 3월 24일 ‘가리왕산 합리적 보전활용 협의체 합의문’ 서명식이 열렸다. ‘산과자연의친구’ 윤여창 회장이 참석했다.
ⓒ 정선군
'산과자연의친구'의 시작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서울의 중심 산인 도봉산과 북한산을 사이에 둔 고갯길인 우이령길의 도로 확장·포장 계획을 발표했다. 정치적 이유로 1969년부터 약 40년 동안 민간인 출입이 금지됐던 덕에 서울·경기 북부 내 생태적 중요성이 큰 지역이 된 우이령길은 멸종위기인 삵이 서식할 정도로 생물다양성이 높은 곳이다. 정책이 실행되면 보존된 생태계가 훼손될 것은 당연했다. 이에 반대한 사람들이 하나둘 우이령길 길목에 모여들었다. 나중엔 그 수가 2만 명을 웃돌았다. 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우이령 도로 확장 계획을 무산시켰다.
▲ 제 6회 '우이령보존회' 행진. 일반시민들이 모였다.
ⓒ 산과자연의친구
"30년 전에 산을 보호하려고 시민들이 2만 명 모였다는 건 역사적인 사건이에요.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우이령보존회'가 만들어졌습니다. 현장에서 태동한 단체죠."
'산과자연의친구' 윤여창 회장이 덧붙였다. 자연 그대로의 산이 지켜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됐던 이들의 움직임은 숲속 생태계의 다양성을 보전하는 운동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1995년 점봉산의 '산림유전자보호림'에 상부댐을 짓는 양양 양수댐 건설 반대 운동이 기폭제가 됐다. '우이령보존회'가 '산과자연의친구'로 거듭난 순간이었다. 그 이후 '산과자연의친구'는 전국 각지의 환경보존 문제에 정면으로 다가섰다. 모든 사안이 한두 해 투쟁으로 끝나는 일은 아니었다. 회의감에 빠진 적도 많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가 없었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는다고 그 노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가리왕산에 스키장이 지어지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순 없었지만 '산과자연의친구'의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고 메아리쳤다. 멀리 오래 울려 퍼진 목소리는 처음 스키장 범위에 포함됐던 산의 중봉을 지켜낼 수 있었다. '산과자연의친구'는 나무가 베어졌다고 가리왕산을 포기하지 않았다. 훼손을 축소하고, 복원을 약속받았다. 자신이 지켜내고 싶던 산처럼 우직하게 그 자리에서 투쟁했다.
지역 주민들의 삶과 연결된 환경보존운동이어야 한다
협의체는 훼손된 산림은 최대한 복원한다는 기본방침에 따라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조성 협의시 지정 해제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은 산림으로 복원하기로 했다. 대신 활강경기장으로 사용한 가리왕산 하부 구역은 지역소멸 위기에 처한 주민들의 절박한 사정을 고려해 지역활성화 차원에서 연구·교육·치유·휴양·숲체험 등의 방법으로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협의체는 하부 구역 활용방안으로 △산림형 정원 조성 △국립산림복원연구원 설립 △2018평창겨울올림픽 정선기념관 건립 등을 주요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겨레 <7년 만에 '가리왕산 합의'…보호구역은 복원, 하부는 지역활성화 활용>
산림 생태 자원의 합리적 보존과 복원을 통해서 지역 경제를 살리는 모델을 만들자는 것이 가리왕산 합의안의 골조다. 정선 주민들은 산림 생태복원이라는 기본 방향에 동의했다. 시민단체들은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의 절박한 상황을 중요하게 고려했다. 서로서로 입장을 존중했기에 가능한 결론이었다.
"산림학과 학부생일 때 우리 민속 전통문화의 뿌리를 찾아가는 활동을 했었어요. 그때 농촌 마을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 나누며 농촌의 삶을 경험했어요. 시간이 흘러 다시 모교로 돌아가 산림학과 교수가 돼서 연구를 할 때도 그때 경험이 작용하더라고요. 우리 학생들 데리고 필리핀, 인도네시아 라오스 등에 있는 열대우림 보존 지역으로 해외실습을 떠난 계기가 됐어요. 열대우림 원주민들이 자연과 더불어 공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환경 보존에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은 전문가나 공무원도 아니고, 그 속에 더불어 사는 지역 주민들일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어요."
숲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사람들에게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숲에 대한 전통적 지식의 가치를 깨달은 윤여창 회장은, 지역 주민의 삶이 배제된 환경보존운동은 불가능하다고 역설한다.
"국유림을 어떤 방식으로든 개발할 때는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이 되게 중요해요. 무조건 보존하고 지켜서 해결될 게 아니라, 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합니다. 실제로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과 방법을 배우는 게 우선돼야 하고요. 지역 주민 수도 더 많이 늘어나야 합니다. 그러려면 산촌이나 농촌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해요. 협의 조항에 '국제산림연구원설립' 이 들어가 있는 이유기도 합니다. 연구센터 중심으로 새로운 사회관계망이 생길 거고 지역 활성화의 실마리가 될 거예요. 결국 생태계가 주는 혜택들이 골고루 잘 퍼져서 지역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게 지자체의 임무라고 생각해요."
가리왕산에 대한 '산과자연의친구'의 활동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합의문의 내용이 제대로 수행되는지 끈질긴 눈으로 지켜보아야 한다고 윤여창 회장은 강조했다. 가리왕산을 둘러싼 문제는 끝난 게 아니라 이제 시작이었다. 문득 협의가 이뤄진 내용이 충실히 수행되어 가리왕산 복원이 진행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거치게 될까, 궁금했다.
"산 중상부의 흙과 종자를 (훼손된) 산 하부에 이식하는 방법도 있겠지요. 그런데 이미 훼손된 구역에도 나무의 맹아가 다 잠들어 있거든요? 인공 구조물을 거두기만 해도 그 맹아가 알아서 발아할 겁니다. 시간은 당연히 걸리겠지요. 하지만 자연의 자생력이 다른 인위적인 방법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겁니다."
가리왕산 복원 과정을 설명하는 윤여창 회장의 어조는 수술을 앞둔 외과의사의 그것처럼 신중했다. 큰 수술이었다. 가리왕산의 회복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산과 자연의 시간은 인간의 그것과 다르다는 점이다. 산의 시간은 인간의 감각을 뛰어넘는다. 가리왕산의 회복과 재생은 우리 세대를 넘어선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더 긴 시간을 두고, 더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한다. 세기를 횡단하는 상상력이 요구된다.
▲ '산과자연의친구' 윤여창 회장이 그림을 그려 가리왕산 복원 과정을 설명했다.
ⓒ 성덕
인연의 힘으로 오래오래
'산과자연의친구'는 올해 창립 31주년이 됐다. 이들의 뜻이 이토록 오래 이어져 올 수 있었던 비결이 뭘까.
"올해 '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에서 '산과자연의친구'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우리 활동을 더 확장하기 위해서죠. 이름을 바꾸자는 이야기는 작년부터 나왔지만, 시간이 걸렸어요. 운영위원회 회의가 필수거든요. 무조건 대화를 통해 중대 소사를 결정하니까요. 만장일치에 가까운 동의가 있어야 결정합니다."
이들의 유일한 길은 대화였다. 소수의견을 함부로 무시하지 않는다. 가능한 전부 다 들어보고, 충분한 대화를 나누며 의견을 주고받는다. 빙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그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렇게 도달한 결론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뿌리가 됐다.
"가리왕산 복원 운동 때도 그랬지만, 상당히 지치고 힘든 싸움이에요. 우리가 뭘 했지? 라는 회의감이 계속 드는 건 활동가로서는 정말 현실인 것 같아요. (…) 그렇게 힘든데 활동을 왜 해? 라고 물어보면,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정말 개발의 강풍을 막는 바람막이조차 없었을 거라고 답해요. 아무것도 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급속하게 자연이 훼손됐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렇게 돌아보면 '그래도 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굉장히 많이 들어요. 그리고 우리 단체는 할 만큼 했고 힘드니까 그만하자는 게 아니라 "그래도 하자!" 이런 마음가짐이었던 것 같아요."
'산과자연의친구'의 실무를 담당하는 박준형 사무국장의 말이다. '산과자연의친구'의 모든 활동은 활동가가 아닌 일반 시민회원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오로지 자연을 지키겠다는 마음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는 곳이 '산과자연의친구'다. 초창기부터 활동하는 회원은 10명 이상이고 후원회원 200명 중 절반이 20년 가까이 근속 활동 중이란다. 그만큼 단체의 뜻을 신뢰하는 것이리라. 숲을 이루는 나무들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한 의지가 모여 '산과자연의친구'라는 큰 숲을 이루고 있었다.
▲ 가리왕산 복원을 촉구하는 캠페인 중인 '산과자연의친구'
ⓒ 산과자연의친구
윤여창 회장은 이 모든 활동을 움직이는 힘을 이야기하며 불교의 인연법을 언급했다. 만물은 서로 관계 맺으며 인과가 지어낸 인연에 의해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윤여창 회장의 생은 거스를 수 없는 존귀한 법을 따라 그를 농촌으로, 숲으로, 자연으로 이끌었다. 대학에서 산림학과를 졸업 후 산림원에서 연구를 이어가던 그가 '산과자연의친구'를 만난 것 또한 그랬다.
"살아있는 생명들을 친구로 알고 생명을 앗아가지 말라는 부처님이 말씀이 마음 깊이 들어왔어요. 숲을 공부하다 보니까 그런 뜻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더라고요. '숲속에 사는 중생들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인연법의 가르침은 불교에서 배운 거지만 산림학의 원리에도 그게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여겨졌어요. 생명들이 같이 서로 인연을 맺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게 세상이니까요. 다양한 것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산과자연의친구' 활동은 새로운 발돋움 중이다. "자연과 공생하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꿈꾸며"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개도국의 기후변화 적응을 돕는 생태복원 협력을 '산과자연의친구' 2050 비전에 새로이 추가했다. 기후위기는 국경으로 나눠지지 않는 공동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 첫 시작이 2025년 첫 시행된 잠비아에 나무 심기다. 비단 국내뿐 아니라 세계의 산과 자연이 직면한 문제를 향해 뻗어나가고 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환경오염과 기후 위기가 삶의 조건이 돼버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산과자연의친구'가 전하는 메시지를 청했다.
"사람은 자연을 기반으로 해서 살아왔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돼야 하는데, 자연이 우리한테 무한정 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인간이 자연을 좀 잘 알고, 자연과 가까워지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어요. 자연과 친구 되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친구나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것처럼 자연을 대할 때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대했으면 좋겠어요."
말을 마친 윤여창 회장의 눈이 호를 그리며 휘었다. 촘촘하고 부드러운 주름이 얼굴 전체를 부드럽게 휘감았다. 마을 어귀를 지키며 오가는 사람들에게 쉴 곁을 내어주는, 당산나무를 닮은 넉넉한 미소였다.
▲ ‘산과자연의친구’ 윤여창 회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 성덕
실패하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까닭
얼마 후, 지난 대화를 복기하며 가리왕산을 다시 찾았다. KTX로 서울역에서 진부역까지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 또한 평창동계올림픽의 흔적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왔다. 버스를 타고 장구목이 입구에 내린다. 이른 아침 숲에 들어서자 물기를 머금은 초록이 시야를 꽉 채운다. 케이블카가 설치돼있는 하봉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나뭇등걸을 보드라운 이끼가 융단처럼 감싸고, 보드라운 새 이파리엔 눈물 같은 이슬이 맺혀있다. 햇빛이 파고들지 않은 숲은 반투명한 휘장에 감싸인 것만 같다. 이제 막 잠에서 깬 나무들이 내뿜는 숨을 깊이 들이마신다. 청량하면서도 비릿한 내음이다. 냄새 분자를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이 오래된 숲의 냄새는 분명 푸른 바다의 그것과 닮았으리라. 문득, 지난 3월 말 산천에서 하동까지 번진 화마로 까맣게 타버린 두양리 은행나무에서 새순이 올라왔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죽은 줄 알았던 900살 은행나무가 뿌리로부터 새잎을 밀어 올린 거였다. 화재 후 40여 일 만이었다.
자연은 포기할 줄 모른다. 불타고, 깎이고, 허물어져도 나무는, 숲은, 산은, 자연은, 생명을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 우리의 현재가 아주 먼 미래로 이어져 있다는 선하고 곧은 믿음을 생각했다. '산과자연의친구'가 매번 실패하면서도 끝까지 버티고 또 버틸 수 있었던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종이 울리는 순간> 상영
* '산과자연의친구'에서 제작한 가리왕산에 대한 장편 다큐멘터리 <종이 울리는 순간(As the Bell Rings)>이 지난 8일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감독 김주영은 "케이블카는 주변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한다. 그 일대는 동식물이 살아갈 토대를 앗아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영화소개 https://sieff.kr/shop/1747100846)* '산과자연의친구'는 시민들 대상으로 한 생태 교육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 중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가입 및 후원할 수 있다. https://www.naturekorea.net
[필자 소개] 차성덕 :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 중이다. 중요하지만 잘 보이지 않고 잘 들리지 않는 것을 세상에 보이게 하고 들리게 하는 게 영화와 르포의 역할이자 공통점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이야기의 힘을 굳게 믿는다.
덧붙이는 글
[차성덕 기자]
가리왕산 하봉과 연결된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숙암역'에 선다. 역의 이름은 곤돌라가 설치되기 전에 이 자리에 있던 마을, 숙암리에서 따왔으리라. 시계추를 닮은 케이블카가 산머리를 향해 부지런히 오르내린다. 들뜬 표정의 관광객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야마토카지노
안 탈 거면 나오세요." 머뭇거리는 사이 눈앞에서 문이 닫힌다. 봉우리를 향해 미끄러지듯 멀어지는 케이블카 너머, 무릎 베인 가리왕산이 어색하게 웃고 있다.
가리왕산은 강원도 정선군과 평창군에 걸쳐져 태백산맥 중앙에 있다. 해발고도 1561m에 달하는, 우리나라에서 아홉 번째로 높은 산이기도 하다. 한반도의 고대국가인 맥국의 갈왕이 난을 농심홀딩스 주식
피해 머문 산이라 하여 갈왕산이라 불리다가 일제 강점기 때 가리왕산(加里王山)으로 이름을 바꿨다. 조선조 세종 때부터 사람의 출입과 벌목을 금하며 나라에서 보호했던 가리왕산은 현재까지도 원시림의 모습을 그대로 품은 이끼 계곡부터 고산식물인 주목, 단풍나무, 갈참나무, 박달나무 등 다양한 수목과 생명들로 울창하다. 고조선의 태동을 지켜봤던 이 오래된 산은 한우리은행1억만들기
반도의 역사 속에서 우직하게 그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2011년, 산의 평화는 흔들린다. 2018년도 평창동계올림픽이 확정되면서 가리왕산이 알파인스키 활강 경기장으로 선정된 것이다. 가장 먼저 2008년 가리왕산에 제정됐던 '산림유전자보호구역'이 해제됐다. 열목어가 헤엄치던 숙암계곡은 돌과 흙으로 메워졌다. 수령 5체리마스터 다운로드
00년 이상의 거목들이 베어져 나갔다. 단 3일 간의 경기를 위한 스키장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2014년부터 가리왕산에서 벌목된 나무는 15만 그루에 달했다.
체리마스터 공략
▲ 벌목되기 전 가리왕산 나무의 수령을 측정 중이다.
ⓒ 산과자연의친구
▲ 벌목된 가리왕산의 거목들. 모두 수령 500년 이상이다.
ⓒ 산과자연의친구
▲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가리왕산. 벌목된 자리에 곤돌라 시설이 세워지고 있다.
ⓒ 산과자연의친구
가리왕산이 더 이상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환경시민단체들이 목소리를 모았다. 이들은 정부에 스키장 공사를 진행하지 않고서도 알파인스키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구체적인 5가지 대안을 제시했지만 모두 무시됐다. 가리왕산엔 끝내 스키장이 들어섰다. 시민단체는 정부로부터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곤돌라를 철거하는 등 훼손된 구간을 예전으로 되돌리겠다는 확답을 받아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정부가 다른 한편에서 주민들에게 가리왕산에 설치된 곤돌라 설비를, 지역 활성화를 위해 케이블카로 활용하겠노라 공약한 것이다.
'보존'과 '개발'이라는 양립하기 힘든 정부의 이중 약속 탓에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 간에 갈등이 야기됐다. 이에 산림청과 환경부, 지자체 그리고 시민단체로 구성된 협의체가 꾸려졌다. 논의 끝에 케이블카는 올해 6월까지 한시적 운행 후 존치 여부를 재합의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 3월, 협의체는 마침내 가리왕산에 대한 최종 협의문에 도장을 찍었다. 평창올림픽이 끝난 후 7년 만이었다. 2011년부터 시작됐던 가리왕산 훼손 반대와 복원 투쟁까지 셈한다면 2025년 합의안 표결까지 약 14년이 걸렸다. 그 긴 대화의 중심에 '산과자연의친구'가 있었다.
시민들의 목소리로 시작된 '산과자연의친구'
▲ 지난 3월 24일 ‘가리왕산 합리적 보전활용 협의체 합의문’ 서명식이 열렸다. ‘산과자연의친구’ 윤여창 회장이 참석했다.
ⓒ 정선군
'산과자연의친구'의 시작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서울의 중심 산인 도봉산과 북한산을 사이에 둔 고갯길인 우이령길의 도로 확장·포장 계획을 발표했다. 정치적 이유로 1969년부터 약 40년 동안 민간인 출입이 금지됐던 덕에 서울·경기 북부 내 생태적 중요성이 큰 지역이 된 우이령길은 멸종위기인 삵이 서식할 정도로 생물다양성이 높은 곳이다. 정책이 실행되면 보존된 생태계가 훼손될 것은 당연했다. 이에 반대한 사람들이 하나둘 우이령길 길목에 모여들었다. 나중엔 그 수가 2만 명을 웃돌았다. 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우이령 도로 확장 계획을 무산시켰다.
▲ 제 6회 '우이령보존회' 행진. 일반시민들이 모였다.
ⓒ 산과자연의친구
"30년 전에 산을 보호하려고 시민들이 2만 명 모였다는 건 역사적인 사건이에요.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우이령보존회'가 만들어졌습니다. 현장에서 태동한 단체죠."
'산과자연의친구' 윤여창 회장이 덧붙였다. 자연 그대로의 산이 지켜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됐던 이들의 움직임은 숲속 생태계의 다양성을 보전하는 운동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1995년 점봉산의 '산림유전자보호림'에 상부댐을 짓는 양양 양수댐 건설 반대 운동이 기폭제가 됐다. '우이령보존회'가 '산과자연의친구'로 거듭난 순간이었다. 그 이후 '산과자연의친구'는 전국 각지의 환경보존 문제에 정면으로 다가섰다. 모든 사안이 한두 해 투쟁으로 끝나는 일은 아니었다. 회의감에 빠진 적도 많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가 없었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는다고 그 노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가리왕산에 스키장이 지어지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순 없었지만 '산과자연의친구'의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고 메아리쳤다. 멀리 오래 울려 퍼진 목소리는 처음 스키장 범위에 포함됐던 산의 중봉을 지켜낼 수 있었다. '산과자연의친구'는 나무가 베어졌다고 가리왕산을 포기하지 않았다. 훼손을 축소하고, 복원을 약속받았다. 자신이 지켜내고 싶던 산처럼 우직하게 그 자리에서 투쟁했다.
지역 주민들의 삶과 연결된 환경보존운동이어야 한다
협의체는 훼손된 산림은 최대한 복원한다는 기본방침에 따라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조성 협의시 지정 해제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은 산림으로 복원하기로 했다. 대신 활강경기장으로 사용한 가리왕산 하부 구역은 지역소멸 위기에 처한 주민들의 절박한 사정을 고려해 지역활성화 차원에서 연구·교육·치유·휴양·숲체험 등의 방법으로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협의체는 하부 구역 활용방안으로 △산림형 정원 조성 △국립산림복원연구원 설립 △2018평창겨울올림픽 정선기념관 건립 등을 주요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겨레 <7년 만에 '가리왕산 합의'…보호구역은 복원, 하부는 지역활성화 활용>
산림 생태 자원의 합리적 보존과 복원을 통해서 지역 경제를 살리는 모델을 만들자는 것이 가리왕산 합의안의 골조다. 정선 주민들은 산림 생태복원이라는 기본 방향에 동의했다. 시민단체들은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의 절박한 상황을 중요하게 고려했다. 서로서로 입장을 존중했기에 가능한 결론이었다.
"산림학과 학부생일 때 우리 민속 전통문화의 뿌리를 찾아가는 활동을 했었어요. 그때 농촌 마을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 나누며 농촌의 삶을 경험했어요. 시간이 흘러 다시 모교로 돌아가 산림학과 교수가 돼서 연구를 할 때도 그때 경험이 작용하더라고요. 우리 학생들 데리고 필리핀, 인도네시아 라오스 등에 있는 열대우림 보존 지역으로 해외실습을 떠난 계기가 됐어요. 열대우림 원주민들이 자연과 더불어 공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환경 보존에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은 전문가나 공무원도 아니고, 그 속에 더불어 사는 지역 주민들일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어요."
숲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사람들에게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숲에 대한 전통적 지식의 가치를 깨달은 윤여창 회장은, 지역 주민의 삶이 배제된 환경보존운동은 불가능하다고 역설한다.
"국유림을 어떤 방식으로든 개발할 때는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이 되게 중요해요. 무조건 보존하고 지켜서 해결될 게 아니라, 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합니다. 실제로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과 방법을 배우는 게 우선돼야 하고요. 지역 주민 수도 더 많이 늘어나야 합니다. 그러려면 산촌이나 농촌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해요. 협의 조항에 '국제산림연구원설립' 이 들어가 있는 이유기도 합니다. 연구센터 중심으로 새로운 사회관계망이 생길 거고 지역 활성화의 실마리가 될 거예요. 결국 생태계가 주는 혜택들이 골고루 잘 퍼져서 지역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게 지자체의 임무라고 생각해요."
가리왕산에 대한 '산과자연의친구'의 활동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합의문의 내용이 제대로 수행되는지 끈질긴 눈으로 지켜보아야 한다고 윤여창 회장은 강조했다. 가리왕산을 둘러싼 문제는 끝난 게 아니라 이제 시작이었다. 문득 협의가 이뤄진 내용이 충실히 수행되어 가리왕산 복원이 진행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거치게 될까, 궁금했다.
"산 중상부의 흙과 종자를 (훼손된) 산 하부에 이식하는 방법도 있겠지요. 그런데 이미 훼손된 구역에도 나무의 맹아가 다 잠들어 있거든요? 인공 구조물을 거두기만 해도 그 맹아가 알아서 발아할 겁니다. 시간은 당연히 걸리겠지요. 하지만 자연의 자생력이 다른 인위적인 방법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겁니다."
가리왕산 복원 과정을 설명하는 윤여창 회장의 어조는 수술을 앞둔 외과의사의 그것처럼 신중했다. 큰 수술이었다. 가리왕산의 회복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산과 자연의 시간은 인간의 그것과 다르다는 점이다. 산의 시간은 인간의 감각을 뛰어넘는다. 가리왕산의 회복과 재생은 우리 세대를 넘어선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더 긴 시간을 두고, 더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한다. 세기를 횡단하는 상상력이 요구된다.
▲ '산과자연의친구' 윤여창 회장이 그림을 그려 가리왕산 복원 과정을 설명했다.
ⓒ 성덕
인연의 힘으로 오래오래
'산과자연의친구'는 올해 창립 31주년이 됐다. 이들의 뜻이 이토록 오래 이어져 올 수 있었던 비결이 뭘까.
"올해 '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에서 '산과자연의친구'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우리 활동을 더 확장하기 위해서죠. 이름을 바꾸자는 이야기는 작년부터 나왔지만, 시간이 걸렸어요. 운영위원회 회의가 필수거든요. 무조건 대화를 통해 중대 소사를 결정하니까요. 만장일치에 가까운 동의가 있어야 결정합니다."
이들의 유일한 길은 대화였다. 소수의견을 함부로 무시하지 않는다. 가능한 전부 다 들어보고, 충분한 대화를 나누며 의견을 주고받는다. 빙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그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렇게 도달한 결론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뿌리가 됐다.
"가리왕산 복원 운동 때도 그랬지만, 상당히 지치고 힘든 싸움이에요. 우리가 뭘 했지? 라는 회의감이 계속 드는 건 활동가로서는 정말 현실인 것 같아요. (…) 그렇게 힘든데 활동을 왜 해? 라고 물어보면,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정말 개발의 강풍을 막는 바람막이조차 없었을 거라고 답해요. 아무것도 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급속하게 자연이 훼손됐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렇게 돌아보면 '그래도 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굉장히 많이 들어요. 그리고 우리 단체는 할 만큼 했고 힘드니까 그만하자는 게 아니라 "그래도 하자!" 이런 마음가짐이었던 것 같아요."
'산과자연의친구'의 실무를 담당하는 박준형 사무국장의 말이다. '산과자연의친구'의 모든 활동은 활동가가 아닌 일반 시민회원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오로지 자연을 지키겠다는 마음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는 곳이 '산과자연의친구'다. 초창기부터 활동하는 회원은 10명 이상이고 후원회원 200명 중 절반이 20년 가까이 근속 활동 중이란다. 그만큼 단체의 뜻을 신뢰하는 것이리라. 숲을 이루는 나무들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한 의지가 모여 '산과자연의친구'라는 큰 숲을 이루고 있었다.
▲ 가리왕산 복원을 촉구하는 캠페인 중인 '산과자연의친구'
ⓒ 산과자연의친구
윤여창 회장은 이 모든 활동을 움직이는 힘을 이야기하며 불교의 인연법을 언급했다. 만물은 서로 관계 맺으며 인과가 지어낸 인연에 의해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윤여창 회장의 생은 거스를 수 없는 존귀한 법을 따라 그를 농촌으로, 숲으로, 자연으로 이끌었다. 대학에서 산림학과를 졸업 후 산림원에서 연구를 이어가던 그가 '산과자연의친구'를 만난 것 또한 그랬다.
"살아있는 생명들을 친구로 알고 생명을 앗아가지 말라는 부처님이 말씀이 마음 깊이 들어왔어요. 숲을 공부하다 보니까 그런 뜻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더라고요. '숲속에 사는 중생들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인연법의 가르침은 불교에서 배운 거지만 산림학의 원리에도 그게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여겨졌어요. 생명들이 같이 서로 인연을 맺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게 세상이니까요. 다양한 것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산과자연의친구' 활동은 새로운 발돋움 중이다. "자연과 공생하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꿈꾸며"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개도국의 기후변화 적응을 돕는 생태복원 협력을 '산과자연의친구' 2050 비전에 새로이 추가했다. 기후위기는 국경으로 나눠지지 않는 공동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 첫 시작이 2025년 첫 시행된 잠비아에 나무 심기다. 비단 국내뿐 아니라 세계의 산과 자연이 직면한 문제를 향해 뻗어나가고 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환경오염과 기후 위기가 삶의 조건이 돼버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산과자연의친구'가 전하는 메시지를 청했다.
"사람은 자연을 기반으로 해서 살아왔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돼야 하는데, 자연이 우리한테 무한정 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인간이 자연을 좀 잘 알고, 자연과 가까워지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어요. 자연과 친구 되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친구나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것처럼 자연을 대할 때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대했으면 좋겠어요."
말을 마친 윤여창 회장의 눈이 호를 그리며 휘었다. 촘촘하고 부드러운 주름이 얼굴 전체를 부드럽게 휘감았다. 마을 어귀를 지키며 오가는 사람들에게 쉴 곁을 내어주는, 당산나무를 닮은 넉넉한 미소였다.
▲ ‘산과자연의친구’ 윤여창 회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 성덕
실패하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까닭
얼마 후, 지난 대화를 복기하며 가리왕산을 다시 찾았다. KTX로 서울역에서 진부역까지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 또한 평창동계올림픽의 흔적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왔다. 버스를 타고 장구목이 입구에 내린다. 이른 아침 숲에 들어서자 물기를 머금은 초록이 시야를 꽉 채운다. 케이블카가 설치돼있는 하봉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나뭇등걸을 보드라운 이끼가 융단처럼 감싸고, 보드라운 새 이파리엔 눈물 같은 이슬이 맺혀있다. 햇빛이 파고들지 않은 숲은 반투명한 휘장에 감싸인 것만 같다. 이제 막 잠에서 깬 나무들이 내뿜는 숨을 깊이 들이마신다. 청량하면서도 비릿한 내음이다. 냄새 분자를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이 오래된 숲의 냄새는 분명 푸른 바다의 그것과 닮았으리라. 문득, 지난 3월 말 산천에서 하동까지 번진 화마로 까맣게 타버린 두양리 은행나무에서 새순이 올라왔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죽은 줄 알았던 900살 은행나무가 뿌리로부터 새잎을 밀어 올린 거였다. 화재 후 40여 일 만이었다.
자연은 포기할 줄 모른다. 불타고, 깎이고, 허물어져도 나무는, 숲은, 산은, 자연은, 생명을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 우리의 현재가 아주 먼 미래로 이어져 있다는 선하고 곧은 믿음을 생각했다. '산과자연의친구'가 매번 실패하면서도 끝까지 버티고 또 버틸 수 있었던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종이 울리는 순간> 상영
* '산과자연의친구'에서 제작한 가리왕산에 대한 장편 다큐멘터리 <종이 울리는 순간(As the Bell Rings)>이 지난 8일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감독 김주영은 "케이블카는 주변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한다. 그 일대는 동식물이 살아갈 토대를 앗아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영화소개 https://sieff.kr/shop/1747100846)* '산과자연의친구'는 시민들 대상으로 한 생태 교육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 중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가입 및 후원할 수 있다. https://www.naturekorea.net
[필자 소개] 차성덕 :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 중이다. 중요하지만 잘 보이지 않고 잘 들리지 않는 것을 세상에 보이게 하고 들리게 하는 게 영화와 르포의 역할이자 공통점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이야기의 힘을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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