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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없는 토요일 윤지양 지음, 민음사, 1만3000원
시인 윤지양은 시 ‘왜 어떤 사람은 서울의 봄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나’에서 그 이유를 궁구해 간다.
“어떤 사람은 그 영화를 두 번씩이나 보았다고 했다 다른 사람은 별로였다고 했다 심지어 나랑 같이 보러 갔는데, 장군님들 담배 피우는 장면이 많이 나와서 귓속말로 그 또한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했다/ 기침이 심해져서 가슴팍에 프로젝트파이낸싱효과 손을 얹었는데 잘 가라앉지 않았다 왜 별로였는지 이제는 물어볼 수도 없다 대신에 두 번이나 볼 정도로 좋아한 사람에게 물어볼까 싶었지만, 무턱대고 물어볼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1연)로 시작한다. 외견 자세한데 기실 판단 불가의 정황뿐이다. 급기야 끝이 이렇다.
“(…) 훗날 영화가 좋아서 두 번씩이나 본 사람이 있고 좋다는 편에 국민은행 월복리 속하는 사람이 있고 별로라는 사람이 있고 전혀 보지 못한 사람들도 있고 서로를 모르는 사람들이 정확하지 못한 기억으로 얼핏, 시에 등장하기도 하는 법이다”(3연)
설명 불가는 동어반복으로 두둔이 되거니와, 시는 양쪽에 ‘공평 무심’한 ‘응시자’ 같다. 랭보에게 시인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견자(le voyant)’라지만, 여기 시인은 파산면책기간 보였던 것을 보려 할 뿐이다. 그때 현재와 과거 양쪽도 등거리 응시된다. 3연 “훗날” 앞 시구다. “세상에는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이 찢어지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의 몸과 마음을 총칼로 쑤신 뒤 박수를 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판단 불가는 반박 불가가 된다.
올해 김수영문학상 수상(제43회)과 함께 출간된 윤지양의 시집 ‘기대 없는 토요 2금융권 은행 일’엔 불안과 억압의 징후가 짙다. 다만 ‘무심결’ 보았다는 투다. 물기 없는 시어로, 구상과 추상, 언어와 비언어를 넘나든다. 역설처럼, 그때 선연해지는 불협의 실체. 교향곡 연주되는 콘서트홀에서 “발작처럼”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기침 그리고 기침 기침 그리고 기침과 기침의 기침”(‘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이 보인 대로고, “언성을 높”여 “독재 상호저축은행이자비교 국가 하에서는 국방력이라도 강했다는 말”, “죽음에 이르는 병이 절망이라는 말을 하기 위해 수많은 말들을 늘어놓”는 P(‘소설’) 또한 보인 대로다. 자기 발언과 침잠, 확신, 광기가 넘치는 시대, 말하자면 ‘살기’(존재하기)의 시적 처세다. 덜 절망하기 위함이랄까. ‘윤석열 같은 사람도 있는 법’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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