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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







충격과 공포, 분노, 슬픔이 뒤엉킨 채 묵은해가 저물고 새해가 왔다. 넉넉한 덕담은커녕 안녕하냐는 가벼운 인사조차 건네기 어렵다. 온 나라를 뒤흔든 내란이 종료되지 않은 가운데, 179명의 목숨을 앗은 참사가 세밑을 덮쳤다. 난데없는 쿠데타의 망령과 끝없이 되풀이되는 재난에서 벗어나 우리는 일상을 회복하고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겹겹으로 쌓인 난제들 앞에서, 언론에 부여된 무거운 책무를 짚어봐야 할 때다.

차량연비순위 내란 사태 초반, 언론은 권력의 감시자이자 시대의 기록자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계엄포고령의 서슬을 아랑곳하지 않고 국회로 달려가 장갑차와 무장군인을 맨몸으로 막은 시민들의 투쟁을 알렸고, 긴박한 상황에서도 절차를 지켜 계엄해제를 결의한 국회 현장을 생중계했다. 이어 시대착오적 계엄의 위헌·위법을 한 목소리로 질타했고, 발 빠른 취재로 계엄군의 동태와 배후 자녀교육비조회 사조직을 낱낱이 밝혀냈다. '윤석열 탄핵' 외침이 여의도에서 광화문, 남태령으로 이어지며 사회적 연대의 물결로 퍼져가는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그러나 헌법재판과 수사가 본격화되자 조기 대선 가능성을 대입한 정파성과 정치공학 셈법을 무람없이 드러낸 기사들이 슬그머니 등장했다. 계엄 전 여야가 합의한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 거 우리은행전세자금대출자격 부로 빚어진 총리 탄핵에 '정쟁' 프레임을 들이대거나,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된다”는 언명을 끼워 넣어 위기의 본질과 책임 소재를 흐리는 식이다. 직무만 정지됐을 뿐인 '내란 수괴'를 하루빨리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국가경제와 안보,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내란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이 지상명령을 외면한 채 낡고 게으른 프레임에 기대 보도하는 것은 국내여신 결국 반전을 노리는 내란 세력을 돕는 일이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보도는 언론의 또다른 시험대다. 세월호 참사 등에서 언론의 보도 행태는 늘 질타의 대상이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현장에 급파된 기자들은 재난보도준칙을 숙지하고 희생자 사연을 듣겠다며 무례를 범하는 일을 삼갔다. 지역 대신 항공사를 앞세워 사고를 명명하거나 사진이나 영상 기업자금대출 편집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기도 했다.
반면 사고 원인과 수습 관련 보도는 문제가 심각하다. 항공기 사고는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는 데 수개월, 길게는 몇 년이 걸린다.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다. 그런데 단편적 추정을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고추 말리는 공항' 등 오명을 씌운 기사가 쏟아졌다. 가장 나쁜 보도는 정부 대응의 무엇이 문제인지 짚지도 않은 채 권한대행 체제나 내란 연루로 공석이 된 장관 자리를 들먹이며 '콘트롤타워 부재'를 탓하는 기사들이다. 참사를 대하는 언론의 자세는 사고 당시에만 들끓고 마는 게 아니라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책, 희생자 회복 지원까지 끈질기게 추적해 되풀이되는 비극을 막는 것이어야 한다.
얼마 전만 해도 언론은 거대한 '뉴스 회피'의 시대를 고민했다. 뉴스를 보지 않고도, 심지어는 보지 않아야 잘 살 수 있다고 여기던 시민들이 이제는 밤잠을 설쳐가며 뉴스를 찾고 있다. 덕분에 언론사의 뉴스 트래픽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눈길이 향한 곳은 무슨 신문, 무슨 방송이 아니다. 진실을 추구하고, 시민에 충성하며, 사실 검증에 충실하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옹호하는 진짜 저널리즘이다. 하마터면 말과 글을 빼앗기고 영장없는 체포구금에 처단까지 당할 수 있었던 시민들이, 역시 계엄사의 통제에 놓일 뻔했던 언론에 준엄하게 묻고 있다. 당신은 진짜 저널리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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